항동 보금자리 주택단지로
국토해양부 5곳 선정 발표 … 극비 진행 '구청도 몰랐다'
수목원 2·3차 부지도 포함, '구로 허파' 사라진다 우려도
정부의 삽질이 다시금 우리구의 허파를 향했다.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는 3월 31일 구로구 항동 일대 67만 6천㎡(20만5천 평)에 달하는 그린벨트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는 서울시 유일의 대규모 수목원으로 지역주민의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항동 푸른수목원 2·3차 예정부지가 포함됐다.
또 천왕도시자연공원 자락에 기대 산 김해김씨 집성촌과 인근 마을들도 대거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정부의 항동 국민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무산시킨 주민들과 푸른수목원 확대청사진을 갖고 있던 구로구청 모두 크게 술렁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항동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04년에도 항동 그린벨트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었다.
이곳 197번지 일대 7만4천 평에 국민임대주택단지(임대2천호, 일반1천호) 건립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닥쳐 계획을 접었고 대신 구로구가 대안으로 제시한 천왕동에 사업을 추진했다. 개발 소문은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 2차지구 선정 시 부천 옥길지구와 항동을 연계 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기도 했었다.
정부로선 서울에 대규모택지개발이 가능한 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입지여건이 뛰어난 항동은 놓칠 수 없는 '알짜' 물건이었던 것.
보금자리주택 3차지구에 항동을 추천한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의 남은 미개발지(그린벨트) 가운데 현장 실사를 통해 항동이 개발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3월 31일 오후 4시 전까지 시 차원에서 (항동 관련 내용을) 대외비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발표를 방송과 일간신문을 통해 접한 주민과 구청 공무원들은 "올 것이 왔다"고 허탈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항동의 한 주민(78)은 "고향에 뿌리내리고 살고픈 우리의 소망을 정부가 앞장서서 자꾸 꺾으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여기서 살려면 또 데모하고 싸워야하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한 주민(63)은 아파트개발로 350년 된 마을공동체가 해체될 것을 우려하며 "나이 드신 분들이 고향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건지산이나 굴봉산 아래 이주택지를 지정해 주든가 뭔가 또렷한 원주민대책을 먼저 세우고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4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43)은 "지난해 가을 코스모스가 필 때 영상촬영 때문에 항동을 찾았는데 산, 들, 바람, 과수원 등 마치 서울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며 "정부의 삽질은 항동의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마을과 공존하며 살아간 자연생명체 모두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구로구청은 항동에 대한 구의 청사진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국가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특별법을 통해 국토부장관이 지구계획을 승인하는 국가사업"이라며 "(정부나 서울시가) 구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구하면 그 때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보금자리 주택 어떻게 추진되나
이번에 발표된 보금자리주택 3차 지구 중 서울지역으로는 항동이 유일하다.
항동과 함께 선정된 곳은 인천구월, 광명시흥, 하남감일, 성남고등 등 4곳이다. 전체 면적은 약 2,116㎡로 주택이 총 12만호, 이중 보금자리주택은 약 8만호 규모로 지어진다.
항동에 계획하고 있는 주택 4,500가구 가운데 3,400가구는 보금자리주택이다. 항동 보금자리주택지구 67만 6천㎡은 모두 그린벨트지역으로 구로구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16%를 차지한다.
국토해양부는 4월 14일까지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의견을 수렴한다.
공람장소는 서울시 주택공급과(3707-8285), 구로구청 도시디자인과(860-2955), SH공사 개발계획2팀(3410-7611)이다.
공람이 끝난 후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6월경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고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물량과 토지이용계획 등은 올 하반기경 지구계획이 수립돼야 알 수 있다.
보금자리로 지정된 항동 지구는 인근에 대규모로 조성된 부천시 범박동 아파트단지와 새롭게 건립중인 천왕지구 아파트단지등이 인접 해 있으나, 서울 중심으로 나가는 길이 상습정체구간이라 도로 신설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공 부문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주택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으로 2009년에서 2018년까지 중소형 분양주택 70만가구와 임대주택 80만가구 등 총 15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민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이라 명분을 세웠지만 높은 분양값과 낮은 임대주택비율, 그린벨트 훼손 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 이 기사는 2010년 4월 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