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우리동네이야기 27]신도림 경인로변
공장지대에서 지역 '명동'으로
지난 15년가량 동안 구로구라는 지역내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지역중 하나를 꼽자면 신도림동 경인로변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종근당, 조흥화학, 대성연탄공장 등이 위치해 있던 이 일대는 현재 아파트단지촌과 디큐브백화점과 호텔, 홈플러스등 대형쇼핑몰들이 번듯하게 자리잡으면서 지역내 가장 번화한 장소 중 하나가 됐다. 한마디로 상전벽해라고 할만하다. (사진)
이같은 변화의 첫 시작은 현 신도림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동아1차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이 자리는 원래 조흥화학이 있던 곳이지만, 1995년 7월 경 사카린제조공장에서 염산가스가 유출돼 주민 1천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에서는 이미 그해 6월경에도 가스폭발사고가 일어나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발생했지만, 조흥화학은 시설보수를 완료했다며 공장 가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서울시는 당시 회사 측에 이전계획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이후 회사가 떠난 자리에 1999년 경 동아1차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를 시작으로 삼영화학이 있던 곳에는 동아2차아파트가, 종근당이 있던 자리에 대림2차아파트가 건립됐다. 맞은편에는 대림4차아파트와 푸르지오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 같은 변화는 모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이뤄졌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상가가 늘어났고 환승역인 신도림역 이용객과 경인대로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유동인구는 넘쳐났다. 2011년 경에는 경인로변을 사이로 맞은편에 소재해있던 대성연탄공장이 있던 자리에 주거, 쇼핑 복합공간인 현재의 디큐브시티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더 이상 공장들이 즐비했던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외관적인 발전상 이면에는 아직 1960년대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신도림동 293일대다. 도림천을 낀 신도림동 안쪽동네. 신도림동 일대 대부분 지역이 고층 빌딩지대로 발전했지만 이곳 주민들은 공장들이 떠나면서 오히려 삶이 어려워졌다. 공장과 함께 사람들도 사라지자 상권이 급속히 죽어버린 것이다.
'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 통합주민대표회'의 심민구 총무이사는 "IMF 이후 큰 공장들이 떠나고 남아있는 공장들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로 돌아서면서 인구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1명, 2명, 많으면 5명 정도의 영세 하청업체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 총무는 또 "예전엔 구로동 사람들도 여기로 (생활필수품 등)물건을 사러 올만큼 번성하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빈 가게와 공장들이 많고 남아있는 곳들도 운영이 어려우니 계속 이어갈까 말까하는 기로에 서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1968년부터 5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정병락(59) 씨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일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 씨는 "한국타이어, 종근당 같이 큰 공장들은 직원들이 700~1000명 정도는 됐을 것이고 30~40명 되는 중소업체들도 많았다"며 "출퇴근 하는 사람, 지역에 사는 주민, 기숙사에 사는 직원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라고 2000년대 이전의 신도림동네를 회상했다.
다행히 그동안 개발 방식에 대한 의견이 갈려 갈등을 겪던 이 일대는 지난 5월 중순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통합해 '신도림도시환경정비사업 통합주민대표회'를 발족했다. 지금 이들은 건축심의와 사업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정 씨는 "신도림 일대가 변한 모습을 보면 주민으로서 뿌듯한 생각도 들지만 고층 건물들 가운데 아직 낙후된 공간의 주민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이 곳도 빨리 개발이 돼서 정말 '신'(新)도림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