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설공단 이사장 선정 '앗 뜨거'
'내정설' 지역비판 잇따라...구청장 "내주 중 결정"
구로구시설관리공단(이하 구시설공단) 이사장 선정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08년 10월 구시설공단 인사비리의혹 등이 수면위로 불거진 이후 별다른 혁신조치 없이 약 4년을 끌어온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적임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사장 선정 과정에서 '내정설'까지 불거지면서 해당인물을 둘러싼 의혹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구로타임즈 444호 4월 16일자>.
일부 구의원들과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등은 선정과정의 의혹과 면접전형합격자 자질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성 구청장에 '임명재고'를 주문하고 나서 구시설공단 이사장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정인사 내정설? 기정사실!
구시설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13일(금) 서류전형합격자 7명에 대한 면접심사를 진행해 3선 구의원 출신이자 현 구시설공단 비상임이사인 김경훈(64, 개봉2동) 씨와 대기업 간부 출신인 장성수 씨 등 2인을 최종임명권자인 이성 청장에게 추천했다.
지역사회에 나돌던 특정인사 '내정설'은 이성 청장이 점찍은 인물이라고 알려진 김경훈 씨가 최종후보 2인에 들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던 1·2대 구의원(민주당)을 지낸 박홍우 씨는 면접당일 면접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홍우 씨는 1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면접 전날 모 의원이 각본은 이미 다 짜인 것 같으니 면접 보러 가지 말라고 일러줬다"며 "심혈을 기울여 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했는데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심사과정을 안팎에서 지켜본 지역인사들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지역인사는 "면접심사 등에 참여한 임추위 위원들을 보면 구의회의장 추천이 3인, 구시설공단 추천이 2인, 구청장 추천이 2인인데 김경훈 씨가 비상임이사로 있는 구시설공단이 위원을 추천했다는 것도 그렇고, 구의회의장 추천 위원들도 동료 의원들에게 의향도 묻지 않은 채 의장이 직접 결정한 사람들이라 들었다"며 "(임추위 구성) 거기서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훈 의장은 "전부터 각종 위원 추천요청이 들어오면 의장 혼자서 결정하곤 했는데 왜 이것만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단 내부를 잘 아는 인물들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고르고 골라서 심사를 제대로 할 사람으로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타임즈가 입수한 임추위 명단을 보면, 구의장 추천 위원은 안동학 전 구의원과 윤준태 전 구의원, 박상민 전 구의원 3인이고, 구시설공단 추천 위원은 김한기 구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수 회계법인 새시대 공인회계사 2인, 구청장 추천 위원은 이영환(성공회대 교수) 지역사회복지대표협의회 위원장과 권신애(법률사무소 밝은내일) 구청 무료법률상담변호사 2인 등 총 7인이다.
구의원들 "임명 재고해야"
이성 청장 "숙려해서 결정"
구로구의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6일(월) 오후 2시30분 이성 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적 보은이나 논공행상 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인물 선정에 반대하며 '임명재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명조, 류정숙, 박용순, 박칠성, 박종현, 홍준호, 황규복 등 운영위원회 소속 전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이성 청장은 시설관리공단 문제를 풀어갈 적임자로 김경훈 씨를 거론하며, 그 이유에 대해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 등의 자질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 청장은 이날 의원들의 임명재고 주문에 최종임명 결정을 일주일간 보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호 구의원은 "이사장 후보가 2인으로 추려진 것을 보고 정치적 보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했다"며 "구시설공단 이사장 선정을 정치적 보은이나 논공행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이성 청장이 정상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운영위 소속 의원들의 주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성 청장은 김경훈 씨의 '내정설'을 부인했다. 이성 청장은 1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간담회 자리에서) 김경훈 전 의원도 적임자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했지 결정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일주일간 숙려해서 (면접전형합격자 2인 중) 한 명을 임명할지 아니면 재공모를 할지 다음 주 중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인사들 "공단개혁 물 건너가"
구시설공단 이사장 선정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우려는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인물의 적정성 등에 있다.
인사비리의혹과 비효율적 경영시스템 등 구시설공단에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공단의 사령탑인 이사장만큼은 문제의 속내를 깊이 꿰뚫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에 기울지 않는 개혁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어야 하는데 선정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사전 내정설과 갖가지 의혹 등으로 공단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지난 12일 구정공동위원회 회의석상에서도 이성 청장을 향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던 안병순 위원은 "(합격자 2인 중) 한 명은 과거 구의원을 지낸 지역사회 인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고, 또 한 명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가운데 노사관계 등에서도 우려되는 인물"이라며 "이대로 한 명이 선임된다면 구시설공단의 개혁은 안개 속에 묻히게 된다"고 말했다.
4대 구의원을 지낸 한 지역인사는 "권위적 리더십에 민주적이지 않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후보에 오른 것을 보고 구정이 다시 구태로 돌아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대로 간다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시민센터 관계자는 "(김경훈 씨 내정설 관련) 과거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 도와준 것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에서 예우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며 "2010년 말 개방형직위제로 감사담당관을 공모했을 때 1·2차 심사결과 적격자가 없자 재공모에 나섰던 전례가 있듯이 이번에도 재공모를 통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훈 씨 "비리세력 비호하는 음해와 모략일 뿐"
서울시의회 김명수 운영위원장은 "구시설공단은 구로구 세외수입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구 산하기관인데 (신임 이사장은) 업무수행능력과 일처리 능력을 평가해야지 인간관계에 의해 뽑아서는 안 된다"며 "모르긴 몰라도 (합격자) 2명 모두 선임 안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종임명권자인 이성 구청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종욱 시의원은 "원칙적으로 이사장 임명은 구청장의 고유권한으로, 능력 있고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임명하는 게 맞다"며 "누가 누구에게 허락받을 사안도 아니고 허락받고 말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김경훈 씨는 19일 전화통화에서 최근 본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 등에 대해 "내정설이고 뭐고 다 떠나서 구로구민의 혈세와 구로구 발전을 생각한다면 자기 자식이나 친지 등을 (구시설공단에) 집어넣은 인사들은 알아서 퇴사시켜야 한다"며 "의회속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구시설공단 인사비리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 의장직에 있으면서 양 전 청장에게 강력하게 발언을 했지만 의원에겐 인사권이 없다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스스로를 혹은 이들을 비호하는 일부세력들이 (나를 두고) 각종 음해와 모략을 일삼고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평생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살았는데 원래 정의로운 사람은 상처를 많이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