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같은 이웃 82] '이불같은 통장님'
이순자씨 (가리봉2동)
1984년 막내가 돌이 갓 지났을 무렵 부산에서 가리봉2동으로 올라 온 이순자 씨(58)는 가리봉에서 27년을 살았다. 그리고 이사 온 지 1~2년 뒤부터 부녀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부녀회에서 떡, 젓갈 등을 팔아 불우이웃에 음식 대접하고, 김장을 해서 배달해 드렸어요." 어린 자녀를 건사하면서 봉사하기가 녹록치는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도운 남편의 협조와 격려 덕분이었다.
지난 2004년부터는 통장을 맡은 데다, 가리봉동 자원봉사캠프에서 상담가로 어르신들의 말벗봉사를 하면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 사정을 훤히 알게 되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 동분서주 뛰고 있다.
2년 전부터는 가리봉동 자원봉사협력단 부단장으로 지역 독거어르신들께 쌀과 이불을 보내드리고, 소년소녀가장에 장학금을 지원한다.
"단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지역의 사업가나 독지가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여러 지원과 후원을 받으러 다녔기에 가능했죠."
이순자 씨의 봉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달에 2번 구로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께 청혈봉사를 한다. 무소뿔로 신체에 마사지하듯 자극을 주어 혈액순환을 돕는다. 특히 발바닥 용천과 손목, 머리 등을 자극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시력이 좋아진다. 어르신들은 몸이 가벼워지고 가뿐하다고 좋아하신다.
"70대 정도 되신 할머니가 계세요. 자녀가 없어 혼자 사시는데 위암수술까지 받아 돌봐줄 사람이 없으세요. 박스를 주워 팔아 약값을 하신대요. 그래서 제일 먼저 연락을 하게 되고, 찾아가 보게 돼요. 그랬더니 오히려 저에게 '수고가 많다, 통장님밖에 없다'고 손을 잡아주며 격려해 주시더라고요." 이순자 씨는 그래서 더 열심히 봉사하게 된다.
독거어르신께 안부전화를 하면 건강은 어떤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식사는 했는지 꼼꼼히 챙긴 뒤 담당 복지사에게 알리고 필요에 따라 간호사와 동행해 방문을 한다.
"제 친정엄마가 부산에 계세요. 여든넷 되셨는데 멀리 있으니 잘 못 찾아뵙잖아요. 그래서 지역어르신들을 엄마라고 생각하면서 지내요. 그런데 왜 하루가 다르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르신들을 뵈면 그 말이 실감이 나요. 일주일 만에 찾아갔는데 그새 야윈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아파요."
1월 26일 제1회 가리봉동 깔끔이협의회장에 임명된 이순자 씨는 한 달에 한 번 지역 대청소 뿐 아니라 골목마다 비행청소년의 탈선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순찰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마을문고 봉사도 함께 하던 장남이 지난 22일 결혼을 했다. 1월 내내 계속 되던 강추위가 그날따라 푸근하게 풀렸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좋은 일 많이 하더니 하늘이 돕나보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어떤 봉사단에서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순자 씨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몸과 마음, 그리고 봉사정신이 팔팔한 젊은이 못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