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찾은 고척동주민들 분노

주민 뺀 협의체에다 '공무원 바리케이드'?

2018-09-03     김경숙 기자
▲ 지난28일 오후 구로구청 본관 3층. 옛남부교정시설부지 주택건설에 따른 교육환경보호대책 협의회의에 주민 참석을 막기위해 구청 공무원 20여명이 복도를 가로막아,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고척동 삼환아파트에서 온 한 어르신(오른쪽)이 왜 주민을 배제한 협의회를 진행하느냐고 따지고 있다.


3선에 당선된 이성 구청장 휘하의 구로구청이 또 다시 고척동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옛 남부교정시설부지(영등포교정시설) 주택건설사업에 따른 교육환경보호 대책 논의를 위해 마련한 협의테이블에 지역주민이 배제 된데다, 주민대표들의 회의참석을 우려해 회의실앞에 수십명의 공무원들로 방어벽까지 만들어 차단시키려 한  구청의 '불통행정'에 주민들이 격분했다.

◇'방어벽'으로 밀실회의? = "서울시교육청이 회의(8월21일, 교육환경평가 재심의)하면서 지역주민을 포함해 공동으로 논의하라고 했는데, 왜 주민만 싹 빼고 하는 겁니까. 구로구청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거얘요. 사업을 시행하게되면 옆에 있는 우리들이 가장 큰 피해자인데 왜 밀실회의를 하는 거냐고요".


지난달 28일(화) 오후 2시10분경 구로구청 본관 3층에 있는 회의실인 창의홀 앞 복도는 한시간여 동안  날선 긴장과 분노의 함성, 크고 작은 충돌 등으로 일촉즉발의 현장이었다. 

'남부교정시설 이적지 주택건설사업 관련 고척초등학교와 고척중학교 학교환경 보호를 위한 협의체 운영' 이란 이름으로 2시30분부터 회의가 예정돼있었는데, 일찌감치부터  회의실 입구를 배경으로 남녀 공무원 20여명이 겹겹이 서 한치의 틈도 없이 복도를 가로막고 선 것이다. 

학교 교장과 학부모대표등 교육주체만 들어가 LH 국토부 현대산업개발등 사업관련기관 등과 협의테이블을 갖고  첫 회의를  열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구청에 와있던 고척동 삼환아파트 주민 20여명은  주민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등과 관련한 이근미 고척안전대책위원장등 주민대표단과 구청 도시계획과 과장 면담 결과를 구청 1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 주민으로부터  3층 회의실앞 '공무원 바리케이드' 소식을 듣고 비로소 올라와 본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날 온 주민들은 대부분  40대부터 70대 전후의 주부와 어르신들이었다. 구청측의 예상치 못한 '바리케이드'형태로 막아선   공무원들에게  "우리는 싸우러 온 것도 아니고, 무력행사도 하지 않으려고 1층에서 올라오지도 않았던 것인데  이게 뭐하는 것이냐"며 섭섭함을 담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을 무시하고 주민과 공무원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무능한 구청장 나오라"는 이성 구청장을 향한 포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복도를 가로막은  수십명의 공무원들과의 팽팽한 대치가 고성과 말싸움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거의 한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마찰과 충돌을 이따금 빚기도 했다. 특히 공무원 방어벽앞에 서있던 주민 B씨(여,51)는 머리를 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30대쯤으로 보이는 반바지 차림의 남자가 사무실로 가야한다며 공무원바리케이드와 주민들 사이를 뚫고 복도안쪽으로 들어가면서 B씨를 거칠게 밀치면서 벽에 부딪히게 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삼환아파트 대책위관계자는 지난 31일(금) "당일  B씨가 이 남자를 구로경찰서에 가서 고소했다"며   "(B씨는) 몸 여러곳에 멍이 들고 부딪힌 머리에 부종이 생겨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주민 포함한 협의체를"= 이같은 사태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은  구청장실 안에 있는 이성 구청장 나오라며 목소리를 높여갔고, 그  즈음 회의 시작  한시간여 만에 교육청 현대산업개발등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창의홀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왔다. 


