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 추진 '번복' 민심 '부글부글'

구로1재개발 정비예정구역

2011-05-16     송희정 기자

 구로1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구로구가 이 지역 토지 등 소유자들의 찬·반 의견수렴 결과 찬성의견이 전체 과반을 넘지 못해 사업 추진을 '유보'한다는 당초 약속을 뒤집고 절차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되레 주민 간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구는 지난 1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가리봉·구로2동 일대 8.1ha에 이르는 구로1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 6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지난 4월 9일경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구는 당시 인터넷 공고문에서 "찬성하는 의견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반대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재개발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등 재개발사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은 채 한 달도 안 돼 뒤집혔다. 구는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개발에 찬성하는 민원과 이에 맞서는 반대 민원 등이 쇄도하자 지난달 말경 내부방침으로 절차를 추진키로 하고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청 홈페이지에 올린 설문조사 결과 또한 슬그머니 내렸다.


 구는 조만간 구로1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의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용역' 발주에 필요한 예산 3억1,550만원을 서울시에 요청할 계획이다. 나머지 3억1,550만원의 예산은 올해 구 사업예산에 반영돼 있어 시 예산만 내려오면 용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지역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의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주민(50대, 구로2동)은 "설문조사 결과 절차를 유보한다고 해놓고선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원칙(전체 설문대상자 50%이상 찬성 시 추진)은 버리고 서울시방침(설문지 50%이상 회수율에 회수된 의견 중 찬성 50%이상 시 추진)을 들이대면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구가 설문조사의 당초 취지를 위배하고는 오히려 설문조사 결과가 자신들의 발목을 잡자 인터넷에서 슬그머니 공고문을 내리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가 설문조사 결과를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만 발표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인데다 최근 인터넷에 내건 결과마저 삭제를 감행하면서 이 지역 상당수 주민들은 설문조사 결과는 물론 설문조사가 끝났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지역의 한 통장(여, 50대)은 "가장 최근인 4월 통장회의 때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설문지를 모두에게 돌렸으면 당연히 설문결과도 돌려야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통장인 나조차도 모르고 있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 지역은 구청이 방침을 번복하는 사이 개발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들의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이웃지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 주민(50대, 가리봉동)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당장의 사업추진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구청이 처음부터 제대로 원칙을 세워 그것을 소신 있게 밝히고 밀어붙였다면 설사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해도 크게 동요할 일은 아니었다"며 "구가 입장을 바꾸면서 되레 주민 분란과 혼란을 부추긴 꼴이다"고 말했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한 주민(50대)은 "구가 애초 설문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명확한 기준을 밝히고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우리 마을은 구가 설문조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개발 찬·반에 대해 얘기한 적 없었는데 설문조사를 기점으로 이견이 분분해지고 대응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구는 방침 번복으로 인한 주민 혼란에 대해 "번복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 하에 결정한 행정적인 사항"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용역은 행정사항으로 구는 여기까지만 진행하고 나머지 개발절차는 주민들이 주체가 돼 추진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적어도 이곳의 개발이 어떤 밑그림으로 그려질지는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구청의 의무이기에 용역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개발에 관심이 많은 한 주민(30대, 구로2동)은 "최근 구로구의 행태는 배려와 소통이라는 구정슬로건에는 일부 부합하지만 '화합'과는 좀 동떨어진 감이 있다"며 "사업 추진에 주민의견을 우선시 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해 놓고서는 추진력과 소신, 설득력 부족으로 오히려 조용한 마을을 들쑤셔놓은 꼴"이라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