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우리동네 이야기 13] 300년 된 마을 보호수, 천왕동 은행나무
남부교정시설 인근 천왕산(천왕동 산 38-1)에는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보호수 은행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나무의 높이는 13.5m, 둘레는 3.8m나 된다.
이 은행나무는 교정시설이 들어서기 전, 천왕마을의 입구였던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300여 년 전 천왕동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던 청주 한 씨의 9대조 할아버지가 집 뒤 언덕에 심은 유서 깊은 나무다.
지난 10월 7일 초가을의 정취가 한창인 때 찾아가 확인한 은행나무는 한눈에도 주변의 나무들과는 달리 압도적이고 신묘한 분위기를 뽐냈다. 300년이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게 잎도 파랗고 무성했다.
다만 지금은 일반인이 이 나무를 직접 보기는 어렵다. 원래 은행나무 행(杏)자를 써서 행촌(杏村)이라고도 불렀던 이곳에 고척동 소재의 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정시설의 새이름)이 이전해 들어오면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교정시설 부지는 아니지만 교도소와 인접한 관계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이 일대를 자주 순찰하는 교정시설 관계자들은 "큰 은행나무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줄은 몰랐다"며 "이 나무가 그렇게 오래 된 거냐"고 되물어 오기도 했다.
이 은행나무는 과거 마을주민들에겐 매우 특별한 나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주민들은 은행나무 잎에 싹이 트는 모양을 보고 한해의 풍작과 흉작을 점쳤다고 한다. 또 은행나무가 밤에 울면 재앙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어 상서롭지 않게 여겼다.
청주 한 씨의 후손 한만선(64,오류동) 씨는 "우리 부모님 세대 때엔 도당제도 지내는 등 옛날엔 마을사람들이 굉장히 위했던 나무였다"며 "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매년 단옷날이면 볏단으로 엮은 줄을 매달고 그네 뛰기를 할 만큼 주민들과 가까운 나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된 건 1981년 10월 27일이다. 현재는 구로구 공원녹지과에서 1년에 두 차례 방문해 영양제를 주입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
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다녀갔는데 나무의 상태는 건강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