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논란_고척동 주민들의 소리] "주민을 생각한 진심 행정입니까"

2024-09-09     김경숙 기자
구로구청이 인조잔디 축구장으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동네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고척근린공원 흙운동장 전경.

 

"아침 저녁에 수많은 동네 사람들이 나와 흙 위에서 맨발로 걷기 운동도 하고 에어로빅도 하고 그래요.  인조잔디 축구장으로 만들어버리면 맨발로 걷지도 못하고 운동을 못해요. 또 인조잔디 관리한다고 일반인들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요. 자기들 축구만 하겠다는 것이지, 주민들 생각은 안하는 것이죠. 동네 주민들 운동을 방해하는 것은 빨리 죽으라는 것과 똑같아요."  

불볕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4일(수)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고척근린공원 운동장(고척2동 소재) 그늘진 관중석을 오가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던 김철수 어르신(남, 82, 고척2동)은 구로구청이 추진하겠다며 최근 다시 내건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사업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인조잔디를  깔면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인조잔디 깔면 잔디장으로 쓰레기 투척하고 구청에 가서 데모한다고 주민들이 난리"라고 주위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허리통증으로 1년 전부터 고척근린공원 흙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다보니 이제 파스도 안붙일만큼 몸이 좋아졌다는 김 어르신은  왜 꼭 고척근린공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겠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다 구로구인데 (축구회에서) 잔디 안 깔린 안양천 운동장에 깔아달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돌아서자 기자를 향한 김 어르신의  목소리 하나가 와서 꽂혔다.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 제발 좀 하지 않게 해주세요".

관람석 벤치에 앉아 운동장쪽을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어르신은 (남, 79, 고척동) "인조잔디를 깔면 시민들은 못 들어가게 된다"며 여러 사례를 말한뒤 "시민 위해 한다며 시민이 못 들어가면 까나 마나지. 그럼 누굴 위해서 까는 거냐"고 되물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철수 어르신이 한마디 덧붙인다. "나도 파크골프 치는 사람인데, (인조잔디)다 막아놓아요. 이 위의 계남근린공원(인조잔디 축구장)도 펜스 쳐놓고 평상시 잠가놓아서 못 들어가요". 김 어르신은 "여기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축구하는 사람들 일부를 위해서 하느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인조잔디 등으로 조성된 동네주변 야외 생활체육공간들이 설치 당시 개방운영 약속을 했다가도  본격 운영되면서 동네· 일반 주민들의 일상적 이용을 막거나 해당 생활체육 동호회원 전용공간으로 운영되는 것을 지켜봐온 불쾌하고 불편했던 경험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운동장 한 켠에 위치한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남, 80대)도 자신은 인조잔디 까는 것에 반대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민들 반대 이유 중에는 철조망 칠까봐 반대하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조잔디 구장 조성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면서 납득할만한 주민의견 수렴 모습 빠진 일방통행식 진행과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공원 광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남, 80대)은 구로구청이 공원에 인조잔디 구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면 사전에 주민들과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어르신은 "인조잔디의 성능이나 설치시설 등에 대한 얘기도 없이 뜬금없이 갑자기 나타나 축구장 만든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여러 가지 불만이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척근린공원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지켜보다 다섯 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려던 권모(여, 37)씨는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흙이 있는 공간이라 아이와 산책하고 운동하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는 권씨는 왜 자꾸 인조잔디축구장으로 바꾸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씨는 아이들장난감도 플라스틱은 좋지 않아서 사용을 않도록 하는데, 인조잔디구장으로 만들 경우 발암물질 등으로 몸에 좋지 않을뿐 아니라 잔디구장에 펜스를 칠 경우 지금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도 제한이 생길 것이라 반대한다고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했다.

구로구청장과 지역정치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권씨는 흙이 있는 자연그대로의 현 고척근린공원 운동장은 "소중한 자원"이라며 "다시한번 좀더 생각해 한정적인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원 인근 한 아파트에서 만난 권모씨(20, 대학생)는 인조잔디구장에 펜스 등이 설치되고 일반 주민들 이용이 어려워지는 비개방 공간으로 운영된다면 "그것은 안되지 않겠냐"고 잘라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공원들도 학원이나 아파트가 많지만 개방적"이라며 "여기 공원은 위치 자체가 외부인이 자주 올수 있는 곳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작은 공원인데 폐쇄적 운영으로 사용 못하게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폐쇄적으로 운영될 것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다.

권 씨는 또   인조잔디 구장조성이 청소년들을 위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마사토 모래 깔린 운동장이 있는 고척고를 나왔지만, 아이들은 거기서도 잘 놀았다"며 청소년들을 위해 마사토 모래라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다소 납득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권 씨는 또 주민들의 인조잔디조성 반대 이유가 타당한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며 "(구청 행정 등이)그런 사업들을 할 때 진짜 주민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하는 것이라면 주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진심은 느껴지는 것"이라며 구로구행정이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진심 어린 행정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