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비상 뚫고 해외연수?
의장등 구의원 6명 28일 말레이시아로 출국 '빈축'
태풍 볼라벤의 북상으로 구로전역이 공포에 떨고 있던 지난 8월 28일(화) 구로구의회 의원들이 말레이시아 해외연수를 떠나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가차원의 재난위기가 예고된 초긴장상황에서 구로구청 전 공무원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고 구로주민 모두가 가옥 피해예방에 매달린 가운데 해외연수 길에 오른 일부 구의원들의 소식에 주민들은 "설마"하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황규복 의장을 비롯한 구의원 6명은 오전 11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오전 7시께 구로구를 출발했다. 하지만 기상악화에 따른 항공기 결항으로 출국수속을 끝낸 상황에서 6시간여 출국장에 대기해 있다가 잠시 기상이 안정된 오후 4시께나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태풍피해 취재 차 구로지역을 돌던 기자를 붙잡고 주민 여럿이 의원들의 안부를 물었다.
지역사정에 밝은 한 주민(신도림동)은 "정말 떴대요?"라고 되물으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태풍에 비행기가 뜬 것도 신기하지만 그 비행기를 타고 의원들이 출국한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또 다른 주민(구로2동)은 "이런 날씨에 출국해야 했던 의원들도 편치는 않았겠지만 주민입장에서 볼 때는 빈축을 살만한 일"이라며 "이미 수일 전부터 예고된 태풍인데 일정조정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인가 싶다"라고 말했다.
구로타임즈 취재에 구의회사무국은 입을 다물었다. 해외연수 관련한 연이은 질문에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직원은 "우리는 말 못한다, 아는 게 없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출국한 의원들은 황규복 의장과 박종현 부의장, 박칠성 도시건설위원장, 김복희 의원, 허성근 의원, 곽윤희 의원 등 6인이다. 여기에 최동욱 사무국장과 이재섭 과장 등 사무국직원들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이 구로를 관통하는 날 강행된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료의원끼리도 엇갈린다. 말레이시아 쿠칭남구시와의 자매결연을 목적으로 공적성격이 강한 '의전'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에서부터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까지 분분하다.
개인일정을 이유로 해외연수에 불참한 한 의원은 "태풍과 일정이 겹쳤다는 이유만으로 관광성 외유가 아닌 공식의전방문을 두고 뭐라 하는 것 자체가 이해 안 된다"며 "다녀온 후 성과물에 주목해야지 떠난 것 자체는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불참한 또 다른 의원은 에둘러 "아쉽다"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태풍으로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는데 잘 가셨다니 다행이지만 솔직히 안 가실 줄 알았는데 아쉽다"며 "꼭 가야했다면 의장, 부의장 등 대표단 2~3명만 가도 됐는데 굳이 6명이 다 가야했나 싶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해외 연수에 대해서는 구청 공무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 공무원은 "전 공무원이 26일(일)부터 비상회의다, 임시반상회다 피해예방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해외로 출국한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구로구의회 후반기 첫 해외연수는 방문지 결정에서부터 의원 간 찬·반 논란을 빚은 데 <구로타임즈 461호 8월 20일자> 이어 태풍과 맞물린 출국일정 강행으로 이래저래 지역사회에 숱한 뒷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