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골목의 꽃2] 88올림픽 골목 함박웃음 추억속으로, 알뜰슈퍼 (신도림동)
신도림 변화 50년 지켜봤죠
"내가 처음 가게를 열 땐 여기 다 진흙땅이었어. 장화 없인 다닐 수도 없었지. 1970년도에 가게를 처음 열어서 정말 고생고생 다 했지. 사거리에서만 가게를 3곳이나 옮겨 다녔다니까. 50년의 기간 동안 88올림픽도 보고, 공장이 망해 자빠지는 것도 보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
구로구 내 가장 번화한 곳을 찾으라 하면 대표적으로 '신도림동'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신도림동에도 '서울 속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동주민센터 맞은편 신도림 새마을금고 옆 샛길을 따라 저층 주택가와 공장지대가 밀집된 안쪽동네로 걸어 들어가면 무려 여섯 갈래의 길이 연결되는 육거리 앞 '알뜰 슈퍼마켓'이 바로 그 곳이다.
단골고객들에게 하나씩 덤을 쥐어주며 미소 짓던 최 모씨(70대, 신도림동, 사진 왼쪽)는 신도림동에서만 50년간 슈퍼를 운영했다. 1970년경부터라는 얘기다.
"지금이야 구로구 내에서 가장 반짝반짝하지, 예전엔 아무 것도 없던 동네였지" 웃으면서 50년의 세월을 회상했다.
신도림동에서 슈퍼를 처음 운영하게 된 1970년, 현재 동아아파트 1.3단지 부지를 비롯해 당시 신도림동 일대는 대성연탄 등 많은 공장들이 들어오고, 손님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이었다고.
반세기동안 동네 상점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행복하던 때는 언제인지 물었다. 최씨는 잠시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88올림픽 시절"이라고.
"88올림픽 시절 알랑가?. 그 때가 슈퍼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시절이었어. 공장 노동자들부터 교회에서 동아리 활동하는 청년들까지 다 모여서 올림픽 경기를 보니까. 전부 다 우리 슈퍼로 왔지. 슈퍼에서 술이며 먹을 거며 사다가 같이 경기도 보고. 그때는 여기 발 디딜 틈도 없었어". 마을사람들과 모두 하나로 어우러진 살맛나는 호시절을 담은 일담이었다.
힘든 시절도 많았다. "50년이란 시간 동안 별일이 다 있었어. 가게 월세 문제 때문에 이 골목에서만도 가게 위치를 3번이나 바꿨다니까. 처음 가게를 시작했던 곳은 지금 맞은편 공인중개사 자리에서 1년, 바로 앞 슈퍼 자리에서 이십 몇 년. 그 이후엔 이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했어. 가게 세 문제로 싸움도 일고 힘든 시간도 보내고, IMF 때도 힘들었고… 그래도 지금 코로나 시기가 제일 힘들어".
오랜 세월 이웃으로 함께했던 공장이 문을 닫고 떠나가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여기 공장이 많았을 땐 얼마나 호황이었다고. 매일 공장에서 우리 가게로 와서 빵이며 우유며 간식거리를 사갔지. 가게가 운영이 안 되는 것도 아쉽지만, 여기서 가게 오래 운영한 만큼 경기가 안 좋아질 때마다 오래 같이 공생한 주위 가게며, 공장들이 문 닫는 순간들이 가장 아쉽지. 최근엔 30년 이상 단골이었던 파이프 공장마저 문을 닫았으니 서글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