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 '충돌'

2011-04-12     송지현 기자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을 둘러싸고 공원 인근 주민들과 구로구축구연합회 회원들이 충돌했다. 지난 4월 6일 오후 3시 고척1동 주민센터 지하 회의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찬성하는 축구연합회 회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면서 공방을 벌인 것.


 또한 구청의 준비 부족과 편향적인 설명에 대해 일부 주민이 항의하는 등 진행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설명회는 구로구청 푸른도시과 정경우 공원팀장의 사회와 설명으로 시작됐다. 

    "유해물질 검출, 이용 제한 우려"       vs       "먼지가 더 유해, 축구인들 숙원"

  정 팀장은 "다목적 운동장 바닥이 마사토여서 먼지발생, 부상 등의 민원을 해소하고 구민생활체육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길이 92m, 폭 62m의 인조잔디 축구장과 조깅트릭 342m를 건립하려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다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총공사비 20억원은 올해 하반기 또는 2012년 서울시 사업예산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인조잔디를 조성해도 무료 이며 일정시간대는 축구동호회의 신청을 받아 이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이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 "아이들 놀 곳이 사라진다"…설명이 끝난 뒤 발언에 나선 한 주민(고척동)은 "인조잔디 조성에 반대"라면서 "아이 셋을 고척근린공원에서 다 키웠다. 교육이 낙후돼서 떠난다는 구로에서 공원과 도서관때문에 사는데 공원이 인조잔디 구장으로 바뀌면 아이들이 그동안 밟고 놀았던 흙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조잔디로 바뀌면 관리 통제가 될 것이고, 깔았던 학교운동장 인조잔디도 유해물질 때문에 걷어내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과 환경을 위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이 주민은 '인조잔디 조성 반대'라는 유인물도 직접 준비해와 표면온도 고온화, 마찰로 인한 찰과상과 화상 위험, 대중적인 이용불가, 유지관리비와 교체비 고비용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 "나쁜 쪽으로만 몰지 말라"…축구인이라고 밝히고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온수동)은 "찬성"이라며 인조잔디 조성은 축구인들의 숙원사업으로 "구로구만 구립 인조잔디구장이 없다"며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주민은 "인조잔디가 유해하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결코 그렇지 않다. 운동장에서 이는 먼지가 더 몸에 해롭다. 나쁜 쪽으로만 몰아가지 말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찬반 의견 표력으로 흘러갔던 두 주민의 발언 뒤 나온 정 팀장의 설명에 한 참석 주민의 항의가 터지면서 급격하게 분위기는 달라졌다. 정 팀장이 반대 주민의 발언에 '답변드리겠다'며 '인조잔디 조성에 우호적'으로 이끌어가자, 한 주민이 "사회자는 사회만 봤으면 한다. 특정한 분위기로 몰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에 나선 것. 이에 축구연합회 관계자들이 설명을 방해한다며 반발했고, 다른 주민들은 축구연합회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면서 한순간에 분위기는 거칠어졌다.


 ■ '참석 자격 제한하자'에 '발끈'…중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백해성 고척1동 주민자치위원장이 "고척1동 주민만 참석하고 발언해야지, 왜 다른 동네 주민들이 와서 이러느냐"고 제재에 나서면서 문제를 더 키웠다.


 반대 발언 주민이 "주민 설명회인데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오는 것을 막다니 말이 안된다"며 흥분했고, 일부 다른 주민들도 여기에 합세하면서 결국 박원제 구로구청 푸른도시과 과장이 "모두 참석하고 발언해도 된다"고 정리에 나섰다.


 참석 자격 논란과 주민들의 격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한 주민은 일어나 구청의 설명회 진행이 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한다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 "정확한 자료로 주민들 합리적 판단토록 하라"…이 주민은 "인조잔디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지도 않고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주민설명회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20억원이나 드는 사업을 타당성조사도 하지 않았다.

구청은 타당성 조사 결과를 가지고 주민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구청이 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형식적 주민설명회로 의견수렴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구청이 이래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주민들은 자리를 뜨면서 "20억원으로 고용창출을 하든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쓰는게 낫다", "장단점이 인조잔디쪽에 유리하게 설명돼 있다"며 개운치 않은 설명회에 한마디씩 남기기도.


 ■ 개봉1동 설명회, 반대 발언만 나와…7일 열린 개봉1동 주민설명회에서는 전날 고척1동 설명회의 사태를 언급하며 구로구청 측이 주민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가 항의를 받고 주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1동 설명회에서는 참석한 축구인들과 주민들이 대부분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의도를 잘 모르겠다, 예산이 확보된 것도 아닌데 설명회를 왜 하느냐, 인조잔디 구장을 만들면 동네 주민보다 외부인 이용이 많아져 주민들 이용에 제한이 된다 등의 이유를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찬성 발언은 없었다고 이날 참석주민들은 전했다. 8일에는 고척2동 주민설명회가 오후 2시에 주민센터에서 열린다.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구장 조성사업은 지난 2006년에도 예산 13억원을 확보했으나, 주민설문조사와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찬성과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국 공원재정비사업으로 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