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사업 찾아라"...구청 '동분서주'
"부족한 우리 구 예산을 메울 외부 공모사업을 찾아라".
구로구를 비롯한 자치구마다 비상이 걸렸다. 국가적인 복지정책 확대로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할 복지분야 예산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는 예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구로구청을 비롯한 서울시 자치구들이 중앙부처 공모사업이나 기업 투자유치에 열의를 올리고 있다.
구로구청 총무과에 의하면 구청에서 관 공모사업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대략 2~3년 전 쯤. 정부의 복지예산 증대로, 그 부담이 사업별 매칭비율로 자치구에 일부 전가되면서부터다.
현재 지역안팎의 공무원 사회 일각에서는 자치단체 복지부담 증가를 두고 '중앙정부의 공약에 따른 정책시행인데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부담지우고 있다'는 식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구로구청의 경우만 해도 이미 복지예산 비율이 매년 증가해 올해 사회복지부문 예산은 54%를 넘겼다.
이에 따라 구로구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은 꼭 필요한 지역사업을 위해 외부지원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나 기업들의 지역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로구청의 경우 전년도에 실시한 공모사업들을 정리해 필요한 사업들을 추려내고 각 부서가 미리 준비하는 방식으로 공모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공모사업 찾아 '구슬땀'= 이 경우 민관협력을 통해 공모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구로구에서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최근 선정된 혁신교육지구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지난 3월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남구로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것도 구청 지역경제과와의 협력으로 나온 성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각 자치구마다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사업의 타당성은 물론 사전 물밑작업 등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구로구청 총무과 관계자는 "공모사업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겠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담당자들과 미리 관계를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치구별 움직임도 한층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로구와 인접한 금천구청의 경우는 올 1월부터 공모사업팀까지 신설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신설된 공모사업팀은에서는 각 부서의 공모사업을 총괄 및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기업투자유치활동 업무도 전담한다.
이곳 관계자는 "공모사업도 중요하기는 한데 이 경우 구가 마련해야 하는 매칭비율이 있어 선정되어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금천구에선 관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업에 접촉해 지역투자유치 활동을 벌이는 일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역 투자유치 공무원도 기업도 '생소'= 하지만 이 같은 대외 투자유치 활동은 기존 공무원사회에서는 없었던 일인 만큼 기업 접촉 및 설득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에서 기업을 직접 방문해 사업안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양측 모두 생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곳에서는 의사결정구조가 관공서보다 더 복잡해 협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기업을 방문해 처음 사업설명을 할 때는 솔직히 무척 떨리기도 했다"며 "최근 의미 있는 투자를 받아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기업이나 관 모두 생소한 것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며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사업안을 제시해 기업의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금천구청은 지난 31일 금천구 관내 강소기업으로부터 1500만 원 상당의 자동화기기 구매 사업을 지원받아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활용, 연간 720명의 저소득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업은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저소득층 300여 명에게 수건, 칫솔, 비누, 물티슈 등의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이어나갔다.
이와 관련해 구로구 지역내 대표적 기업 중 하나로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알려진 '애경산업'의 경우는 사실상 자치구의 투자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적인 기준이 아직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 홍보팀은 "주로 회사에서 직접 결정해 불우이웃이나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준비가 돼 있지만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관에서 사업을 제안해 온다면 건별로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