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미진해도 할 말 다해 '속 후련'
항동보금자리 관련 첫 주민공청회 열려
항동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과 관련한 첫 주민공청회가 지난 10일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항동 그린빌라 앞 목양교회에서 열린 '서울항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는 사업지구 내 주민들을 비롯한 인근 그린빌라와 현대홈타운 입주민 등 100여명 넘는 인원이 몰려 이 일대 주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날 주민패널을 비롯한 방청석의 주민들은 사업시행자인 SH공사 측을 상대로 시종일관 침착하고 논리 정연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며 주최 측이 예상한 소요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상돈(이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는 항동대책위 어용 사무국장과 그린빌라 자치관리위원회 석성도 회장, 그린빌라 입주민 김차숙 씨가 주민패널로, SH공사 이달윤 계획차장과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주)수성엔지니어링 조태현 상무 등이 사업자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사업지구 내 주민들을 대표해 패널로 나선 어용 사무국장은 "관계법령을 보면 사업시행자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에 관해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과 성실하게 협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SH공사는 자의적인 법률해석을 통해 물건조사부터 끝내놓고 계획수립 후에나 보상협의를 하려하고 있다"며 "SH는 물건조사 이전인 지금부터라도 항동주민들과 무릎을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 국장은 이어 사업지구 내 주민들의 요구사항으로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는 대토 및 이주자택지 보장을,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 마련을, △농업·축산·공장·식당 등을 경영하는 주민들에게는 실효성 있는 생활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단지 내 녹지 500여 평이 사업지구에 편입될 것으로 예고된 그린빌라 입주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린빌라 입주민을 대표해 패널로 나선 석성도 자치관리위원회 회장은 "사업지구에 그린빌라 일부인 500여평이 편입된다는 말이 있어 걱정했는데 일단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니 잘 되길 바란다"며 "편입 예정인 500여평은 단지 내 마지막 녹지로 이것이 사라지면 '그린빌라'라는 이름의 의미가 없어지기에 반드시 사업지구에서 빠질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패널들의 질문에 대해 일괄 답변에 나선 SH공사 측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뿐"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SH공사는 특히 사업지구 내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 '이해를 부탁한다', '관계부서와 협의하겠다' 등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 방청석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패널 간 토론에 이어 방청객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주민들은 패널토론에서 오간 내용에 대한 추가 질문과 SH공사 측의 확답을 바라는 주문을 연이어 쏟아내며 예정된 공청회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공청회에 대해 참석 주민들은 비록 SH공사 측의 답변은 미진했지만 평소 하고픈 말을 다 쏟아냈다는 점에서 일단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항동의 한 주민은 "솔직히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으면서 SH쪽 답변이 어떨지에 대해선 애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하고픈 말을 다 했다는 점에서 시원했고, 우리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