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장실]구로구 민원 쏟아진 공론의 장

박원순 서울시장 '현장시장실'1박2일...주민들 성토 주장 제언 빗발쳐

2013-05-06     송희정 기자

 

1박2일간에 걸친  구로구 현장 시장실 마지막날 공식일정으로  2일 오전 구로구청 5층 강당에서 열린 청책토론회가 끝나자 마자 미처 발언기회를 얻지 못한 한 어르신이 마을현안과 관련한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하고 있다. 박 시장은 바쁜 일정에도 묵묵히 이야기를 경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구로구 '현장시장실'은 주민들의 성토와 주장, 제언이 빗발친 '뜨거운 공론장'이었다.

지역현안과 민원에 대한 문제와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주민들은 5월 1일 수요일 낮 11시부터 시작된 현장시장실 일정에 함께하면서 때로는 호통치고, 때로는 조곤조곤 일러주며 현장에서 답을 구하겠다고 직접 걸음 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한껏 맞아들였다.
 
 항동보금자리 '설전'
박 시장은 첫 일정이던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 방문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당초 공식일정에 없었던 항동방문은 이곳 주민들의 요청으로 방문일 4~5일 전에 급히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의 보상지연 탓에 재산손실은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감내해야했던 항동주민들은 박 시장의 보상일정 확약을 요구하며 장장 1시간15분 동안 밀고 당기는 설전을 벌였다.


이날 박 시장은 "오늘 저녁 회의 때 논의해서 결정되면 내일 결과를 알려 줄 것이고, 만일 당장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한 달 이내 시장실에 모셔서 결과를 말하겠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바로 약속을 지켰다. 2일 오전 지역현안 청책토론회 자리에서 박 시장은 "죄송하다. 지난 3년간 보상하겠다, 사업하겠다, 약속해놓고 못했다. 분노하고 항의하실 만했다"고 사과의 뜻을 전한 뒤 "금년 중 최단시간 물건조사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무조건 보상하겠다. 기채발행이 안되면 (SH공사의) 자체자금을 써서라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속았으면 행정을 이렇게 불신할까 고민했다"며 "향후 시와 구, 주민대표 간 협의체를 만들어서 진행경과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이종수 SH공사 사장과 시청 주택정책실 진희선 주거재생정책관을 인사시키며 "두 분 책임자가 약속을 한 것으로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항동 보금자리 주민들과의 대화.

 


 구로동 현장 민원 '콸콸'  
구로·금천구 지역언론인과의 오찬 후 구로구청을 방문한 박 시장은 약 30분가량 구가 준비한 11개의 주요현안사업을 보고받은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현장일정을 이어나갔다. 이날 박 시장의 구로동과 가리봉동 방문은 곧 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인 구로1재개발과 가리봉재정비촉진사업 민원인들을 맞닥뜨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구로1재개발 정비예정구역 내 찬·반 민원인들은 오후 1시50분 구로4동자치회관에서 있은 남구로역 새벽인력시장 MOU 체결식 직후부터 박 시장을 따라붙었다.

찬·반 민원인들은 "실태조사 결과로 의견 구하라" "(개발) 해제, 해제" 등의 구호를 각각 외치며 구로4동 자치회관에서 남구로시장 현장브리핑 장소까지 박 시장과 동행했다.

이날 남구로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브리핑 장소에서는 이곳 시설현대화사업 관련 민원인까지 가세하면서 이 일대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박 시장은 현장에서 불거진 각종 민원을 묵묵히 경청하는 한편 동행한 이성 구청장과 시·구의원, 구청 간부들에게 그간의 경과와 조치계획 등을 묻기도 했다.

 

▲ 고척 돔구장 방문

 

 

▲ 가리봉개발관련 주민들의 민원청취

 

 

 

 

돔구장 현장실무자 '쩔쩔'
10년째 개발이 답보상태인 가리봉재정비촉진사업지구 내 일부 주민들은 1일 오전부터 구청 앞 광장에서 항의시위를 시작했다. 오후 2시경 구청 지역현안사업 보고가 끝난 직후에는 박 시장이 탑승한 차량 앞에서 '실현 못할 개발, 하루빨리 풀어주라' 등의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를 이었다.

