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지구? 말 좀 해야겠어요!
최근 구로구가 혁신교육지구에 선정됐다.
이 얘기를 하려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턱하니 아는 척해도 될지 모르겠다싶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구로의 고민이 오래되고 깊었던 터라 이번 선정이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걱정돼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사실 구로는 좋은 학교와 좋은 교사에 대한 지역적 욕구가 큰 곳이다. 자녀교육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은 구로에서 계속 살아도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구로에 남아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혁신교육지구 선정이 그렇게 남은 사람들의 절절한 소망을 이뤄줄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혁신교육지구가 '교육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좋은 교육을 추구하는' 본질적 개념에 충실한 근본책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결국 사업과 예산과 조직과 인력의 문제로 귀착돼 버린다. 긴 호흡의 고민 없이,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된다. 어둠 속 한 줌 불씨가 될지 모를 소중한 기회를 고민할 틈도 없이, 의논할 상대도 없이, 지혜를 모을 겨를도 없이, 그저 일정대로 밀고 나가기에만 급급하면 분명 그리된다. 그 때는 소중한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어떤 대책을 내놔도 별 소용없을 거라는 무기력과 두려움에 깊이 잠기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 두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호흡을 통해 혁신교육지구를 진짜 우리 것으로 만드는 찬찬한 과정을 확보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돈 쓸 곳을 쥐어짜내 예산안을 올리고, 일시에 인력을 대거 충원해 적당한 사람을 찾아볼 엄두도 못 내고, 엉성한 아이디어만으로 대충 계획을 세워 우왕좌왕 옛 경험에 미뤄 대충 해치우는 그런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들여 정성껏 사람을 발굴하고, 일의 모양새를 갖추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뜻을 묻고 또 물을 일이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이것이 맞는가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교사를 비롯한 교육전문가들과 교육 관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혁신교육지구를 정말 성공시키고 싶다면, 제발 그 동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본래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한 발자국씩만 뒤로 물러나 남의 말을 들어주는 혁신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혁신교육지구는 어쩌면 학교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교육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학교 중심의 해결책은 수도 없이 나왔었다. 학교가 입었다 벗어놓은 옷가지만도 수백 벌에 이르고 학교에 쏟아 부은 돈과 노력도 결코 적지 않다.
물론 만족은 쉽지 않은 일이고, 학교와 교사가 나름의 어려움이 있어 이런 호사가 호사로만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안다. 그래서 혁신교육지구는 처방이고 치유책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새로움이 없다면 혁신은 거짓이다. 치유는 이루기 어렵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학교의 양보라는 혁신적 결심이 이제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