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시장 안전관리 제로 ,위험수위 '화약고'

방화 방범 위생관리 총체적 부실 대책 시급

2011-09-26     송희정 기자
▲ 지난11일 화재사고가 발생한 오류시장의 한 LPG저장시설에 붉은 글씨로 '위험'표시가 선명하게 드러나있다.

 "혹여 한밤중에 일어났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오류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이 생각해선 안 되는 악몽을 떠올린 듯 몸서리쳤다. 상인이 전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는 추석 전날인 지난 11일(일) 오후 4시20분경 발생했다.


 이날 추석대목으로 북적이던 오류시장의 빈 점포에 원인모를 불이 났다. 점포 안쪽에서 시작된 불은 바닥에 쌓인 바짝 마른 마늘대(잎)에 번져 삽시간에 타올랐다. 손님맞이에 여념 없던 상인들 대신 불을 발견한 이는 폴폴 피어오른 연기를 이상하게 여기고 다가선 한 주민. "연기가 난다"는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란 상인들이 119에 급히 신고했고, 불은 출동한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에 의해 5분여 만에 꺼졌다.


 마침 빈 점포라 큰 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끔찍한 말이지만 현재 오류시장은 오류동의 '화약고'와 같은 상태다. 상가와 주택가 한가운데 그것도 하루 수천 명의 주민이 오고가는 이곳은 관계기관의 무관심과 관리소홀 탓에 화재무방비지대로 전락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오류시장 재개발공약을 내걸었지만 지금껏 공약이행 관련해선 감감무소식이다. 대신 지난해 10월 공매를 통해 (주)오류시장의 다섯 번째 주인으로 '등극'한 (주)신산디앤아이 측이 일부 상인들에게 제기한 명도소송 관련 소식만 흉흉하게 나돌 뿐이다.


 불과 15년 사이 주인이 세 차례나 바뀌고, 그때마다 개발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오류시장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은 오로지 개발여부에만 집중됐다. 그사이 즐비하게 늘어선 빈 점포와 2~3층이 가열성 쓰레기더미로 뒤덮이고, 시장건물의 소방 및 방범 업무를 수행하는 방화관리자와 경비가 공석이 됐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구로소방서 전산 상에는 22일 현재까지도 오류시장 전 관리소장인 김 모씨가 방화관리자로 등재돼 있다. 김 씨는 올 2월, 경비직원은 3~4월경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인은 "선거 때면 그렇게 자주 드나들더니 선거 끝나고 나니 구청장이고 국회의원이고 시·구의원이고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며 "명색이 시장인데 주인(신산디엔아이)이 주인답게 관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방, 방범, 위생, 소독 등 어느 것 하나 신경 쓰는 기관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화재사고에 상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데는 시장 안에  위치한 LPG공급시설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오류시장 내 점포들은 체적거래방식(공급자가 수시로 보충해주는 가스탱크에 금속관을 연결해 가스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LPG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시장 내 가스를 쓰는 점포는 16개소다. 한 점포당 최소 40kg씩만 쓴다 해도 총 640kg 분량의 LPG가스가 시장 내 저장돼 있는 셈이다.


 방화관리자도 경비도 없는 이곳에 취객이나 노숙자가 무심코 던진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곳곳에 적재된 쓰레기더미가 촉매제 구실을 해 상상하기도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만난 한 주민(30대)은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시장 구석구석을 살폈는데 가스관과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것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며 "3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관리감독기관인 구로구청과 구로소방서에서는 심각성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현재 구로관내 전통시장 관리는 구로구청 지역경제과가, 건축물의 방화관리 지도감독은 구로소방서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가스안전 관리는 가스안전공사 서울남부지사와 구청 환경과 등에서 맡고 있다. 이들 관계기관은 소관업무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오류시장의 총체적 재난안전위험 상황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손을 놓고 있다.


 구 관계자는 "신산디엔아이 측이 시장기능을 유지할 의지가 있다면 방화, 방범, 가스 등에 대해 신경 쓰겠지만 현재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고 향후 개발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손을 못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신산 측에 안전조치 시행을 두 차례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신산디앤아이 관계자는 "시장기능을 상실한 취약지역이라 우리로서도 걱정이 많다"며 "10월경 명도소송이 마무리되면 의지를 갖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