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구역 해제동의 '몸살'

개발 찬반 주민 갈등...세부 규정 미비가 부채질

2013-01-28     송희정 기자

주택정비사업 수습방안의 일환으로 구로관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6곳에 대한 추정분담금 등 실태조사가 올 상반기 안에 완료될 예정인 가운데 개발민원폭주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개발을 둘러싸고 찬·반민원이 첨예한 해당구역에 되레 혼란과 갈등을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선 법에 근거한 상세하고 명확한 절차와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24일(목) 구로구청은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30여명의 주민들이 2층 주택과 앞 복도에 운집한 가운데 공무원들과의 실랑이는 물론 주민 간에도 고성이 오가며 마찰을 빚었다.

이날은 구청 주택과가 가리봉동 2-92번지 일대(영일초 인근) 구로1재개발정비예정구역의 일부 주민들이 제출한 해제동의서를 놓고 요건충족 관련 최종 검토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다.

당초 구청 측이 약속한 발표마감시한인 오후 6시에서 5분여가 지나자 기다리다 못한 주민들은 "6시 '땡'하면 말해 준다하고선 뭐하는 짓이냐", "또 속이려고 회의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공무원들은 몇 차례 회의를 거친 후 주위를 진정시킨 가운데 지하1층 다목적실로 주민들을 안내했다.

오후 6시10분께 발표된 검토결과는 해제요건인 30%(182명)에서 불과 0.47%포인트(3명) 모자란 29.53%(179명)로 판명이 났다. 이날 하루 종일 현장을 지키며 구역해제 요건충족을 기대했던 개발반대주민들은 약 20분간 담당공무원들을 상대로 거친 항의와 분노를 쏟아냈다.

구로1재개발정비예정구역은 구로관내 개발구역 가운데 최초로 실태조사 진행 중에 해제동의서가 제출된 곳이다.

구역 내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 12월 26일(수) 208명의 해제동의서(복사본)를 제출한 데<구로타임즈 480호 1월7일자> 이어 서류원본이 필요하다는 구청 측 요구에 따라 지난 1월 7일(월) 동의자 3명을 추가해 총 211명의 해제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이 검토를 끝내고 서울시에 접수해 주기만을 기다렸던 주민들은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참다못해 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이성 구청장과의 면담자리에서 24일(목) 오후 6시까지 검토를 끝내겠노라는 답변을 듣자 그날부터 24일까지 장장 5일간 공무원 출퇴근시간에 맞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택과 앞 복도에서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제절차가 개발반대주민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항의방문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게 된 찬·반 주민들은 고성과 실랑이가 오가는 가운데 극한으로 대립했다.

주택과 관계자는 24일 결과발표자리에서 해제동의서를 제출한 211명 가운데 32명이 요건미비 등(17명)과 동의철회(15명)를 이유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뺀 나머지(179명)는 전체 토지등소유자(606명)의 29.53%에 불과해 해제요건인 30%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거세게 항의했다. 한 주민은 "한 번 접수하면 그걸로 끝나야 하는 건데 철회하게 해준 것은 법적으로 문제있다"며 "우리재산 지키기 위해 본인 직인, 서명, 주민등록증 등 모두 제출했는데 (동의철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택과 관계자는 "(동의철회는) 좀 더 공평하게 하기 위해 한 것으로, 찬성 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오늘 6시 현재 동의율 29.53%에서 몇 명만 더해지면 (해제요건인) 30%를 넘으니 명부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급작스레 잡혔던 다목적실 간담회는 약 30분 만에 끝이 났다. "이기기 위해 깨끗이 철수해야한다"며 한껏 결의를 다진 개발반대주민들도, 뒤편에 서서 말없이 광경을 지켜보던 개발찬성주민들도 구청 밖 어둠 속으로 총총 사라졌다.

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작년 2월에 신설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해제)에는 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해제해야한다는 말만 있고, 동의절차나 처리요건 등 세부규정은 안 나와 있다"며 "하위입법이 미비한 가운데 서울시도 그냥 문서로 '관려법을 준용하라'는 모호한 지시만 내리다 보니 현장 민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죽어나는 건 자치구 공무원들뿐이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