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민원 '술렁'에서 '폭발'로

구청장실 항의 방문 중 민원인 혼절사태 발생해

2012-02-10     송희정 기자
▲ 6일 오후3시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서 치료중인 함씨의 모습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 발표 이후 구로관내 개발지역의 민원이 술렁이다 못해 폭발하고 있다.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일부 개발지역의 개발반대 민원인들이 일제히 구청장실을 항의 방문하는가 하면 일부 개발지 주민들은 추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벌여야한다는 요청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경 구청장실을 방문한 민원인 함모(여, 71, 가리봉동)씨가 구청 3층 부구청장실 앞 복도에서 구청직원들과의 실랑이 도중 바닥에 넘어져 혼절하는 사고가 발생해 민원인들의 분노가 폭발직전까지 이르렀다.
 
 ■ 민원인 혼절사태 경위
 구로1재개발예정구역에 묶인 가리봉동의 개발반대 민원인 30여명은 지난 6일 오전 9시경 이성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구청 3층 직소민원실을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민원인들과 구청직원들에 따르면, 이날 직소민원실 안팎에서 구청장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30여명은 오전 9시 30분경 이성 구청장이 10시에 예정된 고척1동 신년인사회 참석을 위해 구청직원들에 둘러싸여 구청장실을 빠져나오자 급히 일행을 쫓았다.


 당시 구청 3층 복도는 구청장일행을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빠져나가려는 직원들이 한데 뒤엉켜 서로 밀치고 밀리는 상황이 약 10분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함씨는 이러한 혼란 와중에 넘어져 혼절했다. 함씨는 쓰러진 직후 마을이웃인 박모(여, 68, 가리봉동)씨의 신고로 119구급차에 실려 고대구로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함씨가 쓰러진 이유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민원인들과 구청직원들의 설명은 크게 엇갈린다. 민원인들은 서로 밀고 당기는 실랑이 속에서 직원들의 밀침에 의해 함씨가 넘어졌다는 주장이고, 구청직원들은 부구청장실 앞 방화문 아래쪽에 달려있는 장금장치(말발굽)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는 설명이다.
 
 ■ 민원인 "밀쳤다"  VS
     구청측 "장금장치 때문"
 지난 6일 오후 3시경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함씨는 머리통증을 호소하며 말을 잇기조차 불편한 모습이었다. 함씨는 "내가 구청장 얼굴을 알아서 구청장실 빠져나오는 이성 구청장을 보고 '이리오라' 외치며 붙잡으러 쫓다 팔을 붙잡았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다"며 "사람 몸에 부딪혔지 어디에 걸린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날 오후 6시경 대림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9일 오후 6시경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직원들은 함씨가 응급실에 실려 간 지 이틀째인 지난 7일 오전 12시경에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이날 오후 3시경 병문안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봉동의 한 주민(여, 40)은 "민원인이 그것도 나이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이 바닥에 쓰러졌는데 일으켜 세워주고 119에 신고해주는 공무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한 마디 공식사과도 없는데다 (사고 당일) 병원에 들르지도 않는 구청장 이하 공무원들에게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구청 비서실 관계자는 사건당일의 주변상황을 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장과 직원들이 일정 때문에 이동해야하니 다음에 면담을 하자고 사정했지만 민원인들이 계속 저지하는 바람에 10분 이상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민원인들에 의해) 총무과 계단 앞까지 밀려가 뒤를 살필 상황이 못 된 데다 사고당일 밤 9시 넘어서까지 구청장 일정이 꽉 잡혀 있어 (함씨의 상황을 체크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 이성 청장 "개발 확정 아니다"
 구로1재개발예정구역 내 개발반대 민원인들의 항의는 지난 7일 오후 2시 가리봉동 신년인사회장에서 극에 달했다.


 이날 민원인들은 지난해 4월 정비구역지정 절차 '중단'을 결정한 뒤 돌연 입장을 번복해 용역절차를 추진한 구청 측의 원칙 없는 개발행정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개발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답변에 나선 이성 구청장은 "최근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용역을 하게 되면 실제 받게 되는 평수와 물어야 하는 추정분담금 등이 도출되기에 주민들에게는 용역을 하는 것이 더 좋다"며 "용역결과를 보고 (개발이) 싫으면 (개발추진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으니 제발 개발이 확정된 것으로 생각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지역 민원인들은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이성 구청장과의 면담을 갖고, 주민 120여명의 서명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명을 통해 재개발 반대와 용역절차 보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