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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1년...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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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1년... 아직 멀었다
  • 정경미
  • 승인 2000.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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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자치센터 1년, 아직 멀었다”

부족한 문화강좌수요 일부 충족, 다양한 복지시설 제공효과

다수 주민의 능동적 참여 결여, 동 별 프로그램 상호연계 안돼

다채로운 프로그램 개발, 지역네트워크 구심체역할 시급



지난해 동사무소 기능 전환과 함께 시행에 들어간 주민자치센터가 벌써 한 돌을 맞았다. 주민자치센터는 그 동안 문화․교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구로구에 ‘동사무소’내 시설을 이용한 주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면서 주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작년 한해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민 수는 23만7천9백60명. 무료프로그램에서부터 최대3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 갈수록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만큼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고 시간이 갈수록 주민자치센터의 고질적인 폐해가 될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지적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설치 목적인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서울시 구로구주민자체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제1조)’하는 주민자치센터를 만들기 위해 구로구주민자치센터의 지난 1년을 되짚어 보는 평가의 시간이 필요할 때다.



동사무소 이미지 벗지 못해

“이유는 없어요. 그냥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어요. 질적 수준이 낮지 않을까요?” 타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듣고 있는 이아무개(50, 구로5동)씨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동사무소’라는 이미지가 아직은 문화강좌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도중에 나와버린 정아무개(33, 구로4동)씨도 비슷한 입장이다. “처음엔 집에서도 가깝고 가격도 싸서 한번 가보게 됐죠. 하지만 다녀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주민들도 별로 없고, 강사들도 시간때우기 식으로 진행했어요. 싼값이 비지떡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주민자체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동사무소’라는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구로5동사무소 우용균 동장도 “일년동안 자치센터를 지켜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주민유치”였다며, “홍보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약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일방적․수동적 운영체제

주민자치센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참여를 통해 주민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해주는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주민자치센터는 동장 또는 주민자치위원 몇몇이 프로그램을 결정해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자치센터 관리 또한 동사무소 업무를 겸한 공무원들이 맡고 있어 비효율적이다.

동사무소에서 주민자치센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주민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서 운영돼야 하는 주민자치센터가 자치위원 몇몇 의견으로 끝나버려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하기 힘든 실정이며 자치센터 관리를 공무원들이 하다보니 과중한 업무로 직원들의 불만만 살 뿐 소홀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기준 없는 주민자치센터 규정

현재 구로 주민자치센터는 수강생 모집과 개강 일만 비슷할 뿐 동사무소마다 각 자 다른 규정을 가지고 운영중이다. 어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강생 모집도 자체 행정에 맞춰 한다. 또한 자치센터마다 프로그램이 달라 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이용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유동성이 없어 같은 구로구민인데도 불구하고 타 동 지역의 자치센터 이용이 불가능하다. 동마다 같은 프로그램을 비슷하게 운영되는 등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운영, 주민들의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예산 대부분 강사료로 지출

현재 주민자치센터 예산 대부분은 강사료로 나간다.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강사에게 배우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구도 크지만 주민자치센터 목적에 적합한 마인드를 가진 강사를 찾기 어려운데 있다.

또 강사들 대부분이 봉사정신을 가지고 강의에 임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 식으로 활동하고 있어 자치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열린사회 구로시민회 이성동 씨는 “가장 이상적인 강사운영방식은 주민들 속에서 강사를 발굴하는 것”이며 “주민들 스스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나누다 보면 주민자치센터는 자연스럽게 톱니바퀴처럼 주민들 손에서 굴러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구로 주민자치센터, 아직도 멀었다

모니터요원들과 함께 구로구 주민자치센터 운영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열린사회 구로시민회 이성동 씨는 “주민자치센터 이용자와 공공근로자와의 위화감조성, 주민자치위원, 동장, 담당 공무원 마인드 부족 등 생각보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며 “구로 주민자치센터 1년을 한마디로 평가해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취미, 교양 강좌, 컴퓨터 교실, 마을문고, 주민사랑방, 무료영화상영 등의 시설제공에 주력해온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가 앞으로 지역 네트워크의 구심체역할과 주민자치센터 문제해결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향후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tipy-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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