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명예통장 '빚좋은 개살구'

형식적 운영, 차별과 홀대 "누구에게 권하겠나" 지적

2019-02-28     윤용훈 기자
구청장이 위촉하고 있는 구로구 다문화 명예통장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구로지역 내 중국 교포 등 외국인 거주인구는 전체인구의 10%이상인 4만 여명을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 명예통장 운영은 이들 다문화가족 및 외국인 주민이 구로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구청 등 행정기관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지원자 거의 없어"= 하지만 다문화명예통장은 현재 구로구 15개동가운데 중국교포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구로2동(22명) 가리봉동(20명)을 비롯해 구로4동(6명), 구로5동(6명) 고척1동(1명), 개봉 1동(1명) 등 총 6개동에서만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개동에 다문화명예통장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다문화명예통장이 출범하던 2017년 당시 대부분 중국동포들이었는데, 인원은 70여명이었다.
그러나 이사를 가거나 활동을 하지 않아 해촉되면서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각 동은 분기별로 다문화 명예통장 모집 공고를 내고 신청자를 받고 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고, 그나마 위촉된 다문화 명예통장도 관련 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는 등 명예통장으로서의 제 역할 및 활동이 없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서도 2년 임기의 다문화명예통장이 올해 2월 임기만료가 되고, 새로 위촉하기 위해 현재 몇몇 동주민자치센터는 2분기 다문화 명예통장 모집 공고를 내고 모집 중이거나 모집기간을 완료한 상태이나 신청자가 한사람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도 분기별로 수시로 모집 공고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지원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동주민자치센터 관계자들은 조례에 근거해 정기적으로 모집공고를 내고 있지만 "분기별로 다문화 명예통장 모집공고를 내도 지원서를 내는 응모자는 거의 없어 모집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공통되게 말했다.
 
◇'민망한 참석수당'= 구로구 15개 동은 지난해 5월 제정된 '구로구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 제5조, 제15조 및 제18조 규정에 의거 다문화 명예통장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보통 다문화명예통장 자격은 보통 해당 동 3년 이상 거주 및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국적
을 취득한 외국인 주민, 다문화가족(등록외국인은 임기동안 체류기간이 보장되어야 함), 주민으로부터 덕망과 신임이 있는 활동적인 주민, 소통·배려·화합에 부합하는 민·관의 소통자로서 봉사정신이 투철한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다.
 
명예통장은 또 행정과 외국인 주민과의 가교 및 대표자 역할 수행, 동별 다문화 명예통장 월례회의 및 교육 참석, 통별 외국인 주민의 건의 등 의견을 모아 동주민센터에 전달, 행정 관련 협조사항 등의 전달 및 자체계도 활동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2만원의 참석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러한 까다로운 자격조건에 부합한 다문화 가족을 찾기 힘든데다 중국교포 대부분은 맞벌이 가정이 많아 동네활동을 위해 낮 시간대에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고, 언어소통 및 생활행정과 관련된 제도 등에 대한 이해부족등으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문화 명예통장의 신청률 저조요인으로 풀이된다.
 
◇"명패도, 책상도 없어요"= 여기에 다문화 명예통장에 대한 각 동의 관리 소홀과 내국인 통장간의 소통부족 및 차별 받는 점도 회의 참석률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년간 활동을 한 다문화명예통장 A씨는 "지역에 대한 봉사와 함께 지역주민과 어울리고 싶은 동기로 다문화 명예통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실제 다문화 명예통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회의가 있을 시 단지 참석만하고, 참석사인하고 수당을 수령하기만 한다"며 아무 하는 일 없이 참석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회의에 참석하면 주어지는 일도 없고 같이 어떤 일을 하자는 제안도 없는 등 회의에 참석 의미가 없어 나중에는 참석을 안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기존 한국인 통장과의 교류도 거의 없고, 이들 한국인 통장과의 대우에서도 큰 차별을 받고 있는데다 동에서도 다문화 명예통장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고 했다.
 
한 예로 통장회의 시 한국인 통장은 책상 앞에는 명패가 있는데 다문화 명예통장은 없고, 통장에게 지급하는 구청의 다이어리도 한국인 통장에게는 주면서 명예통장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무척 서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의자만 주고 책상도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동네 현장에서도 관할통장이 누구라고 이름이 걸려있는데 다문화통장은 아무런 인식표 하나가 없어 활동하는데 애로를 겪었다고 했다. 다문화명예통장로서의 자긍심과 소속감이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명예통장이 이러한 홀대를 받는데 다른 누구에게 다문화명예통장을 권하겠냐고 불만을 전했다.
 
◇구청 "의견수렴 자리 마련"= 구청 및 일부 동주민센터에서는 올해 다문화통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문화명예통장의 불편이나 불만사항을 듣고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부서 장이 참석한 가운데 3월 4일(월) 다문화명예통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가면서 다문화명예통장 운영을 활성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 동에서도 한국인 통장과 다문화통장과의 교류의 장을 확대하고, 다문화통장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별도의 홍보물을 제작해 주기로 했다.
 
한 동장은 "한국인 통장에 대한 보수 및 대우가 미흡해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선 통장모집이 어려운 실정이며 더욱이 통장 간에 결속력 및 교류도 저조한 상태에서 다문화 명예통장 모집 역시 쉽지 않다"며 "다문화 명예통장 운영 및 관리에 더 많이 연구·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