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년회에도 소통과 배려를"
성북 은평 등 일부 자치구 변화의 바람 '신선'
지난 9일(수) 오류1동에서 시작한 구로구청 동 신년인사회가 16일(수) 고척2동을 지나면서 중반고개를 넘어섰다.
이제 남은 동은 구로2동(21일 오전 10시 동주민센터)과 가리봉동(21일 오후 2시 영일초), 구로4동(22일 오전 10시 동구로새마을금고), 구로3동(23일 오전 10시 구로종합사회복지관), 구로1동(23일 오후 2시 동주민센터) 등 5개동뿐이다.
올해 동 신년인사회는 예년과 비슷하게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지역인사 등의 신년덕담을 시작으로 동장의 동정설명, 이성 구청장의 구정설명을 겸한 신년사, 주민과의 대화의 자리 순으로 진행됐다.
올 신년인사회의 주인공은 주민과의 대화의 자리에서 마을의 소소한 민원부터 굵직한 지역현안까지 질문들을 쏟아낸 해당지역의 주민들이었다. 맨 마지막 순서에 진행된 터라 촉박한 시간 탓에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주민들은 미리 배부된 질문서에 민원내용을 빼곡히 적어내는 등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성 청장 역시 현장에서 제기된 공개질문들에 대해 한 차례의 막힘도 없이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을 이어가 행정가 출신다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구정성과와 새해계획을 소개할 때는 딱딱한 행정용어를 배제하고 풍부한 사례와 재미난 일화를 곁들여 설명해 참석자들의 박수와 웃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20분여 가까이 진행된 덕담과 신년사 탓에 정작 행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주민과의 대화의 자리는 8~9번째 질문자를 끝으로 서둘러 끝내야 했다. 미처 질문 기회를 갖지 못한 주민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일부 동에서는 전체 진행에 장장 2시간이 걸리면서 딱딱한 의자에 장시간 앉아있어야 했던 몇몇 어르신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수궁동의 한 주민(남)은 "여기서 질문하면 모두 함께 답을 듣지만 서면질문을 하면 혼자만 알고 끝나는 것"이라며 "구정설명은 자료로 대신해 짧게 끝내고 우리가 말할 기회를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청 산하 직능단체 및 봉사단체 임원, 회원 중심의 초청대상자 명단도 지적됐다. 행사장에 착석한 주민 대부분은 해당 동에서 미리 명찰을 준비해둔 단체 및 기관 소속의 지역인사들이었다.
고척1동의 한 주민(남)은 "지인의 권유로 처음 동 신년인사회에 와 봤는데 대부분 가슴팍에 명찰을 달고 있어서 함께 앉아있기가 어색했다"며 "이런 자리가 꼭 필요한 주민도 있을 텐데 널리 홍보하기보다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교류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관행적이고 획일적인 행사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동 신년인사회를 시도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해부터 '이야기콘서트', '타운미팅'이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동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꿈꾸는 마을, 행복한 은평'이라는 주제로 마을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마을의제를 발굴하는 자리로 꾸몄다. 연서시장활성화(불광2동), 복지두레활성화(응암1동) 등 토론주제도 주민이 정하고, 행사진행도 주민이 맡는다. 토론 중간에는 악기연주 등 작은 공연도 곁들여진다.
성북구는 지난해부터 동정설명과 구정설명을 대폭 줄이고 '우리 동네 자랑거리', '아름다운 사람' 등의 주민마당을 마련했다. 우리 동네 자랑거리 순서에는 문화제, 연극, 노래 등의 동마다의 특색 있는 공연이 펼쳐지고, 주민들이 직접 아름다운 사람을 선정해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북구의 동 신년인사회는 대부분 1시간을 넘지 않고 끝이 난다. 성북구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구청장 업무보고와 내빈소개를 맨 끝 순서에 넣는 한편 전체 행사가 50분을 넘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며 "주민들의 평가는 일단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