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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출입카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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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출입카드' 논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0.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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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아파트, 학원·어린이집 차량에 보증금 요청
 개봉동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차량 출입 차단기 설치 후 단지를 출입하는 어린이집과 학원 차량에게 보증금 30만원을 내고 출입카드를 이용하도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6월경 개봉동 한마을아파트는 아파트 내 주차관리를 위해 차량 출입 차단기를 설치했다. 외부차량의 무단 주차와 통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아파트측은 설명한다. 문제의 발단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파트를 출입하는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차량들에게 보증금 30만원을 내야 출입카드를 발급해주겠다는 공문을 지난 7월경 관리사무소에서 각 학원과 어린이집측으로 보내면서부터.

 보증금을 내지 않은 어린이집과 학원에 대한 차량통제는 실제로 2차 공문에서 명시했던 대로 9월16일(수)부터 시작됐고, 아파트 출입구는 일대 혼란으로 번졌다.

 단지 내로 들어가지 못한 차량들이 아파트출입구에서 아이들을 태우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든 차량들이 뒤섞이고 출근 차량까지 합세하면서 교사와 부모들은 혹시나 아이들이 다칠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움직이는 차량에 보증금이라니, 얼토당토않다'며 반발에 나섰고, 관리소 측이 제시했던 기한인 9월 15일(화)까지 출입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자녀를 둔 부모들도 답답함과 불만으로 가득 차있기는 마찬가지여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직접 관리소로 찾아와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마을아파트 이용범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한 사항으로 인근 상가를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아파트로 들어와 주차를 하고, 출퇴근 시간 외부차량으로 인해 정체도 심한데다가 심지어 학원 차량 등은 낮 시간에 아파트 단지 안에 주차를 해놓고 낮잠을 자는 등 주민들에게 불편한 점이 많아 불가피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학원 차량 등에 공문을 보냈을 때는 가타부타 반응도, 보증금 액수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9월29일 현재 한마을아파트 관리소에 보증금30만원을 내고 출입카드를 받아 이용하는 차량은 26대라고 관리소장은 밝혔다. 이전에 출입하던 차량 수는 하루 40대이상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동순 한마을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그동안 학원 차량 등이 장시간 주차하고 휴식처로 활용하면서 1층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고 전하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민원 해결을 위해 이처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파트 안에서 만난 부모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민들의 편의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6살, 4살짜리 자녀를 둔 이경미(34) 씨는 "학원차가 우리 아이 한 명을 위해 오는데, 그 때문에 30만원을 낼 수 없지 않느냐. 출입구에서 타고 내리고 있는데 차가 많은 길목이라 불안하다"며 보내고 싶은 학원이 있어도 포기해야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단 첫날 오후에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출입구에서 내리던 한 아이가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가 날 뻔해 부모들이 깜짝 놀랐다. 요즘은 초등생 대상의 차량 대부분이 단지 내로 들어오지 않고 큰길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내리는데, 아이들이 차를 기다리며 가드레일에 매달려 있기도 해 위험하다"고 말하며 "특히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챙기지도 못하니 더 불안할 것이고, 심지어 이 사실을 모르는 엄마들도 있다"고 전했다.

 여러 부모들과 관리소에 가서 항의도 해봤다는 이 씨는 일부 어린이집이나 학원들이 포기하고 보증금을 내는 바람에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부모들의 불편과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단지 내 주차난이나 교통정체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4년 넘게 살면서 주차전쟁이나 출퇴근 교통정체는 보지도 못했다. 학원차량 때문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함께 있던 부모들도 대부분 불만을 넘어 자녀들의 안전이 가장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집과 학원 차량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면 보증금이 문제가 아니라 출입카드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관리소 측은 "그렇게 하면 제대로 통제가 되겠냐. 돈 30만원 가지고 수익을 내려는 것도 아닌데, (출입중 기물파손등) 문제가 생기면 보증금을 가지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답해 개운치 않는 여운을 남겼다.

 놀이터 앞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던 아파트 주민들은 "학원이나 어린이집에 안내했다지만, 정작 일반 주민들에게는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며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 단지 특성을 고려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다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이 기사는 2009년 10월 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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