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구로의 또 다른 얼굴, 중국교포] 성공회대 이종구교수 인터뷰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 역할, 이웃주민과 연계한 방식 필요

2014-03-11     박주환 기자

성공회대 사회학과 이종구 교수가 지적한 중국동포와의 갈등 이유는 단순했다. 이 교수는 이것이 국가적인 문화 차이보다 도시-농촌 간의 차이에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농촌사회 삶의 양식에 익숙한 중국동포들이 대도시인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 적응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로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도로 주민들이 서로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다음은 이종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중국동포들이 가리봉동을 중심으로 모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리봉동에 오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몰린다. 일자리, 먹고 자는 게 다 해결된다.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가리봉동은 적은 돈으로 초기에 정착하기 좋은 곳이다.
 
 ▷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장기정착하려는 의도가 강한가?
세대별로 다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국적회복을 하면 기초수급자가 되고 노령연금도 나오고 하니까 빨리 중국국적을 포기하고 국적회복절차를 밟고 싶어 한다. 젋은 세대들은 중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해 오히려 중국여권을 갖고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내국인과 중국동포사회 간의 갈등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양쪽이 단절돼 있어서 서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게 문제다. 중국동포들은 기본적으로 농촌 사회에서 살았을 텐데 우리나라도 시골사람이 서울에 올라오면 어리둥절한 게 당연한 것 아니냐. 말하자면 연변이라는 데가 중국의 중심도시도 아니고 촌에서 네 것도 내 것도 없던 사람들이 별안간 서울에 와서 살려니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갈등이 특히 오래됐다.
쓰레기봉투 값이 얼마 안한다. 중국동포들이 봉투사기가 정말 어렵고 이게 지역의 문제가 된다면 구에서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지난번 구로구청에 시민단체 보조금 자문위원으로 참가해 보니 단체에 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더라. 어떤 단체에는 사무국장의 월급이 월 250만 원 가량 책정 돼 있던데 이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부구청장에게 따졌다.

위원 중 한 명은 봉사를 하려면 봉사정신을 갖고 해야지 왜 월급을 받으면서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게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인데 재중동포 생활문화 개선사업이라는 중요한 명분이 있으니 협의회 보조금을 일정부분 깎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한국사회 병든모습 반영"
▷ 외국인 범죄가 발생 할 때 중국동포들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더 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을 비하하는 가치관이라는 게 6.25때 중공군과 싸웠던 것도 있겠지만 과거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앞장서서 나쁜 짓 했던 인물들이 독립 후에 이어져 오면서 중국인을 깔보는 감정이 계속됐을 수 있다. 또 국가대항 경기에서 한국이 졌을 경우 우르르 몰려 상대편의 홈페이지 등에 비난의 글을 올리는 식의 3류 민족주의가 있다. 이 3류 민족주의는 안으로는 전라도사람에 대한 비하라든가 장애인,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은 한국사회의 병든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 2010년 발표한 '재한 중국동포의 에스티시티(ethnicity 민족성) 변용에 관한 연구'에서 '기존 한국사회의 규범과 제도를 수용하도록 하는 동화모델보다 중국동포들의 민족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오사카가의 이쿠노구라고, 조선인들이 옛날에 전쟁 때 개천굴착공사로 끌려왔다가 주저앉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다. 내가 일본으로 유학 갔을 때만 해도 그 동네에 사건이 나면 일본경찰이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의 할렘가 같은 경우도 경찰은 흑인이다. 백인 경찰 투입해도 통하지 않는다. 일본에 살았던 한국인들도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칠어 졌다. 소수민족이라는 건 원래 그런 행동양식을 보이기 때문에 이상하다고만 볼 게 아니다. 당연히 억지로 관리하려고 하면 안 된다.

교육도 좋지만 일방적으로 집합해서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관할부처가 여러 개인데 한글 가르친다고 교육부, 여성부 등 오라 가라 하는 데가 많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민들끼리 같이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야 한다.
 
 ▷ 갈등 해소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나서서 서로 대화 모임을 주도한다든가, 대화 모임이 어렵다면 일요일에 남자들끼리 모여서 공을 한 번 찬다든가, 공 한 번 차고 동포들이 하는 음식집에 가서 술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하는 식의 다양한 의사소통 시도가 중요하다. 중국사회도 다 조직화 돼서 리더들이 있을 테니 양쪽 사회의 리더들끼리 만나서 대화를 하며 풀어야 한다.

이민족도 아니고 조선족들은 1945년 전쟁이 끝났을 때 귀국하지 못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귀국이 늦었다는 것인데 정부의 책임이 상당하다. 동포들이야 말로 일본 식민지 시대 최대의 피해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