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세요" vs "사퇴하세요"

2013-06-24     송희정 기자

올해 첫 감사대상에 오른 구민감사옴부즈맨은 행정사무감사(행감) 첫날부터 구의회 안팎을 뜨겁게 달구며 숱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19일 내무행정위원회 행감장은 오전 10시께 감사 시작과 동시에 정회가 선포됐다.

박용순 위원장이 행감 개시 선언에서 이득형 옴부즈맨의 불출석 사유를 밝히자 일부 의원들이 감사대상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이 낭독한 불출석 사유는 주 20시간 근무원칙에 따라 월요일 근무시간(오후 2~6시)이 아닌 오전시간대 행감장 출석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출석시켜야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항의에 10분간 정회를 선포했다.

이 옴부즈맨은 동료들의 전화를 받고서 이날 오후에 감사장에 출석했다. 이 옴부즈맨은 "주20시간 옴부즈맨 근무기준에 따라 월요일 오전에는 강남 모처에서 다른 일을 하는데 월요일(17일) 공문을 통해 분명 오전 불출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음에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당일 오전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발송 공문이 행감 전에 의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무위 소속 의원들은 19일 행감 시작 전까지 이 옴부즈맨의 불출석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회사무국이 작성한 개시 선언문을 낭독한 박 위원장조차도 공문의 존재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전언이다. 이 옴부즈맨은 "공문내용을 위원장이 낭독할 문건에 적시하면서 사무국 측이 사전에 그 내용을 (의원들에게) 전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이 옴부즈맨이 발송한 공문은 기획예산과를 거쳐 구의회로 넘어오면서 의장 앞으로 수신된 공문이 아닌 의회담당 공람으로 들어왔다"며 "보통 회의가 열리는 날 (의원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행감장에서 이 옴부즈맨의 불출석을 질타했던 박동웅 의원은 "공문을 미리 봤더라도 1년에 딱 하루, 구민을 대표해서 감사를 진행하는 자리라면 본인이 알아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며 "공문 하나 보냈다고 끝이 아니라 사전 상황설명을 하든지 그것이 아니라면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옴부즈맨 불출석을 둘러싼 논란은 박동웅 의원의 '발언파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옴부즈맨 측 주장에 따르면 정회선포 후 박 의원이 차태환 옴부즈맨과 대화하는 중에 "삽질" 발언을 했다는 것. 주20시간 근무에 따른 박봉으로는 부득이하게 '투잡(two job)'을 뛰고 있는 옴부즈맨 처지를 이해해 달라는 차 옴부즈맨의 해명에 박 의원이 "그러려면 삽질하세요, 삽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옴부즈맨 측은 구의회에 공식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20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삽질" 발언은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참석할 수 없다는 해명에 그렇게 하려면 '사퇴'하세요, 라고 했지 '삽질'이란 발언은 없었다"며 "구민에 대한 예의가 없는 데다 본인들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옴부즈맨 측은 "발언에 놀라서 무슨 소리냐며 물었을 때 분명 '삽질'이라 말했다"고 주장했다. 옴부즈맨 측은 이어 "지난 2년간 행감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당시 구의회와 구 집행부가 독립성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라며 "감사대상에 포함시킨 것부터 공문과  박 의원 발언까지 미리 시나리오를 짠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