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통장들 감축안 반발 '위험수위'
공청회 없이 일방 통보" 분개 … 사직서 제출, 통장업무 중단
통·반장 수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 개정안이 구로구의회에서 통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장들이 거센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통장들은 통반장 축소도 문제지만, 통장들과 한 번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조례 개정안에 대해 통장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업무 중단과 더불어 전원 사직서 제출, 구의회 의장단 면담을 추진하고, 만약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장들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동행정의 손발도 묶이게 돼 일선 행정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 조례안 내용이 뭐길래… 구로구의회가 지난 11월 12일 제203회 구로구임시회에서 의결한 '구로구 통·반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1개 통을 8개반 내지 9개반으로, 1개 반은 40가구 내지 60가구로 구성하게 된다.
기존 조례안은 1개 통을 6개반 내지 8개반으로, 1개 반은 20가구 내지 40가구로 구성토록 규정돼 있었다. 이처럼 1개 통반이 포괄하는 반과 가구수가 늘어남에 따라 구로구 전체 통과 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구로구 통장친목협의회(이하 구통친회)는 이 조례안 개정으로 통반장의 업무량이 늘어나 현실적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통친회는 개정안을 적용하게 되면 현재 구 전체 652개 통에서 179개 통이 축소돼 483개 통이 남게 되고 동별로는 많게는 50% 이상이, 적게는 2~3% 수준에서 통 수가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통 수의 감소는 통장 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관리 세대가 늘어나면서 통장 업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집단 사직' 움직임 … 통장들은 "통별로 120~320세대를 상대로 밤낮없이 뛰고 있는 통장들의 사기는 북돋아주지는 못할망정, 일방적인 축소를 통보하는 것은 통장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동별 통친회장 15명은 지난 23일 저녁 7시 모임을 갖고, 구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안의 문제점을 짚고 이번에 개정된 조례안을 원상태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기로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한 대응으로 통장들은 먼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구의회 의장단 면담을 요청키로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5일 저녁 현재 15개 동 가운데 구로1동을 포함한 10개 동에서 총 442명의 통장들이 사직서를 내 각 동별로 통친회장들이 보관 중이라고 구통친회 측은 밝혔다.
통친회 측에 따르면 현재 통장을 맡고 있는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동은 개봉1동, 개봉2동, 구로2동, 구로4동, 오류1동, 수궁동 가리봉동 등 약 10개 동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구로구 15개 동의 전 통장 중 68%에 달하는 통장들이 사직서를 구통친회에다 제출한 상태다.
오류2동과 신도림동의 경우는 사직서를 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척1동은 개정 배경 등에 대해 파악 후 판단하기로, 고척2동과 개봉3동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사직서 취합 후 구통친회는 11월 마지막째 주 초 정도에 구의장단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구의장단 면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구통친회는 오는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정례회기 중 구의회 앞에서 통장들의 집회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첫 모임 후 불과 2~3일만에 상당히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통장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례안 개정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 왜? … 통장들이 더욱 반발에 나서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
오류1동의 한 통장은 "지역 상황에 따라 축소나 통폐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황당한 것은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달 20만원 받으면서 온갖 궂은 일을 다해왔다. 동네 청소부터 서류 전달, 구 행사 주민 동원, 폐휴대폰 수거 등 도시광산화 사업, 각종 조사도 통장들 일이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었던 것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하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현재 이들의 불만과 항변의 화살은 조례개정안을 의결한 구의회로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
오류1동 모 통장은 "몇백만원에 달하는 의정비는 단돈 10원도 안 깎으면서 예산 절감하겠다고 통장 수고비 20만원은 싹뚝 잘라버리다니, 그러면서 해외로 연수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거친 항의에 나섰다.
고척1동의 한 통장은 해명하겠다고 방문한 모 구의원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구의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꽤 설득력 있었다. 그러나 와서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자세한 사항은 동장에게 들어라 하면서 나가버렸다. 그 의원이 나간 후 통장들이 '조례안도 결과만 통보하더니, 똑같다'면서 고개를 저었다"고 전했다.
