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항동민심 부글부글
보금자리주민대책위, 19일 국토부 서울시 SH공사 간담회 현장
항동 민심이 폭발했다.
2010년 3월 정부의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이하 항동지구) 발표 이후 3년 가까이 보상이 지연된 데다 최근에는 재원조달의 관건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 승인을 놓고 서울시와 국토해양부 간 '핑퐁게임'이 거듭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이미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를 대로 오른 분위기다.
항동지구의 성난 민심은 지난 19일(화) 오후 5시 보금자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서울시·SH공사 간담회 자리에서 오롯이 표출됐다.
이날 간담회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마을어르신 등 100여명이 사무실 앞마당에서 항의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주민대표와 관계공무원 간 3시간 가까운 논쟁과 설전으로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바깥 농성장의 한 어르신은 "이제나저제나 보상만 기다리다 엄동설한에 보일러가 고장 났어도 고치질 못하고 냉골에서 자야하는 우리 사정을 알고는 있느냐"며 "3월 공사채발행해서 보상해준다는 약속을 하기 전에는 오늘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엄동설한 냉골서 자봤나?" 주민 격분... "3월 공사채 진행하라"
또 다른 주민은 "사람이 생목숨을 끊은 파주 운정지구와 용산이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3년간 재산권행사는 못하고 빚에 쫓기다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며 "이곳 주민들은 지금 미치고 돌아버리기 직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2일 주민들이 세종시 국토부를 방문했을 때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하 계획변경안) 승인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공사채 발행 시기가 당초 3월에서 9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는 답변이 불거지자 이에 격분한 주민들의 항의와 요구로 성사된 자리다.
3개 관계기관 담당자들이 한 날 한 시에 주민들과 마주한 것은 이날 간담회가 처음이다.
항동지구는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미 2년 전에 보상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SH공사의 자금난과 맞물려 재작년과 작년 단 한 푼의 보상비도 책정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시가 임대주택비율을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하면서 행정안전부 공사채 발행기준(연 수익2%)을 충족 못해 자금 융통의 길도 막혀버렸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작년 9월과 10월 두 차례 보상을 촉구하며 시청 앞 아스팔트투쟁을 벌였다.
이에 시는 올해 항동지구 관련 381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3월 공사채 신청을 약속하며 그간 사업성의 걸림돌이던 임대비율을 48%로 낮추는 계획변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역시 시와 SH공사의 늦장 대처로 공사채 신청 마감시한을 불과 60일 앞둔 지난 1월 18일에야 계획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행안부에 공사채 신청을 하려면 반드시 국토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계획변경안 승인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행안부 마감시한 때문에 주민들 속이 숯검정이 되는 동안 국토부는 한 달 가까이 서류보완 등을 이유로 승인절차를 속행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그간 시와 SH공사, 국토부가 보여준 미온적 대처와 책임 떠넘기기식 '핑퐁'에 지치고 화가 난 주민들이 3월 공사채 신청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지막 여력을 짜내 마련한 자리였다.
어용 항동지구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투쟁 끝에 2013년 시 예산에 항동지구 관련 381억원이 책정되고 3월 행안부 공사채 신청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9월 공사채 신청예정 운운하는 것은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라며 "국토부는 SH공사에서 제출한 계획변경안을 늦어도 3월 20일 전까지 통과시켜 주민들이 더 이상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말미에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항의와 요구가 빗발치자 "내일 관계부처(환경부, 소방방제청, 서울시교육청, 구로구청 등)에 서류를 돌려서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3월 20일까지 (계획변경안 승인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내부사정에 의해 (국토부에) 서류가 늦게 들어갔다"며 "국토부가 승인을 한다니까 이후 서울시와 책임 지고 행안부 기채발행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어르신들과 주민들은 사무실 앞마당 농성장 불을 피워놓고 관계기관 공무원들의 '확답'이 있을 때까지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3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한 주민은 "항동 주민들이 얼마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들 여기 와서야 알게 된 눈치"라며 "우리는 속이 바짝 타들어 갔는데 결국 행정기관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