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이야기 ] 혁신의 무대
구로동 이야기
"야, 조용히 해!" 한 마디 들을 줄 알았다. 눈치가 없기는.... 쯧쯧쯧! 곁에 앉은 3학년 누나들 둘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것을 뒤에 앉았던 1학년 남학생 꼬맹이 둘은 미처 보지 못한 탓이다. 누나들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몸도 반 넘게 앞으로 기울여 온 신경을 다 써서 무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렇게 뒤에서 킬킬거렸으니 말이다.
혁신교육 한마당에서 펼쳐진 극장 축제를 파랑새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간 날의 일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우리는 종종 걸음으로 아트밸리로 달려갔었다. 최근 구로가 이런저런 무대와 공연들로 풍성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극장에서 뮤지컬을 하는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고 있자면 정말 감격스런 기분이다.
얼마나 즐겁게, 얼마나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지는 무대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과 지역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감동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기량이 월등한 무대도 있었고, 조금 부족한 점도 있었고, 저 멀리 안산에서 온 친구들의 공연 과정에서는 뒤편에서 안타까운 일들도 벌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과정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 날 밤이 너무 행복하고 정겹고 소중했다.
중학생 언니, 오빠들의 공연을 보며 무슨 생각에 잠기는지 꼼짝도 않고 지켜보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이 엿보이고, 무대도 무대지만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도 구로에서 살아가는 남다른 자긍심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두고 말들이 없지 않은 것을 모르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또 인력도 없이 위에서 떨어진 사업들을 수행하느라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한편으로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고 애를 쓰는지 모르지 않는다. 혁신교육지구 속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결의가 무산되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 속에 사실은 애쓰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은 얼룩져 있으리라.
하지만 만약 하지만 이라고 말해도 된다면 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주인공으로 자신의 서사를 꾸려갈 수 있는 굳은 신념과 남다른 철학이 없다면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앞으로의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란 고민이 있기에 혁신교육지구사업은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미래의 준비를 누구 혼자 할 수는 절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혁신교육지구 사업 속에서 민관학 거버넌스의 운영 방식이 빛을 발한 것이리라, 그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 성현의 지혜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민관 거버넌스이다.
누구든 우리의 미래 세대들의 교육에 제대로 관심을 갖고, 스스로 책임있는 주체가 되어 우리 아이들의 교육 문제, 우리 미래의 삶을 함께 가꾸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함께 준비하고, 이야기하고, 실행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민관 거버넌스의 요체이다.
지난 화요일 구청에서는 올해의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도 사업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위한 혁신교육지구 토론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와 마을 및 교육복지 등의 교육에 주된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소위 교육의 5주체들이 모여서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두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성토도 많았고, 제안도 많았던 자리다. 희망도 보이고 염려도 보이는 자리였다. 하지만 내년은 좀 더 힘차게,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을 위해 그렇게 구로의 혁신교육지구가 제대로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구로구의 혁신교육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