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 주민자치위원장 '불신임' 무효판결
정 위원장, 불신임결의 가처분소송 제기 법원 지난 6일 " 절차 실체적 하자 있다"
지난 4월 7일(금) 가리봉동주민자치위원회 정례회에서 3개월전인 1월 정례회의에서 호선으로 선출되어 3개월 된 동 주민자치위원장직을 불신임(해임)하는 초유의 사태(관련 기사 본지 지난 4월 21일자 1면)가 벌어진 가운데 불신임 처분을 받은 당사자인 정모 주민자치위원장이 서울행정법원에 불신임 결의 가처분 소송을 한 결과, 지난 7월 6일(목) 무효판결이 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행정법원 판결로 '채무자'인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대표자 신 모 부위원장)는 '채권자'인 주민자치위원장의 소송비용 수천만원을 떠 안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소송비용이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 앞으로 청구될 경우 위원들의 소송비용 관련 논란과 위원들간의 책임소재 공방 갈등 등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 불신임 과정 등 =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그동안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운영되다 올해 주민자치위원회로 회귀하면서 위원 24명으로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새로 구성됐다. 그 뒤 1월 정례회의에서 투표로 정 모씨를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3개월만인 4월 7일 열린 월례 정례회의에서 정모 주민자치위원장이 이날 회의에 불출석한 가운데 예고 없이 신 모 부위원장이 주민자치위원장 불신임 해임을 긴급 발의한 후 즉석에서 안건으로 채택 되어 투표결과 이날 회의에 참석한 주민자치위원 22명이 모두 해임투표에 찬성하면서 정 모 위원장은 해임됐다.
해임 근거는 이날 제정한 가리봉동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세칙에 따른 것.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세칙 제 10조(임원 불신임 교체)에 따르면 임원이 직무 수행과정에서 권한 남용, 임무 해태, 사회적 지탄이나 물의 야기 등에서 하나의 사유가 있을 경우 재적위원 3분1이상 동의로써 임원에 대한 불신임을 위원회에서 발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 모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이 해임된 이유로는 이러한 운영세칙에서와 같이 주민자치 위원들과 사전에 협의나 상의 없이 위원장으로서 직권남용 및 월권, 위원장으로서 갖춰야 할 처신 및 자질, 품위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당시 이날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에는 지난 7월 1일 공로연수에 들어간 가리봉동 김 모 동장과 담당 동 직원, 그리고 지역의원인 박칠성 시위원과 노경숙·곽노혁 구의원이 고문자격으로 참석해 지켜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불신임 당했다'는 당사자인 정 모 위원장은 해임 사유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주민자치위원회 정례회의 다음날인 8일 동주민센터로부터 문자 한통으로 해임통보 사실을 받았고, 특히 해임 사유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소명이나 해명 기회없이 억울하게 일방적으로 당했다면서 위원장직 해임이 부당하다며 불신임 결의에 효력을 정지하는 무효 가처분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것이다.
◇ 행정법원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정상규 재판장 외 2명 판사는 지난 6일(목) 정 모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이 낸 불신임(해임) 결의 무효 가처분을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부담한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세칙 제 10조에 따라 정 모 위원장을 해임한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며 "이 사건의 불신임결의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채권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므로, 불신임 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한다"고 결정했다.
즉 동장 또는 위원장이 구로구 자치회관 설치 및 운영 조례 21조에 따라 회의를 소집하려는 경우 회의 개최 5일전까지 전체 위원들에게 통지하여야 하는데, 채권자인 주민자치위원장에 대한 불신임(해임) 안건은 사전에 통보되지 않았고, 채권자없이 기습적으로 발의돼 채권자의 불신임 사유에 대한 반박·소명할 기회 조차 가질 수 없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세칙 안건 역시 정기회의 5일 전까지 통보되지 않았으므로, 이날 정례회에서 제정된 운영세칙은 효력이 없고, 이러한 효력없는 운영세칙에 근거로 주민자치위원장 해임을 발의, 상정 표결 처리된 것은 무효라고 재판부는 결정했다.
특히 위원장 불신임 사유였던 직권남용 및 월권 등에 대해선 그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위원장에서 해임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아 역시 불신임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채무자인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위원장 불신임 안건에 대한 통지를 생략해야 할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채무자(주민자치위측)의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 모 주민자치위원장은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직에 복귀하게 됐고, 반면에 주민자치위원회는 채권자인 위원장의 소송비용 수천만원을 부담하게 됐다.
정 모 위원장은 "가리봉동 발전을 위해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봉사해 왔고, 특히 새로 선출된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 구로구에서 가장 침체된 가리봉동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힘쓰려고 하던중 몇몇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도 선동해 근거없고 타당성없는 이유로 음해하여 해임된데 대해 너무 억울해 실추된 명예를 찾기위해 소송을 한 결과, 무효확인을 받아 다행"이라며 "소송비용을 주민자치위원회에 조만간 청구할 생각이고, 해임 결의에 찬성한 위원 모두 재판장에서 탄원서에 서명하면서까지 해임되지 않을 시에는 전체 위원이 사퇴하기로 결의한 이상, 사퇴하는 위원이 나올 경우 새로운 위원으로 재 모집해 주민자치위원회를 재정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채무자'인 가리봉동 주민자치위원회의 대표자인 신 모 부위원장은 "이번 사단은 전 김모 동장 및 위원들이 위원장 해임에 대한 관련 조례나 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면서 "소송과 관련한 채권자의 소송비 청구가 오면 그때가서 위원들과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