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_아롬학당] 무더위도 잊은 "배움의 기쁨" ... 만학도 어르신들의 한글 열기

2025-07-07     윤용훈 기자

 

6월의 마지막날이던 지난 30일(월) 화원종합복지관 2층 강의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어르신 6명은 초등생 3,4학년 수준의 국어공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고 있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초등학교 정규교육 기회를 놓치고 뒤 늦은 나이에 한글을 읽고 쓰고 문맥을 이해하는 문해교육을 받기 시작한 아롬학당(한글동아리)교육생들이다.

지난 2023년 7월 화원복지관에서 한글 읽기, 쓰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성인을 모집해 운영하기 시작한 아롬학당(한글동아리)에 빠지지 않고 적극 참여하는 동아리 교육생은 60대부터 80대까지 10명에 이른다. 올해는 구청으로부터 동아리지원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100만원의 지원금을 확보한 가운데 주 2회 자원봉사 강사와 함께 한글 교육이 진행중이라고. 

무더위 탓인지 평소보다 몇분 빠진 이날, 자원봉사 강사 두 명은 수강생 개개인에 맞춰 다소 어려워 보이는 낱말 및 맞춤법을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하고, 어르신들은 교과서 내용을 연필로 한자 한자 정성들여 필사해가며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다.

한글을 배우고 있는 아롬학당 어르신들

 

동아리 교육생들은 한글 교육 배움의 기회를 놓친 비문해 성인들을 위해 제작된 성인문해 교과서 초등과정 2단계 '배움의 나라' 4권으로 구성된 교재로 진행된다.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초등생들이 정규수업에서 배우는 국어교육 과정을 그대로 배우면서 문해 역량을 키우고, 자기 표현을 강화하며 창작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수업은 매주 두 번,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진행된다. 월요일인 이날은 어느새 40회차 수업이 열리고 있던 날이다. 

이광숙 강사는 "어르신들이 수업 내용이 지루하고 어려우면 출석률이 낮아 지기 때문에 가능한한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읽기에 중점을 두고 있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을 상대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복습과 반복을 거듭하며 매번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사는 "어르신들이 매주 수업에 빠지지 않고 출석해 배우려는 자세 그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이라며, 어르신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은 배우기 쉬워 보이지만 실상 어려운 과목이라 틀리기 쉬워서 강사도 항상 네이버 국어사전을 펴놓고 가르치고 있다고. 

아롬학당 동아리 반장인 김선화씨(63. 구로2동)는 "어려서는 가정 형편으로, 성인이 되어선 일에 매달리고 아이들 키우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중 화원복지관 복지사를 통해 한글교육 동아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60세가 넘은 이제서야 한글교육을 시작해 지금까지 2년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참가동기를 설명했다.

김 반장은 "한글을 잘 모를 때에는 여러가지로 답답했고, 특히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갈 때 직접 한글로 찾을 금액을 써야 하는데 그러한 것을 잘못해 불편했지만 한글문해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은 읽기를 잘하고, 받아 쓰기는 서툴지만 휴대전화로 간단한 문자나 카톡 정도는 가능하고 법문도 읽고 있다"고 달라진 변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어를 배우면서 답답했던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여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성인문해 초등과정을 마치고, 기회가 된다면 검정고시를 준비해 볼 생각이지만 기초가 부족해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동안 한글 공부를 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공부'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면서 보여주기도 했다. 

구로2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 최근 안양으로 이사를 갔다는 정지철 어르신(83, 여)은 버스까지 타고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 어르신은 "한글을 잘 몰랐어도 옆에 남편이 손발 역할을 해주어 불편없이 생활해 왔지만 지금은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져 한글을 배우게 됐다"며 "한글공부를 하면서 읽을 수 있고 받침이 있는 단어 쓰기는 틀리기도 하지만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정거장이나 역 이름 등을 잘 알아볼 수 있다"며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보면서 재미있게 공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글동아리 '아롬학당'은 이러한 한글 교육 외에도 시쓰기 공부, 감사편지 쓰기 등을 진행, 오는 11월 수강생들이 쓴 시를 선보이는 시화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복지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