당초 이날  협의회는 고척초와 고척중의 학교 교장및 학부모대표 등 9명과 시행사인 LH를 비롯 현대산업개발 국토부 서울시교육청 구로구청등 관계기관과 업체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6시까지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참석인원도  당초 2개 학교에서 9명 정도가 참석하기로 했으나,  고척초 교장만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일부 학부모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이날 회의실앞 대치 현장을 보면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구로구청 도시계획과 이근식과장은  이날  열린 교육주체와의 회의내용에 대해 "지난 21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환경평가 심의위원회에  고척초 학부모측이  80가지의 대책요구안을 제출했고,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이 수용 여부를 검토해 온 안을 학교측에 제시하고,  고척초 교장의 얘기를 들었다"며  "고척초 교장은 이날 받은 업체측 검토안을 갖고 학부모들과 논의해보겠다고했다"고 전했다. 또 "협약서 등을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민들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고 분노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무엇보다 '공무원 바리케이드'였던 만큼 이유를 묻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근식 과장은 협의회가 끝난  뒤 창의홀에서 가진 삼환로즈빌 및 고척안전대책위등 주민30여명과의 간담회등에서  "오늘은 교육주체들이 모여서 협의하는 자리라 주민들이 참석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 등에서  지역주민과 공동으로 협의하라고 했는데 왜 주민을 배제하고 교육청 지시를 무시했느냐고 반박했다.

고척안전대책위 이근미 대표와 주민들은 " 남부교정시설부지 개발 관련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재심의에서 심의위원장이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했고, 서울시교육청이 공문을 통해서도 주민을 반드시 넣으라고 했다"며 협의체에 학교주체 만이 아니라 주민대표도 포함시켜줄 것 등을 요구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실시한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재심의 결과 보완조치를 요구하는 '재검토'결정을 내리면서  " 사업시행자(관계기관 포함)가 사업의 필요성과 학교 교육환경 보호대책에 대해  학부모(지역주민 포함)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의한후 심의할 예정"이라며 협의대상에 지역주민을 포함하도록  명시한  공문을 남부교육지원청 등에 지난 23일자로 시달했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구청측에서 학교주체 만이 아닌  지역주민까지 포함된 협의체 구성을 하고 이를 알리는 노력 등을 기울였어야 했으나 철저히 주민을 배제했다며 이날 학교측과의 협의체 회의결과를 갖고 '보완됐다'며 넘기려는 의도가 담겼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들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청 도시계획과 이근식 과장은 "주민을 배제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우선 작은 범위의 학교측부터 협의후, 주민협의를 진행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고척동 남부교정시설부지 개발사업에 따른 교육환경의 문제점과 대책을 마련하는데는 학교측 관계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도 함께 참여해  종합적이고 일괄적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될수 있는 것이라며 주민협의체를 따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현재 구성한 학교측 협의체와 통합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근식 과장은 "내부적으로 검토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과장선에서 결정할수 있는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과장은 또  "지역에서 주민대표를 선임하면 LH등 사업관련 기관들이 참가한 가운데 협의회의를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원 등 전체적인 구성안을 마련해 제출한 뒤 조정하자며 일단락을 지었다. 

◇취재기자까지 막아 선 '공무원 바리케이드'= 한편 지역주민들의  회의실 접근을 봉쇄하기 위한 '공무원 바리케이드'는  이날 구로타임즈의 회의실 사진촬영 및  취재를 위한 진입 조차 강력하게 막아 주민알권리까지 막는 밀실 불통 행정이라는 주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관련 이근식 과장은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후 가진 인터뷰에서 사진촬영등 취재접근까지 막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구로타임즈 기자의 질문에 "사과드린다. 다음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 바리케이드는 누가 지시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과장이 시킨 것인가, 구청장이 시킨것인가"라는 질문들이 이어지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현재 고척동 경인로변에 소재한 옛 남부교정시설부지에는  현대산업개발등이 참여해 최고 45층규모의 주상복합빌딩에다 2200여세대의 민간임대형아파트, 대형유통점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구로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는 났으나,이에 앞서 통과됐던 개발에 따른 교육환경평가의 부실함과 일조권 통행안전권 교통체증등 인접 학교의 교육환경피해 등이  제기되면서 시교육청관련위원회의 재심의가 이루어졌고, 학부모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여러차례 보완조치가 요구됐다.  

이번에는 시교육청 심의위원회에서  학교와 지역사회등과의 소통과 협의를 통한 보완조치를  요구하면서, 처음으로 협의체 구성 및 논의의 첫발을 내딛은 자리였는데 협의체 구성과 운영방식 등을 놓고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구청 안에는  갈등을 풀어주기위한 전문적인  행정서비스도 정치적 리더쉽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