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왜 구청장실로 찾아 갔을까
지난 24일(월) 구로구청측이 고척동 대규모점포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 연구용역 계약이 완료됐다고 하자, 고척동교정시설 부지 인근 전통시장 상인 및 소상공인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상권영향 평가를 하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 가로막힌 구청장 면담
지난 24일(월) 오후 2시 구로구청 3층 구청장실, 상인대책협의회(이하 상대협) 소속의 고척동 일대 시장상인들이 다시금 구로구청을 찾았다. '구로구청의 상권영향평가 용역 낙찰' 관련 항의방문차 찾은 상인들은 이날 구청장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해에 이어, 2022년에도 '소통·화합·배려'를 내세운 구로구청장실의 문은 열리지 않는 '철벽'이었다. 이성 구청장 대신 구청장실 이재영 비서실장이 나와 "청장님 업무가 바빠 만날 수 없으니, '직소민원실'로 이동해 관계부서(지역경제과)와 대화를 나눠달라"며 상인들을 가로막았다.
상인들은 생업까지 제치고 구청에 온 것은 구청 지역경제과와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5분이라도 좋으니 이성 구청장에게 '상권영향평가 계약'에 대한 상인들 입장을 전하고 싶다고 호소조로 말했다.
상인들의 이같은 호소등이 이어지던 오후 2시33분경 갑자기 구로경찰서 소속 경찰관 6명이 들어왔다. 구청측에서 '상인들이 구청 업무를 방해하며 비서실을 점유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데 따른 출동이라는 것. 경찰관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상인들은 분노했다.
상인들은 '구청장님께 계약에 대한 부당한 상황을 말하려 한 건데, 마치 상인들이 구청장실을 점거한 듯 경찰까지 들이닥쳐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느냐'며 황당한 표정들을 지었다.
상인들과 구청장비서실 양측 모두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 상인들은 '구청장비서실장이 아닌 구청장이 직접 나와 상황을 설명해달라'며 언성을 높였지만 구청장실 문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상대협과 비서실간의 갈등이 약 한 시간 째 지속되고 있던 시각, 구청장실을 찾은 외부인사들 배웅을 위해 이성구청장이 청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상인들은 이성구청장에게 "상권영향평가를 어떻게 제대로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라며 구청의 상권영향평가 공고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자, 이성 구청장은 경직된 표정으로 "(평가 기간을) 2달로 해주겠다 했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상대협 측은 "2달이 문제가 아니라 평가하는 기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다르게 나오는데 왜 공모기관(용역수주 연구업체)에 대한 적격심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답변 없이 이성구청장은 구청장실로 들어갔다.
◇ 상권영향평가용역'계약 완료'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구청장 면담요청'에 지칠 대로 지친 상인들. 굳게 닫혀버린 구청장실에 이어 상인들을 기다린 것은 이날(25일) 구청 지역경제과와 연구용역업체로 선정된 백석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오전10시경 전자계약을 통해 '상권영향 조사 계약'을 마쳤다는 통보였다.
상인들은 상권영향평가연구용역 계약이 완료됐다는 이날 소식에 "상대협과 구청이 상권영향평가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설 연휴 이후 계약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 상대협은 '상권영향평가 계약 내 과업 세부사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구로구청은 이를 거부했다.
◇구청 "과업세부 공개NO"
이와관련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 27일(목) △상권영향평가 계약 전 상인들에게 계약을 안내하지 않은 이유와 △상인들이 요구한 '과업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구로타임즈 질문에, 상권영향평가는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과업세부사항'을 상인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경우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 연구용역 부실 우려속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30일'이라는 짧은 수행기간의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상권영향평가의 과업 수행기간'은 과업 중 기간이 모자라다고 판단되면 서로 합의아래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월) 이성 구청장이 말했던 '2달로 해줬다'는 말은 30일 기간을 60일로 연장한 것이 아니라 평가 조사 중 과업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즉, 연구용역 수행 기간을 30일로 명시했지만, 향후 연장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30일 졸속 상권영향평가'로 끝날 수 있음에 대한 상인들 우려와 관련해, 구청 관계자는 "30일 이내에 백석대학교가 과업을 완벽하게 마친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만일 과업이 미진한 가운데 기간 연장 및 과업 보완 요청을 백석대가 거부한다면 계약이 파기된다"며 "현재로서는 백석대학교가 과업을 잘 수행할지 구청도, 상인도, 백석대학교도 알 수 없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구청측은 그러면서 "이제부터 상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상인들이 300인 조사 및 상권 인터뷰에서 본인(상인)들이 우려하는 피해에 대해 가감 없이 백석대에 주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측"최소한의 정보요청"
이같은 구청측 입장 등에 대해 상대협측은 "구청이 '행정 집행을 위해 형식적인 상권영향평가를 하려 든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상대협 김지현 간사는 "상권영향평가는 대규모점포 입점으로 인해 인근 상인들의 피해를 파악하고, 상인들의 생존권 보호 대책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최소한 상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는 것 조차 안내하지 않고, 상인피해 우려 정도를 산학협력단에 주장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간사는 "상대협이 요구한 (상권영향평가)과업 상세 내용 공개는 구청의 과업에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상권영향평가 연구용역) 과업의 내용을 알아야 어떻게 조사가 되는지, 상인들은 어떻게 영향평가에 임하면 되는지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안내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왜 구청은 마지막까지 상인들이 요청한 최소한의 부탁마저 무시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