이날 사업지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산동 대륭포스트타워5차 옥상에서 있은 현장방문 중에는 박 시장의 요청으로 '사업백지화'와 '계속추진'을 각각 주장해온 주민대표 양측이 발언기회를 얻기도 했다.

고척동 서남권 돔야구장에서는 박 시장과 정승우 시의원 등의 날선 질문에 실무책임자들이 쩔쩔맸다. 이날 박 시장은 교통영향평가의 정확성과 설계변경, 추가공사비 등의 적정성을 따져 책임을 물었고, 정 의원은 태풍대비 확실한 안전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안 그래도 애물단지인데 (준공 후) 말썽이 나면 큰일"이라며 "(실무자들이 오늘 답한 내용은) 다 녹음 되는 것이니까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구간과 고척동 마을회관 건립예정지(고척2동 156번지 마을공동주차장 내) 방문을 끝으로 현장일정을 마친 박 시장은 오후 5시50분경 현장시장실이 설치된 개봉2동 가린열북카페 개소식에 참가한 후 7시10분부터 이곳에서 약 1시간동안 15개동 주민자치위원장들과 함께하는 '주민대표와의 대화' 자리를 갖고 동네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서부간선도로 현장방문

 

 

고척2동 마을회관 건립현장

 

 


 박 시장 선물보따리는?
현장에서 구한 답을 놓고 실현가능성을 도출하는 '지역현안 검토회의'는 박 시장과 이 청장, 시·구 간부 및 실무진 80여명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장장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검토결과는 다음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지역현안 청책토론회'에서 주민 300여명의 귀가 쏠린 가운데 공개됐다.

박 시장은 △서부간선도로 지화화 사업과 △경인·경부선철도 지하화 추진협력 △고척동 마을회관 건립에 따른 시유지사용 △남구로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추가비용 6억원 특별교부금 지원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구청사 사업비 8억원 내년도 특별교부금 지원 △항동보금자리 내년 상반기 중 보상 등 5개 사업추진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와 함께 △돔구장 대책과 △개봉역 앞 남부순환로 구조개선 △남구로역 주변 안전대책 △교정시설 이적지 복합개발 및 제2행정타운 조성 △온수산업단지 재생계획수립 △가리봉재정비촉진사업 등 6개 사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와 절차 등을 거쳐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구로에서 가진 1박2일간 일정에 대해 "서류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현장에서 보는 것이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며 "핏발선 눈동자도 보고 목소리도 들으면서 그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신경 써서 제대로 해결해야하는 일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1일 저녁 7시 가린열북카페에서 열린 주민대표와의 대화. 15개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이 돌아가면서 전달한 각 동의 현안과 관련, 박원순 시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가운데 밤11시까지 약2시간 30분간에 걸쳐 현장에서 구한 답을 놓고 실현가능성을 도출하기 위한 지역현안 검토회의가 진행됐다.   

 알맹이 없어 "아쉽다"
청책토론회에서의 현안 검토결과 발표에 이은 의견청취 및 토론은 박 시장의 이후 G-밸리 일정에 쫓겨 주민 5명에게만 마이크 순서가 돌아갔다.
 
제시된 의견은 동물보호법 홍보 및 동물보호명예감시관 실효성 대책을 촉구한 구로1동 주민 과 도로개설을 요구한 구로3동 주민 외에는 모두 개봉1재개발과 구로1재개발 등 개발민원이었다.

 

이날 하고픈 말을 다 토로하지 못한 주민들은 구로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청책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박 시장을 이끌어 하소연을 이었다.또한 기대했던 답변을 듣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구청사 안팎에 삼삼오오 모여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리봉재정비촉진사업지구의 한 주민은 "박 시장이 (가리봉개발에 대해) 10년간 묶어놓아 죄송하다는 말은 했지만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는 없었다"며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현장시장실 일정에 함께한 시청 실무자들은 직전에 방문했던 금천구와 판이하게 달랐던 구로지역 분위기에 대해 "민원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혀를 내둘렀다. 에두른 표현으로 "역동적"이라고 말한 공무원도 있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구청의 한 실무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민주주의란 원래 시끄러운 것이다. 이 정도 갖고 뭘…"이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