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이야기 23] 오감으로 느낀 '또 하나의 숲'

2012-08-28     성진아 시민기자

 열흘 넘게 내리던 무서운 빗줄기가 일요일 오전 잠시 멈춰주었다. 오후에는 요 며칠 보기 힘들었던 햇살도 볼 수 있었다. 매봉산에 특별한 손님이 찾는 줄 하늘도 알았나보다. 16명의 초등 고학년들이 구로타임즈신문사가 지난달부터 월1회 주최하고 있는 '신문밥상' 2차 행사인 매봉산 숲체험에 참여하기 위해 잣절생태공원에 모였다.


 도시생활 속의 각종 소음과 공해로 막혀버린 오감을 깨워 숲을 느끼고 협동을 통한 역지사지를 배우기 위한 숲체험이다.


 잣절생태공원에서 매봉산까지는 넓은 나무계단이 있다. 산책을 하듯 그 나무계단으로 산에 오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산책이 아닌 앞만 보고 질주한다. 길가 나무도 보고, 웃자란 풀도 만져보고, 잠시 다리도 쉬며 숲의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쉬어도 좋으련만.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아이들은 3명씩 한조를 이루었다. 동부골든아파트210동까지 모두 3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3명의 조원들은 한 번씩 각기 다른 역할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한명은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온 몸의 감각을 긴장시켜 숲을 느끼는 체험자다. 한명은 체험자의 눈이 되어 숲을 설명해주고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다. 한명은 체험자와 안내자가 온전히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물건들을 들어주거나 다른 조원들과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호자다.


 첫 구간은 안내자나 체험자나 쑥스럽고 낯설기는 매한가지라 발걸음도 부자연스럽고 별 안내의 말도 없이 앞을 향해 걷기만 하였다. 그러나 구간 구간을 넘어서면서 아이들은 땅위로 드러난 굵은 나무 뿌리를 밟기도 하고, 비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손에 얹어주기도 하고, 나무 등을 만지고, 잣나무 숲에 들어가 빽빽함을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안내자와 체험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좋은 산행을 할 수가 없다. 안내자는 오로지 체험자의 행보에 맞춰 움직여 주어야 하고, 체험자가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들려주기 위해 더 자세히 숲을 들여 보아야 한다. 체험자 또한 안내자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기에 호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절실한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진행자의 거창한 말솜씨로 숲에 대해서,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강의를 듣지 않았지만 두 시간여의 숲 체험을 통해서 조원들과 부딪쳐가며 온몸으로 숲을 느끼고 역지사지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체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