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영화속 구로]가리봉 벌집촌을 떠나는 노동자들 '가리베가스'
영화속 숨을 구로찾기_가리베가스
"가리베가스 5번지에 이사 오신 걸 축하드려요... 저는 이 방에서 5년을 살다 갑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 분일지 모르지만 이 집을 나가실 땐 부디 꿈을 꼭 이루고 가세요."
영화 '가리베가스'는 3공단 한국전자에서 일하던 여공 선화가 오랜 직장이던 한국전자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직장의 기숙사 입소를 위해 가리봉동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선화는 가리봉을 떠나기 전 방안에 홀로 남아 그동안 살아온 작은 방에 입주하게 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 내용은 애정 어린 '가리베가스 5번지' 속 생활 정보와 꼭 다음 방주인들은 꿈을 이루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15년 전인 지난 2005년 영화 '가리베가스'를 만든 故김선민 감독은 지난 2006년 구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산업화의 발전에 따라 내팽겨지듯 떠밀려가는 (가리봉에 대해) 서글픔이 몰려와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를 전한 바 있다.
故김선민 감독의 오랜 지인이었던 구로시민센터 김경숙이사는 영화 '가리베가스'는 "19분의 짧은 단편 영화지만 떠나는 여공과 자리를 채우는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사람'을 다루고 있어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라며 당시 가리봉오거리의 변화과정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가리베가스'에서 나온 선화의 집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구로타임즈가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방문한 결과 여전히 가리봉동 중앙에 현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름은 '솔로하우스'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30여 개에 달하던 방은 19개로 줄어들었고, 외벽 보수공사와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식 원룸으로 바뀌어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자 주인공 선화의 집이던 '솔로하우스'에서 현재 5년째 거주 중이라는 김연령(45, 중국동포)씨는 "다른 원룸보다 깨끗하고 넓어 집을 구하는 조선족들과 1인 가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집"이라고 소개 겸 자랑했다.
김연령씨는 영화 가리베가스에서 선화를 떠나보내던 1층 여자가 앉아있던 의자에 같은 모습으로 앉아 "가리봉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이사 온 곳이 여기 (선화의 집)였다"며 "아주 오래 전부터 살던 사람들부터 지난주 이사 온 교포에 이르기까지 다들 혼자서 살지만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며 환하게 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