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주민 이익은 사업자?
이성 구청장 "저 찍지말고 다른 사람 찍으세요"
"남부교정시설부지 건설 사업은 주민 삶의 향상이 아닌 오히려 악화시키는 사업이다."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구청 등 관련 기관 합작 개발사업이다." "사업부지 내에 산책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습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경인로 교통체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더욱 가중시키는 아파트임대사업이다."
마치 봇물처럼 주민들의 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12월 27일(수) 오전 10시 30분부터 고척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서울남부교정시설부지 기업형임대주택건설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반발하며 이처럼 격렬한 항의와 의견들을 쏟아냈다. 구로구청은 이에 앞선 지난 12월12일 교정시설 이적지복합개발사업계획에 대해 승인했다.
주민들이 중점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쾌적한 생활 환경을 위한 구청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교통· 환경· 교육영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식으로 사업하려면 지금의 빈 터로 그대로 두어라" "왜 주민이 모든 피해를 떠안는 대신 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방식으로 진행 하느냐." "구청장 등 책임자 없이 진행하는 설명회가 무슨 설명회냐 책임자들이 참석한 주민설명회를 다시 해야 한다."
지역주민 및 학부모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확산되면서 내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하려던 남부교정시설부지 건설사업은 착공 전부터 지역주민과 구청, 시공사 등 관련기관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대치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 설명회 현장 = 이날 설명회가 열린 고척1동주민센터 지하강당은 예정시간보다 앞서 주민 및 학부모, 고척동 및 개봉동 구역 구의원 및 시의원, 정의당, 민중당 정당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시행사인 고척아이파크가 주관한 설명회에는 구로구청 도시계획과 과장 및 팀장, 구청 관계직원을 비롯해 LH관계자, 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교육환경영향평가 재평가와 관련해 설명회현장을 보러 나온 서울교육청 관계자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기대했던 국토부 및 서울시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 자리에는 관련 실무자만 참석하고, 이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임자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참석 주민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이성 구청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선거법상 참여할 수 없어서라는 말이 전해졌다.
여기다 주민설명회 자리인데도 참석 주민에게 보여줄 설명회 자료 한쪽 없이 화상 설명 만으로만 진행돼 사업내용을 모르는 주민들의 큰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설명회가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기 보다 사업 진행상의 절차를 거치는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라는 질타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설명회는 LH관계자로부터의 그간 사업추진 과정 설명에 이어 시행사측의 사업개요 및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설명회 도중 '이게 무슨 설명회냐' '일방적 결정내용을 주민에게 통보하는 자리'라는 항의가 터져나왔다. 한 주민은 "구청장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설명회는 주민을 무시한 처사이고, 아무 의미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한 주민은 "그동안 몇 년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의견을 묻는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가 전혀 없었다"며 "구청 등 관련기관이 소통이 아닌 불통으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척하고 결국 사업승인이 난 판에 뒤늦게 설명회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 있느냐"면서 이성 구청장이 주창한 소통· 배려·화합 슬로건과 부합되지 않는 불통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다른 한 주민은 "교정시설부지 이적에 따른 예산이 부족하면 구청장이나 지역 국회의원이 정부나 서울시에 설득해 확보하는 것이 구청장 역할인데, 그 부담과 피해를 지역주민에게 안겨 주고 있다"며 그런 능력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인근 지역의 한 학부모는 "현 사업계획과 같은 사업이 진행되면 일조권, 과밀학급, 통학로 안전 및 교통문제 등으로 인근 초중학교의 학습 및 건강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설명회는 약 20분 정도에 걸친 사업관계자의 설명 이후 참석주민들의 항의와 반발 발언으로 할애됐다. 중간 중간 주민 질문에 대한 사업 관계자의 보충설명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주민 반발을 더 샀다.
주민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한 주민은 "교정시설부지 건설사업 계획을 주민 하나하나가 바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가정마다 배포해야 하고, 구청장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설명회를 다시 가져야 한다"고 재요구했다.
이어 다른 참석자는 "사업에 실질적 책임자도 없는 가운데 주민과 사업실무자 간에 오가는 의견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주민의 이러한 생각과 의견을 사업 책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동참해 우선 항의 집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또 건설부지 인근 아파트단지 입주자 및 학부모 등이 연합하는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항하자고 제시했다.
이에 참석 주민 모두 그 자리에서 박수로 화답, 오는 5일 오전11시 구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성구청장 " 저 찍지 말고 다른 사람 찍으세요"
간담회중 한 주민의 "(구청장직에서) 내려오세요"라는 발언직후
◇구청장과의 간담회 현장= 한편 이번 주민설명회에 앞서 지난 12월 22일(금) 오후 2시 구청 3층 소회의실에서 이성 구청장과 지역 주민대표 및 학부모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부교정시설부지 건설사업과 관련해 1시간 20분 정도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도 참석 주민들은 12월 27일 주민설명회와 같은 내용의 교통· 교육· 녹지· 과밀교실 등 7가지 문제에 대한 질의를 구청장에게 전했다. 구청장은 "기본계획수립 시 지역 주민설명회를 그동안 10여 차례 이상 열었고, 주민의견을 반영해 적법하고 타당한 사업내용으로 추진했다"며 "현 시점에서 사업기본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확언했다.
이날 참석주민들의 항의와 이견이 잇따르던 가운데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이성 구청장은 남부교정시설부지내 공원면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도 안되는 것"이라며 할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고, 그 말을 듣던 한 주민이 "그럼 (구청장직에서) 내려오라"고 말하자 "내려오라고 하지말고 내년 6월(지방선거)에 저 찍지 말고 다른 사람 찍으세요"라고 반박,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이날 구청장과의 간담회를 정리하면서 이와관련해 '가장 실망스런 답변'이었다며 구청장으로서의 부적절한 답변에 일침을 놓았다. 이날 주민들은 여러차례 얘기를 나누었으나 또 '소귀에 경읽기식'의 답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