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게 듣는다_구로을]"다문화 구로 이제 정치인 나설 때"
청소년위한 공간 필요… 지역구에 대한 애정부터
신도림동, 구로동, 가리봉동으로 이어지는 구로(을)지역은 오늘날 변모하는 구로구의 다양한 색깔을 가장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곳이다.
중국교포나 한족 등 외국인 주민들이 늘어나고, 베드타운인 일반 주거지 옆으로 IT빌딩이 집적된 디지털단지 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에게 듣는다>기획 두 번째로 구로(을)주민들에게 들어본 지역에 대한 바람 속에는 오랜 지역숙원인 구로동 차량기지이전 등 '단골'의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았지만,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삶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특성 담긴 생활문제들에 대한 정책적 해결을 요구하는 소리도 상당 부분 터져 나왔다.
다문화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대책요구는 4년 전 제기수준을 넘어 이제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지경에 왔음을 의미하는 '붉은 신호등'이었다
"중국교포 등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어 서로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살면 좋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구로시민생협 사무국장이며 구로동주민이기도 한 이정은(44, 구로3동)씨는 동네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가족과 잘 어우러지면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아이들도 글로벌 인재로 키워나갈수 있는 등 구로의 장점이 많은데, 문화적 차이를 서로 극복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다문화인들을 위한 교육등 각종 지원이 잇따르는데, 이것이 오히려 한쪽으로 쏠려있다보니 기존 주민들 속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상당해 기존 주민과 다문화 주민의 화합까지 고려한 균형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무리로 쪼개지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하는 이씨는 그래서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다는 A씨(41, 남)도 가리봉동에 이어 구로2동, 구로4동으로 중국 가게들이 늘어날 만큼 지역사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역차원의 실태조사와 종합대책 등을 세웠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같은 대책을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대한 보다 밀도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지역현장에 맞는 실질적 정책을 마련하고, 정책 수행에 필요한 예산 등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시장 뒤쪽 골목길이 제 멋대로입니다. 음식물쓰레기도 종량제 봉투가 아닌 검은색 일반 봉투에 버려지고, 차량은 여기저기에 주차됩니다. 기초질서가 무너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동네에서 분쟁이 잦아지고요. 중국사람들과 싸우기 싫어서 주민들은 구로동을 떠나고 있어요".
남구로시장안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 P(52)씨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중국인들과 기존 주민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같은 방안의 하나로 대화창구의 다양화를 제안했다.
지역에 살고 있는 중국교포들의 대표성을 갖는 사람들에게 마을에서 서로 지켜야 할 기초들에 대해 교육하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갖도록 하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정치인 아니냐고 말한다.
P씨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주민간 갈등 뿐아니라 학교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인근 초등학교 입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교포들의 자녀들이라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구로동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며 지역정치인들의 관심과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마련이 시급하다는 소리도 나왔다.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의 양수미(44, 구로4동)이사장은 "청소년들이 PC방 밖에 갈데가 없다"며 편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안팎으로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장은 "요즘에는 아이들이 누구네 집에 가기도 그렇고, 학교체육관도 닫혀 사용하지 못하고, 학원에 다니느라 잠깐씩 쉬는 시간을 갖는 정도"라며 "학교 내에 카페테리아 같은 소통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들 대상으로 독서교육 등을 진행하는 홍상희(49, 구로2동)씨도 "오케스트라 등 각종 지원 정책이 너무 초등학생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며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지역에 절대 부족한 청소년공간운영과 관련해 어른들의 잣대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활용공간에 대한 의견을 내 책임지고 운영해보도록 하는 방식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구로1동에 자리잡고 있는 구로차량기지 이전도 그중 하나다. 1974년 건설된 이래 지역주민들의 숙원인 구로차량기지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광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기재부의 타당성 결과와 가능성 및 시점 등에 많은 주민들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전 '확정'소식을 갈구하는 민심 한편으로는 결국 이번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는 실망감과 불신의 소리가 적지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구로1동에서 28년간 거주해왔다는 안혁기(54)씨는 "정치하는 분들이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연 뒤, 그동안 다 된 것처럼 얘기해 오던 철도기지 이전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타당성 조사 중이라고 들었다며 "불신만 팽배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로1동에 사는 한 주민(남,40대)도 차량기지이전에 대해 "확정이 안됐는데 된 것처럼 해서 사람들 마음만 심란하게 했다"며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마치 된 것처럼 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정치인들이 '잘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넣어주기보다 진행되고 있는 상황 그대로 주민들에게 공식보고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자리 걸음 상태에 있는 가리봉동이나 신도림동 안쪽 동네 개발 문제도 여전히 지역유권자들 사이에 큰 현안으로 제기됐다.
신도림동 주민 정병락(60)씨는 신도림동 앞쪽 경인로변으로는 백화점등 대형 주상복합건물등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뒤편으로는 수백개의 소규모 공장들이 늘어서 있어 개발이 시급하나 의견차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디지털단지내 기반시설 및 상권의 활성화대책, 디지털단지와 지역주민과의 상생 발전대책, 신도림역으로 연결되는 구로1동 마을버스 노선확장, 구로(을)에 절대부족한 녹지공간 확대방안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4년에 한번 선출하는 총선 앞에서 유권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동네나 연령대, 계층 등에 따라 터진 봇물처럼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현안보다 지역정치인이 갖춰나가야 할 자세에 대한 지적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주민(남, 50대)은 "위정자들이 지역구에 대해 '고향'처럼 남다른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장기적인 큰 밑그림속에서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선출직이라 개별 주민의 소리를 무시하지 못해 특정 의견을 반영한 특정 지역 환경개선 중심으로 가는 경향도 있는데, 이왕 일을 하려면 지역 전체 주민에게 '와'라는 탄성의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