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산하기관은 퇴직공무원 선거관계자 몫?
되풀이 되는 논공행상 논란 답은 없는가
"최종합격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퇴직 공무원, 전 구의원으로서 일부 합격자는 ( ) 구청장 선거캠프와 구청장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공석이었던 구립청소년독서실 후임 관장에 현 ( )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핵심측근들이 들어선 사실이 밝혀져, 앞으로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문과 논란이 예상된다."
위 두 기사의 빈 칸속은 같은 이름으로 채워질까, 다른 이름으로 채워질까. 정답은 순서대로 '이성', '양대웅'이다.
첫 번째는 올해 3월 말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구립청소년독서실 관리자 채용과 관련한 당시 본지 기사이고, 두 번째는 당시 지방선거가 끝난 지 6개월이 다 돼가던 2002년 11월 역시 구립청소년독서실 신임관장 임명과 관련해서 실렸던 본지 기사다. 이름만 지운다면 어느 때 일어난 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구청장은 바뀌었지만 구청 산하기관 시설책임자 등으로 구청 퇴직공무원이나 구청장과 같은 정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는 현상은 여전해, 선거 논공행상, 정실인사라는 논란과 비판 속에서 지역사회로부터 눈총과 실망을 사고 있다.
이성 구청장 취임 후에도 여전
인사청문회, 인사평가위 제안도
민선5기 이성 구청장이 들어선 이후 관내 4개 청소년독서실과 글마루 한옥도서관 관리자 채용에서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구로희망복지재단에 이윤희 전 구로구청국장이 사무국장으로 공개채용됐고, 지난 9월 1일 역시 정정래 전 구로구청 민원여권과장이 구로문화원 사무국장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 양대웅 구청장(2002.7~2010.6) | 이성 구청장 (2010.7~) | ||
| 구로구시설관리공단 (2003년 설립) | 1, 2대 이상운(전 구로구청 국장) | ||
| 구로문화원 사무국장 (2005년 설립) | 1대 김정배(전 구로2동장) | 3대 정정래(전 구로구청 과장) | |
| 2대 윤병구(전 구로구청 국장) | |||
| 구로희망복지재단 사무국장 (2009년 설립) | 1대 윤재락(전 구로구청 국장) | 2대 이윤희(전 구로구청 국장) | |
| 구립 청소년독서실 관장(관리자) | 신도림동 | 최대순 (전 구로구청 국장) | 윤석주(전 구로구청 공무원) |
| 임정식 (양 구청장 처가 친척) | |||
| 구로3동 | 김춘웅(전 구로구청 직원) | 최미자(전 민주당 구의원) | |
| 구로5동 | 김승환(전 구로구청 과장) | 김태용(전 구로구청 공무원) | |
| 이영순(전 민주당 시의원) | |||
| 개봉1동 (현 한옥도서관) | 지병천(전 구로구청 계장) | 신태희(민주당 구로갑 전 사무국장) | |
| 개봉3동 | 변주태(전 한나라당 구의원) | 박동원(전 경찰공무원) |
<표>에서처럼 민선 3·4기 양대웅 전 구청장 시대와 민선 5기 이성 현 구청장 시대에도 구청 출자기관과 산하기관의 수장 및 임원 자리에 대부분 퇴직 공무원이나 소속 당 인사들을 앉히는 일들이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개 선거운동 측근 또는 선거운동을 도와준 인물이나 같은 정당 관계자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같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당사자들은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지역의 많은 인사들은 '선거의 특성'이란 관점에서 해석한다.
"정치적 가치나 노선을 지지해서 선거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거나 명예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떡고물 하나라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선 후 모른 척 하면 다음 선거는 기약할 수가 없다"며 "더군다나 조직 없이 선거에 뛰어든 이성 구청장 같은 경우 당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구청 공무원들을 비롯해 정당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당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반복적으로 논공행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퇴직공무원들이 행정과 지역사회를 알기 때문에 이들을 관계기관이나 지방공기업에 들이면 좋은 점이 많다고도 말한다. 행정능력, 관계성을 바라보고 뭔가 이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구청장 한 측근은 "구청장의 정책방향에 맞는 인사는 당연하다. 이는 선거로 선택받은 단체장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동시에 물망에 오른 인사가 꼭 적임자가 아니더라도 '큰 하자'가 없다면 채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적 상황에 맞서 동시에 '반드시 끊어야할 병폐적 고리'이자 '지역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정치적 관행'이라는 점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안병순 전 공무원노조 구로구지부장은 "퇴직공무원의 자리보전식 채용부터 문제"라며 "이들이 적임자인가에 대한 답변도 명쾌하지 않다. 직무분석이 먼저 이뤄지고 자리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순서다. 게다가 공무원사회 특성상 새로운 흐름과 문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결국 구청이나 관계당국에 기대거나 인맥을 이용해 예산을 가져오는 역할만 기대하게 된다.
이것이 과연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구청의 관리감독 하에 두겠다는 뜻이고, 관계기관도 잘못 보여서 당하는 '보복'보다 인맥을 이용한 '특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처럼 논공행상의 병폐와 더불어 이들이 그 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느냐는 것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논란 지점 중 하나다. 안병순 전 지부장은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제안했다. "검증절차가 있다면 말도 안되는 논공행상이나 관련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평가위원회' 도입도 하나의 제도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박정수 구로구시설관리공단 노조 조직부장은 "인사나 채용과정부터 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하지만, 인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후에라도 제대로 된 인사가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뒤집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사나 채용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안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거 이후마다 불거지는 논공행상과 특혜 논란 불식, 적임자와 전문가 발탁은 지역사회가 머리를 함께 맞대고 풀어나가야할 과제임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