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험에 주민들 '화들짝'… 마을에 나서다

'내가족과 이웃 건강이 위험하다'

2016-09-12     김경숙 기자
▲ 지역에 환경관련 시설이나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주민 건강과 환경권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나 행정절차상의 문제에 실망한 다양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주민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으로 나서고 있어, 새로운 주민 세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전 구로구청앞에서 열린 구로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오류2동과 항동 인근 주민들의 집회현장.


구로지역 행정이 주민의 건강과 환경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과 불신으로 '잠자던 주민'들이 잇따라 깨어나고 있다.

항동수목원옆에 건립 중인 폐기물처리시설 구로자원순환센터를 반대하는 오류2동 인근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이 3개월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터널 '매연 환기구'설치와 관련한 신도림동과 구로1동 주민들의 반대움직임도 폭넓은 공감대속에 동네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가족 건강과 직결 된 사안인만큼 그동안 동네 일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젊은 부부들은 물론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주민들까지 밤을 새우며 자료를 분석하고 자문해줄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고, 인터넷카페 카카오톡 등 SNS로 의견과 지지를 보내고, 집회가 있을 때 참여해 마음을 모아주고 있다. 생업에 바빠서, 주민참여나 권리에 익숙하지 않아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과거 마을주민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신도림동과 구로1동 구간에  학교 아파트 등에 인접한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 매연배출용 대형환기구(높이 9m, 지름 11m)가 설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일기 시작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박영선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공사는 일단 중단됐고, 이후 주민들의 움직임은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토) 신도림동 주민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송영덕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조직체계를 갖춘 <구로타임즈 8월29일자 1면 보도참조, 사진> 신도림 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지역안팎의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홍보에 대대적으로 주력하고 있다.

일요일이던 지난 4일 안양천에서 열린 구로구 안양천 걷기대회에 참가해 환기구설치지점 반경 1km이내에 구로구 고척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문래동이 있음을 알리며 '매연 환기구' 문제가 신도림 만의 문제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나 학교학부모회, 동직능단체 등을 만나 사태 심각성을 설명하며 지지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로변에 인접한 미성아파트등 일부 아파트에 대형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하고, '매연환기구 설치 및 서부간선로 지하화 반대'라는 내용의 차량용 스티커와 아파트 세대별 현수막게시도 주민들의 호응속에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온라인 카페인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매일 진전되는 상황과 회계를 보고하며 주민들과 정보공유를 하고 있는 신도림주민비상대책위는 신도림동 저층주택가 지역주민들에 대한 설명회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오는 9월21일(수) 저녁8시 동주민센터 강당에서 신도림환기구문제와 관련한 또 한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파트가 밀집 된 구로1동도 빠르게 대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30대 젊은 주부들이 신구로유수지에 진행되는 공사가 서부간선로 '매연 환기구'설치공사임을 알면서 카톡과 마을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나갔고, 지난6일(화) 저녁7시 동주민센터 강당에서는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을 일단 선출했다.

이날 구로1동 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건축설계사인 최병연 구일우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추대됐다. 최 위원장은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의 투명한 운영 등으로 입주민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시 온라인게시판에 구로의 깨끗한 공기의 질을 위해 서부간선로 지하화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려 청원 22일째인 지난 9일 오후 현재 청원으로 성립될 수 있는 1000여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상태이다.

청원접수 30일이내에 1천명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청원이 성립돼, 서울시 관련부서에서 다각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쳐 서울시의 공식적인 답변을 제공받게 된다.

동네 주민 모두 알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구로1동 주민들은 심지어 요즘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홍보봉사단을 만들어 운영준비도 마친 상태다. 나이 드신 일부 동네 어르신들사이에서 "구로공단 시절에 굴뚝 매연도 먹고 살았는데 뭘 이런 것을..."이라는 반응을 나타내자  젊은 주부 등으로 구성된 홍보단이 어르신들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환기구 문제였지만, 주민의 의견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전례없는 새로운 경험과 바람이 동네에 불어들고 있어, 많은 주민들을 설레이게까지 하고 있다.

구로1동 주민인 주부 주수정씨는 "(우리동네가) 민원없는 조용한 동네라고 하는데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얘기를 하고, 모여서 내 의견도 전달할 때 참여한 느낌이 드는 것인데, 우리는 그동안 모르니까 할 말이 없었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며 마을주민 모두 다 상황을 알고 함께 할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으로 많은 동네 주민들이 흥분돼있어요. 이번 일이 주민들이 바라는대로 잘되면 우리는 앞으로 마을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어르신들도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똑부러지게 일처리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고 기뻐해주시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어르신들을 보면서 인사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로 마을주민 단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지요." 마을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가는 단계에서 마을공동체와 이웃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폐기물처리시설 구로자원순환센터 건립에 반대하며 어느새 100여일을 맞은 오류2동 항동 주민대책위도 인근 아파트와 빌라 16곳과 연합한 가운데 대책위조직을 본부장중심에서 공동위원장 체제로 새롭게 정비하고 지난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구로자원순환센터 공사 중지를 위한 행정소송을 남부지방법원에 낸데 이어 지난 29일 오전에는 구로구청과 구로자원순환센터 공사장 앞에서 주민집회를 갖기도 했다. 또 수목원 인근에서 1인 주민시위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 , 주민설명회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분노'


동네는 떨어져있지만 신도림동 구로1동 오류2동 주민들이 지금 절절하게 외치고 있는 것은 가족과 이웃이 살고 있는 마을의 건강과 환경권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아가 해당 동네 뿐 아니라 인근 다른 동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기오염과 분진 등의 문제이므로 주민건강과 환경권을 보장할 완벽한 대책이든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금천구에서부터 영등포구까지 이어지는 10km구간 서부간선로 지하터널의 매연 배출 환기구로 인한 지상의 대기오염 악화를, 수목원옆 지하에 음식물 생활쓰레기등과 관련한 폐기물처리시설 구로자원순환센터가 건립됨에 따른 악취와 분진, 관련 처리 약품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는 대안이 없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정작 인접 주민의 삶에 대한 일말의 배려는 물론 주민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에 대한 부실 또는 부재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구로자원순환센터 건립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는 법적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열리지 않았고, 서부간선로 지하화사업관련 주민설명회 등은 진행은 했지만 신도림동과 구로1동에서 한 두명정도 참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주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는 설명회나 공청회가 주민들 대다수도 모르게 진행되는 것이 무슨 설명회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구로구나 서울시 행정에 불신과 질타의 소리가 쏟아지는 핵심대목의 하나다.



   디지털 주민에   아날로그  행정
   서울시 자치구 제도개선 시급


시대와 사회는 디지털 시대인데, 주민을 바라보는 공무원 인식과 행정절차는 아날로그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자치구 행정이 중앙정부나 서울시 정책을 시행하고 홍보하는 역할뿐 아니라 지역과 주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때이지만, 중앙정부나 자치단체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그같은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학자나 중앙, 시청 공무원 가운데 새로운 지역행정의 역할에 대해 말해줄수 있는 이가  없다. 그들은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주민과 지근거리 있고,지역에 있기에 제대로 들여다보면 구로지역 공무원들이 주민의 변화아 지역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야 할 때이다. 이것이 눈높이가 달라지는 행정에 대한 주민의 분노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의 하나이다.

서울시 역시 정책이나 사업시행에 앞서 주민 의견수렴과 알권리 관련 제도적 문제점을 하루속히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개선해야 할 때이다. 형식적 운영결과에 주민들이 더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