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쿠칭이 뭐길래…

2013-07-15     송희정 기자

작년 11월 7일 구로구의회와 '우호교류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던 말레이시아 남쿠칭시가 이성 구청장과 황규복 의장, 박종현 부의장 등을 공식 초청한 가운데 출국 일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이성 청장이 돌연 방문계획을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쿠칭시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의 주도인 쿠칭(Kuching)의 남쪽 행정구역이다. 한국 지방자치제도와는 달리 남쿠칭시는 행정과 의회가 일원화돼 있다. 비록 이름조차 낯선 도시지만 작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던 날 구로구의회 일부 구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강행해 논란이 됐던<구로타임즈 463호 2012년 9월3일자> 그곳이라 부연설명하면 무릎을 탁 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남쿠칭시가 작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구로구에 대표단을 보낸 데 이어 올해 5월 4일에는 자국의 독립기념일 축제기간(7.12~8.4)에 이성 청장과 구의회 의장단을 공식 초청했다.

현재 구청은 남쿠칭시와 어떠한 교류관계도 아니다. 작년 8월 5박6일 일정으로 남쿠칭시 해외연수를 다녀온 구의회 측이 양 도시 간 우호교류협력체결에 나서줄 것을 구청에 제안해 실무진 선에서 잠시 협의가 진행된 일은 있었어도 초청장이 날아오기 전까지 MOU체결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때문에 이성 청장의 남쿠칭시 방문은 지역사회 안팎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본지가 취재에 들어간 지 3일째 되던 지난3일(수) 오전 돌연 이성 청장의 방문계획이 취소됐다. 구청 측은 장마철 재난상황 등을 고려한 일정취소라고 밝혔다.

남쿠칭시와 구로구청 간 '가교역할'을 자처했던 구의회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 함께 초청된 박동웅 운영위원장과 박칠성 도시건설위원장, 박용순 내무행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3인도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이성 청장과 같은 날 일정을 취소하면서 구의회 내부는 물론 구의회와 구청 간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10일 현재 계획상으로는 구청에선 이성 청장을 대신해 한수동 부구청장과 최동욱 기획경제국장, 직원 1명이, 구의회에서는 황 의장과 박종현 부의장, 사무국직원 2명이 남쿠칭시 방문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방문일정은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3박5일이다.  구청은 현지에서 남쿠칭시와 자매결연이나 우호협력이 아닌, 경제분야와 청소년교류 등 특정분야에 대한 '특별협약' 형식의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특별협약의 경우 지난 2009년 구청 대표단(단장 부구청장)이 미국 페어팩스카운티교육청을 방문한 가운데 '청소년문화교류합의서'를 체결한 전례가 있다.  

이성 청장이 자칫 외교상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방문일정을 취소한 배경은 무엇일까?

다수의 지역인사들은 당초 성급하고 무리하게 구청과 남쿠칭시 간 우호교류협력체결을 종용한 구의회 측이 부른 결과라는 풀이를  내놓는다.

관련규정상 구 집행부가 밟아야 할 자료조사와 사전협의 등 선행절차에 대한 일체의 고려 없이 미리 날짜부터 정해놓고 "집요하게 요구한" 구의회 측으로 인해 구청의 일부 공무원들이 적잖이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구 내부사정에 밝은 지역인사들은 집요하게 요구한 당사자로 박종현 부의장을 지목하고 나섰다.

한 지역인사는 "작년 구의회 해외연수지로 남쿠칭시를 가게 된 일이나, 남쿠칭시 건으로 구청 공무원들이 진땀을 뺀 일이나, 이성 청장이 방문을 결심하게 된 일이나 그 속 이야기를 듣다보면 하나같이 박 부의장이 관련돼 있다"며 "예산의결권을 쥔 데다 견제감시 역할을 하는 구의원이다 보니 아무리 좋은 뜻에서 그랬다손 치더라도 실무일을 하는 구청 공무원들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인사는 "남쿠칭시장은 집행부 수장과 의장을 겸임한 인물이라 한국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구의회와의 MOU체결이 곧 구청과의 MOU체결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해외교류란 한 번 하고마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양 기관 간 무엇을 교류할 것인지 목표를 명확히 한 후에 연간계획을 갖고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데 행정절차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다보니 구의회가 다소 오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부의장은 "잘못된 얘기"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박 부의장은 "(이번 초청 건에 대해) 의장단 있는 데서도 구청장에게 편하게 생각하시고 일정이 바쁘시면 안 가도 된다고 다 얘기했다"며 "자꾸 나쁘게 마음먹고 나쁜 말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또 "작년 11월에도 구청장이 준비 철저하게 하라면서 (MOU체결을) 한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왜 안하려고 했는지 나도 수수께끼다"며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 (교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는데 사업을 하려면 조용히 개인적으로 하지 왜 구청에 연결해주고 디지털단지 기업인에게 연결해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횡규복 의장도 MOU체결에 대한 구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 의장은 "처음부터 구청이 MOU를 체결해야 했고, 이번도 그 MOU체결 때문에 구청장이 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작년 11월 7일 구청장 주최 오찬에서 사라왁주 수상으로부터 공식 초청 발언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생뚱맞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의장은  이어  "사라왁주와 남쿠칭시는 구로디지털단지에 관심이 많아서 의장으로서 이번 교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