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동주민자치회 전면 시행 놓고 '시끌'

구의원·주민들 "성급한 시행 … 보완 준비 필요"

2026-08-31     윤용훈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16개동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새롭게 출범하기로 한 구로구의 방침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되 너무 성급하게 시행하기에 앞서 좀 더 보완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구청은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 및 행정·재정 지원근거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3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15일(목)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그동안 구로구내 16개동에서 동별로 운영되어 온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내년 1월부터 주민자치회로 전환해서 운영할 계획이었다. 

구는 이를 위해 우선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 9일(목)부터 29일(수)까지 입법예고하고, 조례규칙심의회를 가진 뒤 오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구의회 정례회에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로구의회 일부 구의원들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차이가 있다. 현 주민자치위원회체제에서 주민자치회 방향으로의 전환과 운영에 대한 이해가 아직 낮은데다 조례안의 일부 조항 문제점 등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1월부터 16개 전 동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를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따라서 구청장 공약이라 하더라도 준비없이 성급하게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시행하기 보다 시간을 두고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와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마련한 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구로구의회 여야 의원 및 지역 주민들 사이에 상당히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오류·수궁동권역 구로구의회 여야 초선의원들이 공동간담회를 개최했다. 구로구의회 박수철 의원(오류1,2동·수궁동·항동, 더불어민주당)과 최은혜 의원(오류1,2동·수궁동·항동, 국민의힘)이다.

구로구의 주민자치회 전환을 앞두고 박수철·최은혜 초선 구의원 주최로 마련한 주민간담히 현장. 주민자치회 운영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전환에 앞서 충분한 주민 설명과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구로구(갑) 지역 주민자치위원, 구로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일(목)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주민자치회가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전환에 앞서 충분한 주민 설명과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구로구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운영한적이 있던 만큼 해당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주민들에게 공개한 뒤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무공간과 지원인력, 예산 등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두 의원은 "조례가 만들어지기 전에 현장의 우려와 제안을 최대한 듣고 이를 의회 심의 과정에서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한 조미향 구의원(2선, 신도림·구로5동,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동에선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사무공간 및 사무실 운영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시행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주민자치위원 활동 공간과 총회, 분과활동 등을 위한 공간 확보가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더욱이 "각 동 유급 (주민자치회)간사비 100만원씩 지원할 경우 연 1억 9200만원의 재원이 소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간사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동 담당 공무원과의 업무분담 등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철수 구의원(2선, 구로1·2동, 국민의힘)도 관련 조례 전부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주민자치회 조례개정안과 관련해 우선 위원 정수를 30~50명에서 20~30명으로 축소하는 것에 대해 주민 대표성을 약화시키지 않는 지 우려를 나타냈다. 또 △위원의 연임 제한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면서 연임자를 별도로 우선 추첨할 경우 신규 주민의 진입을 제한 할 수 있고 △위원 선정 시 공개모집 60%·추천모집 40%가 주민자치회의 개방성과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주민자치회별 사무국 설치가 향후 인건비·운영비의 상시적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위원 해촉제도 강화가 책임성을 높이는 반면 주민 간 갈등이나 다수에 의한 해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조례 통합과 제도 정비의 기본 방향에는 동의(찬성)하되, 연임자 우선추첨·사무국 설치·해촉절차에 대해서는 수정 또는 시행기준 보완을 조건으로 의결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무국 설치는 향후 지속적인 인건비·운영비 지출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조례 심사단계에서 비용추계와 운영계획을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민자치회로의 실질적 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 외에도 지역주민들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와 함께 주민자치회 시행에 따른 주민들의 역량 강화 교육 등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시행하려는 주민자치회가 현 주민자치위원회와 별로 차별화되지 않고 명칭만 바꾸는 수준이라면 굳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주민자치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겠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동부터의 순차적 시행 의견도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16개 전동을 일시에 주민자치회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요건을 충족히 갖춘 동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에 따른 이같은 우려와 문제점 등이 제기되면서 구로구청은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오는 9월1일부터 시작되는 구로구의회 제1차 정례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련 안건 상정 시점은 오는 10월에 개최될 제350회 임시회나 11월에 진행될 제351회 제2차 정례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안의 구의회 통과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게 되면서 구로구의 주민자치회 전환 일정 역시 몇 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회 위원 자격에 필요한 4시간 교육을 비롯 각 동 위원 모집 및 자치위원 구성, 자치회 사무실 마련, 출범 등의 일정이 연달아 늦어지는 것이다.

구로구청은 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임기가 올해 말로 만료되는 시점에 이같이 주민자치회 출범이 늦어질 경우 현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 출범 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