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설공단 신임이사장 기업고문 겸직여부 논란

2012-07-23     송희정 기자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천병무(63) 신임 이사장이 현재 애경그룹 경영자문(고문)직을 수행하면서 매월 상당한 액수의 고문료를 수령하고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에선 공사의 임원과 직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만 비상근 임원인 경우에는 허용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천 이사장의 애경그룹 고문직이 이러한 겸직제한조항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구로구는 최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겸직여부 확인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띄웠지만 돌아온 답변은 '자치단체장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행안부의 '핑퐁'으로 판단의 몫이 다시 임명권자인 이성 구청장에게 떠넘겨진 가운데 구당국은 천 이사장의 고문직 수행을 놓고 법령검토와 겸직여부확인 등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구 당국 '골머리'= 논란은 천 이사장 취임 직전에 불거졌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주관한 구시설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고문직 수행에 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가운데 임명권자인 이성 구청장이 천병무 전 애경그룹 부사장을 최종합격자로 점찍은 후에 해당사안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당시 구당국은 구시설공단 총괄책임자에 오른 천 이사장이 스스로 고문직을 사퇴할 것이라 생각했다가 "퇴직임원 예우차원의 고문직은 겸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천 이사장의 확고한 입장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는 지난 9일 행안부 질의를 통해 △고문직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해당하는지 △고문직이 비상근 임원에 해당하는지 △고문직이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상 영리업무 금지조항에 해당하는지 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회신을 통해 책임을 구당국에 떠넘겼고, 관련법과 규정에 저촉되느냐, 아니냐의 종합판단은 다시 구의 몫이 됐다.


 구 관계자는 "천 이사장의 고문직이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서 말하는 영리업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단순 예우차원이 아닌 실제 회의나, 의견제시 등의 활동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 나가겠다"며 "만일 자문활동을 해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 '떳떳'= 지난해 12월 31일 애경그룹에서 퇴사한 후 현재 애경그룹 고문직을 맡고 2012.1.1~12.31) 있는 천병무 이사장은 겸직논란에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천 이사장은 "애경그룹이 퇴직임원 예우차원에서 배려한 고문직은 그룹의 영리업무를 수행하는 임원이 아니라 사무실도 없고 출퇴근도 않는, 말 그대로 명예직일 뿐"이라며 "고문직을 갖고 있다 해서 이사장 업무능률이 저하될 까닭도 없고,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구시설공단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조만간 이성 구청장에게 겸직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천 이사장은 "쉬쉬하며 덮지 않고 공식적으로 겸직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이 사안의 판단을 구하겠다"면서 "이번 사안과 상관없이 이사장으로서의 직무는 열심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의견분분= 지역사회에서는 천병무 이사장의 고문직을 두고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인사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크게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일부 인사들은 매월 상당한 액수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면 사회통념상 겸직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관련법령에 정통한 지역인사는 "기업의 고문직은 자사 퇴직임원이 동종업계에 취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상 예우차원에서 두는 한시적 직분"이라며 "관련법령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데다 남은 임기가 겨우 6개월인 상황이라면 허가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주민들의 정서를 판단 기준으로 삼은 지역인사들은 대부분 "문제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출신의 한 지역인사는 "공기업 이사장으로서 다른 한 발을 사기업에 들인 채 매달 적지 않은 액수의 급여를 받는다는 건 평범한 서민들이 생각하기에 쉽게 납득될 수 없는 일"이라며 "구시설공단 이사장에 선정됐다면 애경그룹 고문직은 내려놓고 이사장 본업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인사는 "최근에 접한 사안이라 지금 당장 명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관련법이나 규정을 거스르지 않는다 해도 주민들의 상식선에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장 선정과정에서 한 차례 곤혹을 치른 구청으로서는 당혹스럽겠지만 최대한 다수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이번 사안을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