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로 일하면서 배우는 '삶'

2025-01-10     이미향 활동지원사

[편집자 주]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2월 장애인활동 지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기공모전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 총 15건이 접수했다. 이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미향 활동지원사의 글을 소개한다.

처음 자립주택 야간선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활동지원사로 일하게 된 지 어느덧 4년 차.

그간 세 명의 발달장애인, 한 명의 투석환자와의 동행을 통하여 나는 새로운 삶을 배우고 각각의 다름의 삶을 보게 되었으며, 현재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또 다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이용자는 날마다 똑같은 질문을 어찌 그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질문을 하는지...  
"선생님! 옛날에 했던 사람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라고.
대답은 항상 정답처럼 정해진 답이다. "**씨가 제일 좋아"라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고 늘 같은 질문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네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면 웃는 그녀는 나이는 있지만, 항상 순수한 그녀를 보다보면 잔머리 잘 굴리는 요즘 그 어떤 사람들보다 귀여워서 웃고 넘어간다.

늘 말이 너무 많아서 수없이 많은 질문에 어떤 때는 대답하기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대답은 다 해주는 편이다.

나의 아들의 장애와 나의 이용자의 장애가 참 비슷하다. 아들이 어릴 적, 나는 아들을 키우면서 그 병을 치료하는 데만 신경을 썼지 사랑을 주는 데는 많이 인색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까닭도 물론 있었겠지만, 내 인생에 불행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더 앞섰던 까닭도 있었으리라.

우리 이용자가 한번씩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내게 사랑과 관심을 해 주지 않아서 내가 지금 몸도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은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뜨끔거리는 것은 나의 반성인지....

그 질문에 나는 "그 당시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는 방법에 한해서는 최선을 다했을거야. 아마 그 당시 어른들은 사랑 표현 등의 방법을 몰라서 그랬을거야"라고 대답하며, "그래도 **씨는 언니가 있잖아"라고 위로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언니의 사랑을 지금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더니, 잔소리쟁이 언니지만 그래도 언니가 제일 좋다고 한다. 


그래도 많은 형제간 속에서 자라면서 사랑을 많이 받은 듯해서 보는 나는 흐뭇하다.  함께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모든 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가 많다.  이왕이면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이면 참 좋겠다.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내가 언니하고 가라고 했더니 언니보다는 선생님이랑 가고 싶다는 말이 위로를 넘어 보람을 느낀다.

요즘 직업을 말하고자 할 때 활동지원사란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한다. 그때마다 일일이 설명한다는 게 때로는 불편하며 심정이 상할 때도 있지만 어쩌면 이 나라가 복지사회로 가는 길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직업이다.  사명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직업군에 속하는 곳이다.

이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기본인데다 이에 더하여 이용자들의 행동과 소리에 민감해야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 기울여야만 하는 것도 내가 하는 일 중에 포함되어있다.  나의 이용자가 다행히 말이 없어 조용하면 좋겠지만 유난히 말이 많아서 하루 종일 대꾸해줘야 하는 상황이 와도 거기에 충실하게 경청해줘야 하는 것 또한 나의 일이며 사명이다.


가끔 내가 못 알아들을 때 "다시 한 번 더 이야기 해 줄래" 라고 말할 때는  사실 너무 미안하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좋아지리라 믿으며 기대해보지만 어색한 발음을 강제로 잘 해야 한다는 강요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만남을 통해 그녀는 나를 통해 나는 그녀를 통해 서로에게 성장과 성숙을 배우고 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지 않는 나의 삶과 맑은 눈망울로 나를 엄마처럼 바라보는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