이 통장은 이어 "처음부터 잘 설득하고 얘기했더라면 구정 발전을 위해 통장들도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며 "통장들이 20만원 받아서 일하는 것 아니다. 지역에서 봉사하고 동네 발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돈만 따져 예산 절감 운운해 이렇게 대우 받는 것은 너무 서운하다"며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구로5동에서 오랫동안 통장직을 맡아온 모 통장은 "우리도 상황에 따라 축소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지만, 이렇게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동정 차질 불가피 … 통장들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동 행정 추진에도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통장 모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한 동의 주민센터 담당자는 "말 그대로 동 행정의 손발이 묶이는 것"이라며 당장 추진해야할 사업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25일에 배포되는 구로구청 발행 '디지털구로' 소식지를 가가호호 전달하는 일은 물론, 주민등록 일제조사, 홀몸노인 현황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동네 골목골목 청소하는 깔끔이 봉사단장과 민방위 훈련 통지서를 전달하는 민방위대장도 통장들의 역할이다.
구통친회를 주도하고 있는 모 통장은 "디지털구로 11월호 소식지 배포를 끝으로, 조사나 민방위 통지서 전달 등의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구청에서 내려오는 행사 주민 동원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주민센터 한 담당자는 "당장 주민등록 일제조사가 안되면 말소 등 행정조치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홀몸노인 조사도 실태 파악을 해야 이후 사업이 가능해진다"며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 의결 당시 구의회는 … 통장조직 관련 조례안이 심의 의결된 제203회 구로구 임시회기 중이던 지난 11일 열린 내무행정위원회 회의는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에 앞선 제202회 구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이 계속 심사로 넘겨졌던 터라 의원들의 토론은 진지했다.
당시 조례안 심의과정에서 한나라당 황규복 의원은 "현행(개정 전) 조례에 근거해 통장 구성을 해도 적게는 109명, 많게는 178명의 통장이 줄어든다. 현행 조례로 조정이 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한 류정숙 의원도 "구로1동의 경우 10~65세대까지 한 반이고, 구로2동은 13~51세대가 한 반이다. 형평성에도, 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기존 조례안의 엄격한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로구의원 16명 전체의 발의였다는 점과 통장 역할에 대한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불합리한 통 체제의 효율적 정비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임기 제한 내용을 삭제하고 일부 수정을 거쳐 가결됐다.
동별 통장수 불균형 문제는 지난 9월 행정사무감사 때도 일부 의원들이 제기했던 사안으로 한 명의 통장이 관리해야할 세대수가 동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구청 " 밑그림 나오면 설명자리 가질 것"
■ 구청 "밑그림 그리는 중" … 상황이 이쯤 되자, 구의회와 구청도 당혹스런 분위기. 한 구의원은 "통장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구 집행부에서 발의해야할 사안으로 구의원의 영역이 아니다. 또한 통반장 조정에 관한 사안도 양대웅 전 구청장 시절부터 준비해온 것으로서, 이번 개정 내용도 구 집행부에서 오랫동안 고심 끝에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를 받아들인 구의회가 좀 더 신중한 판단과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통장들의 반발 움직임을 전해들은 구로구청 자치행정과 담당자는 "조례 개정안에 대한 통장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며 "조례에서 '단독주택지의 경우 지역 사정이 있을 때에는 수를 가감할 수 있다'로 정하고 있어, 단독주택 지역 통장들의 수고로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충분히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각 동장들이 통반장 조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으로 어느 동에서 몇 개 통반이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으며, 구통친회가 주장하는 179개 통의 축소는 동별로 평균치 세대수로 단순 나눔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담당자는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라 미처 알리지 못한 것이기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면 그것을 바탕으로 통장들을 포함해 주민들과도 소통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조례안이지만 통합되는 통반의 경우에도 현 통반장들의 임기는 보장되며, 임기가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통합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10월 1일 새롭게 위촉된 통장 임명부터 지금까지 통 행정 조정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성 구청장 집행부가 어떻게 이 문제를 소통, 화합, 배려로 해결해나갈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