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 빠진 찐 빵' 된 개정안

구의회, 옴부즈맨조례안 청구요건 완화 등 빼고 수정가결

2013-04-29     송희정 기자
구로구의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23일  본회의장에서 내무행정위원회 박용순위원장이 상임위원회 심사보고서를 낭독하고 있다.

구로구 구민감사옴부즈맨 개정조례안이 핵심내용은 쏙 빠진 채로 구의회에서 수정가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의원발의로 상정됐던 개정조례안의 원안가결 무산을 두고 일부 구의원들과 지역인사들, 심지어 집행부조차 어안이 벙벙해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감사청구 연서인수완화(100명→50명) △청구인 요건완화(직접이해관계인→이해관계인) △조사대상확대(구제절차진행 중이라도 조정·중재 가능한 경우에는 조사대상) △권고사항 조치기간단축(2개월→30일) △운영실적보고시기변경 등 옴부즈맨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다섯 가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한다. 대표발의자는 박용순 내무행정위원장이며, 박동웅 의원과 류정숙 의원, 김준희 의원도 발의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로구 구민감사옴부즈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구의회 상임위원회 심사가 있은 지난 22일(월) 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실은 이 안건만 놓고서 1시간 넘게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날 박종현 부의장은 조례개정에 따른 감사청구남발 등을 이유로 '계속심사'할 것을 주장했고, 이에 윤수찬 의원과 박동웅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찬성했다.

해당 안건을 놓고 계속 심사할 것인지, 원안 가결할 것인지 의원 간 논란이 계속되자 황규복 의장까지 회의장을 방문한 가운데 원안 통과해줄 것을 부탁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10분간 정회 후 다시 계속된 회의는 결국 '운영실적보고시기변경' 부문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네 가지 내용은 현행조례대로 놔두는 것으로, 류정숙 의원이 재 발의한 가운데 수정 가결됐다.

개정조례안은 23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내무행정위원회 심사보고대로 수정 가결됐다.

계속심사를 주장한 박종현 의원은 "시행한 지 이제 겨우 2년 된 데다 의원들을 설득할 정확한 근거도 없고, 조례개정에 따른 감사청구 남발도 우려돼 이의제기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의원들끼리 갑론을박이 있으니 다음 회기 때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서 개정여부를 가리자는 생각에 계속심사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안건을 발의한 당사자이면서 계속심사에 찬성한 박동웅 의원은 "내용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 간 인식이 다르니 계속심사로 돌려서 한 번 더 논의하자는 뜻"이라며 "청구인수를 50인으로 낮추고, 청구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내용인데 실적보고시기만 통과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민대표라면서...

 "어처구니 없다"

 
지역인사들은 구의회 수정가결을 두고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안병순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구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옴부즈맨제도에 대해서 구민의 대표기관인 구의회가 구민들이 충분히 환영할 만한 조례개정안의 원안 통과를 외면한 것은 스스로 민의를 거스른 것"이라며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며, 관련 후속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옴부즈맨들도 결과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개정조례안은 지난해 옴부즈맨 세미나 때 제기된 개선방안들을 토대로 옴부즈맨들이 직접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태환 옴부즈맨은 "박용순 내무행정위원장 대표발의라 문제없이 통과될 줄 알았다"며 "옴부즈맨이라는 좋은 제도가 시행 중인만큼 좀 더 많은 구민이 이용토록 문턱을 낮추고, 구로에 살면서 억울한 일을 겪는 구민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개정을 바랬던 것인데 어쩌면 전국의 벤치마킹모델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탄의 목소리는 일부 의원들에게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계속심사하자는 말은 곧 안건을 사장시키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다시 발의해서 수정 가결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옴부즈맨들 얼굴을 어찌 쳐다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황규복 의장은 "구의회 동료의원들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의장이 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가 안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