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골목의 꽃 4] 편의점 바람 이겨낸 '뚝심', 용왕마트(개봉3동)

옛 추억을 드립니다

2020-09-28     정세화 인턴기자
모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용왕마트

 

"저희 어머니가 오랜 시간 운영하셨죠. 한 20년 이상? 지금은 어머니랑 같이 슈퍼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은 저희 가족에겐 생활 터전이자, 동네 사람들에겐 추억의 가게이죠"

개봉2동과 개봉3동을 가르는 개봉로 안쪽 장미공원 옆, 바다가 절로 연상되듯 파란색 배경에 용왕이란 이름의  강한 느낌의 '용왕마트' 네 글자가  적힌 슈퍼 간판이 보였다. 

근방 100미터 이내엔 미니스톱, GS25, 코사마트 등 편의점들이 수두룩하지만, 모자가 운영하는 '용왕 마트'는 25년간 개봉3동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화곡동에서 슈퍼를 하다 이곳이 너무 목이 좋은 거야. 옛날엔 장사가 엄청 잘 됐어. 지금은 빌라가 들어서면서 세대가 엄청 늘어났는데 가족이 핵가족화 되니까… 옛날엔 가족도 많았지. 편의점이란 게 어딨어. 그냥 동네 주민들이 다 우리 슈퍼를 찾았지." 

올해로 이 자리를 지켜온 지 25년 차,  70대 전후로 보이는 가게 주인 A씨(여,개봉3동)는 단독주택들이 허물어지고 들어서는 빌라와 세대변화를 보면서 여러 감회가 드는 듯했다.  

 

 

 강산이 두세번 바뀔 정도의 시간을 운영해왔으니 이런저런 추억과 이야깃거리도 적잖은 듯.

 "몇 년 전에 한 할머니가 오셨어. 가족 때문에 7년 동안 해외에 나가 살다가  다시 개봉동으로 들어왔는데, 우리 가게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너무 반갑다'고 했어. 늘 같은 자리에 지키고 있으니 옛 시절도 생각나고,  요리하다 급할 때마다 필요한 식자재를 사가던 얘기를 하면서 너무 반갑다 말하는데 기분이 좋았죠. 오랜 시간 운영한 만큼 이 동네 추억거리가 된다는 게 의미 있어요"

장사가 너무 잘되면서 벌어졌던 이런저런 '신경전'과 스트레스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 장이 됐다. 

"가게가 너무 잘 되니까 다른 마트와도 신경전이 있었어. 바로 앞에 C 마트가 있는데, 여기가 장사가 너무 잘 되니까 편의점을 하라고 나를 회유하기도 했어. 근데 나는 편의점 같은 거 보다 정감 넘치는 우리 가게가 좋으니까… 편의점 안 한다고 거절하니 구청에 신고하기도 하고… 힘들었지,  힘들었어…".

편의점 등에 밀려 전통적인 동네상점들이 골목골목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구멍가게'로도 불리는 동네상점을 이처럼 뚝심 있게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의점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 같이 오래된 동네 가게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여즉 지키고 있는 거지 뭐…누군가는 추억할 공간 하나는 필요하잖아요?" 어머니 사장님의 이유있는 설명이었다. 

어머니 옆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아들(40대 후반)도 "어머니에게 소중한 공간인 가게 일을 도와줄 수 있어 그저 기쁘다"는 말로 든든한 지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