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역사관 마련돼야"
300년 된 사라지는 마을 기록위해 주민 일각 '시동'
항동주민들이 3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마을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은 보상이후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로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구로구 항동은 오류2동에 속한 법정동으로 350여 년 전부터 김해 김씨 경사파 참판공파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왔다. 이후 약 100여년 전엔 순흥 안씨들이 함께 거주하기 시작했고 전주 이씨, 밀양 박씨 등도 이곳에서 일가를 이뤘다.
오랜 역사와 함께 자연스레 마을 곳곳엔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 인근 산 지역엔 6.25전쟁 당시 파놓은 방공호 흔적이 있는가 하면, 김해 김씨 종가집, 항동산신제 터 등이 남아있다.
항동 개미슈퍼 앞 담배가게는 70년이 넘은 곳으로 어지간한 시골 마을에서도 찾기 힘든 곳이다. <구로타임즈 2013. 11~12월 기획보도 참조>
이밖에도 항동교회의 종탑과 항동철길은 서울시 미래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항동주민비상대책위원회 어용 위원장은 시에 직접 미래유산 지정을 요청했고 시는 지난해 9월 '기억 공유 및 유물적 가치'가 있다며 이를 승인했다. 특히 종탑의 종은 항동교회 설립 시 영국에서 직접 들여온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어 위원장은 "오랜 세월 만들어진 풍습이나 생활에 대한 흔적을 남겨 놓으면 향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 지역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현재는 일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자료 확보가 어려워 진행을 중단한 상황이다.
다만 이 지역 김해 김씨의 후손이기도 한 항동 어린이집 김순자 원장이 신축 어린이집 등 일부 공간에 기록물을 전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아직 기록에 대한 바람을 놓지 않은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원장은 "항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제 항동 마을이 없어지고 항동 어린이집도 이전하게 된다. 철거들어가기 전에 옛 자료를 찾아보려고 하는데 쉽진 않다"라며 "보금자리 단지가 조성이 되면 역사관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일부 거론되고 신축하는 어린이집 한 부분이라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어디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향토문화를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의 시행사인 서울도시개발공사(SH) 측은 "아직까지 어떤 주체로부터도 협의가 들어온 적은 없다. 해당 사안에 대한 협의는 개발계획 2팀에서 일임하고 있다"며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검토는 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SH 측은 다만 "보금자리지역 외 건축물을 활용하는 사안이라면 SH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며 "만약 보금자리지역 내에 전시공간을 마련하려한다면 공공시설의 일부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인데 이 경우 추후 관리를 맡을 주체를 정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축될 항동 어린이집은 항동 그린빌라 맞은편(항동 12-19)에 들어서게 되며 이곳은 항동 보금자리주택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