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구로구개표분석] 돌아온 '파란 물결'… 세대교체 바람
구로지역유권자들은 다시 '파란물결'로 전면 재편시켰다. 여기다 주민속에서 지역밀착형 생활정치를 펴온 진보당 구의원 후보에게 처음으로 월계수관을 안겨주며, 진보진영의 지역정치 활로를 다시 터주었다.
소통과 변화에 대한 갈증으로 구청장부터 시의원,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 후보들로 교체시켰던 지역유권자들이 4년 만에 또 '교체 회초리'를 들었다.
준비 안된 정치인, 가능성있는 지역대표를 찾기 위한 지역유권자들의 판단이 날로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수) 고척동 동양미래대 강당에 마련된 구로구개표장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진행된 개표결과 구로구청장과 시의원 4석 전부와, 구의원 16석 중 8석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돌아갔다. 4년 전 상황으로 그대로 '복귀'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4년 전 오랫 만에 승리의 기쁨을 안았던 시의원 2석까지 내놓고, 구의원 기본 7석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여기다 10여년 넘게 꾸준히 지역활동을 펴온 진보당 이근미(50) 후보가 당선, 지역사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개표결과부터 보면 서울 전체로 볼때 국민의힘 오세훈(65)후보가 1.15%p차로 당선됐지만, 구로구에서는 민주당 정원오(57)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을 6.25%p차로 이겼다. 정원오 후보는 구로구에서 51.98%에 달하는 11만2376표를 받아, 9만7723표로 45.2%를 받은 오세훈 당선인을 1만4653표차로 앞질렀다.
동 별로 보면 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구로구 16개동 가운데 보수적인 투표성향이 강한 편인 신도림동과 수궁동 두 곳에서 '득표율 1위'자리를 오 당선인에게 내주고 14개동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지난 2021년 보궐선거에 이어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구로구에서 56%로 승리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지고 11%p나 낮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이 '원팀'을 강조하며 안정권이라 자체 판단했던 구청장후보쪽보다 서울시장후보 지지유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였는데, 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청장 선거에서는 구로지역 시민단체 출신으로 1년 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현 구로구청장 장인홍(59) 민주당 후보가 16개 동 전동에서 과반이 넘는 고른 지지를 받으며 58.7%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안착했다. 서울시장 후보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구청장 후보 장 당선인이 받은 득표율은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을 이긴 민주당 정원오 후보보다 6.77%p나 높았다. 특히 장 당선인은 정 후보가 오 당선인에게 졌던 수궁동과 신도림동 등 2개동에서까지 이겨 구로구 16개동을 석권해 시선을 끌었다. 지역구청장의 권한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개 권역별로 한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는 4명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코로나19속에서 치러진 4년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시의원 4명 중 2명이 40대와 60대 국민의힘 후보로 교체된바 있으나,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명도 선택받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에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본선까지 진출한 비례대표 구의원인 40대 여성 김미주(43)후보와 4년 전 1000여표차로 떨어진 후 지역안팎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온 30대 박무영(34) 후보가 주민대표로 일할 기회를 새로 부여받았다.
이번 선거로 구의회 구도도 새롭게 바뀐다. 개표결과 구의원 총 16석 중 더불어민주당 8, 국민의힘 7, 진보당 1로 구성된다. 그동안 국민의힘 9, 더불어민주당 7로 국힘 다수당인 양당중심 구도였으나, 민주당이 다수당인 다당체제로 전환 되는 것.
4년 전까지만 해도 정의당의 홍준호의원이나 김희서 구의원 한명이 양당 권력 사이에서 사안별로 균형추 같은 캐스트보팅 역할을 하며 3당 진보진영 후보의 존재의미를 보여준 터라, 이번에 고척동 개봉동 선거구에서 당선 된 이근미 진보당 구의원 당선인의 역할과 활동 등에 대한 지역사회 안팎의 기대도 적지 않게 쏠리고 있다.
지역정치권 구도형태가 4년전으로 '회귀'된 모습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몇가지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대교체다. 구청장부터 시·구의원 등 당선인들의 연령대가 한층 젊어지고 다양해졌다는 점.
당선인 21명 가운데 20-30대 24%, 40-50대 57%, 60대 24%이다. 정치 신인인 초선과 의정경험을 갖춘 재선 이상의 당선인 비중이 거의 절반씩 균형을 맞추고 있다.
3선을 넘어 4선, 5선을 향한 다선급 과 70대 전후의 지역정치인들이 쏠려있던 그간의 구로지역정치에 새로운 숨통을 틔우는 긍정적인 조짐의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당선이 곧 주민대표의 능력과 진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역 유권자들의 지속적이고도 날카로운 관심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중 하나다.
구로구의 이번 투표율은 62.70%로, 전국 61% 보다는 높고 서울시 63.6%보다는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지방선거에 있어 두번째로 높은 투표율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년 전 지방선거때 53.2%(전체 50.9%, 서울시 53.2%)보다 9.5%p 높아진 것이며, 23년만의 60%대 진입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2018년 지방선거때 60.1%보다도 1.7%p 높았다.
이 중 사전투표율은 4년만에 전체 투표자의 23.9%에서 37.3%로 늘어났다. 10명 중 4명 가량이 사전투표일에 투표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구청장선거 기준으로 사전투표자의 74.5%는 민주당 장인홍 후보를, 선거일 본투표의 50.7%는 국민의힘 홍덕희 후보를 선택했다.
사전투표와 선거당일투표의 지지성향 양극화는 구청장뿐 아니라 시의원 구의원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선거는 끝났지만, 지역주민 대표로서의 능력과 진정성, 공적인 역할 등에 대한 구로지역 유권자들의 관심과 판단은 이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