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8 10:19 (목)
[인문학강좌]"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
상태바
[인문학강좌]"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
  • 김 미영 시민기자
  • 승인 2009.06.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왜 인문학인가 ?
▲ 지난 2일 시작된 인문학강좌 1강에 강사로 초빙된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왜 인문학인가'라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인기를 끌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요즘 어떠냐고 물어봐서 OOO를 보여줬습니다."

 TV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집과 자동차에 따라 나의 존재가치가 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의 더 많은 축적을 위해 상품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자 경쟁을 부추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나만 뒤떨어지면 안되니까"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자식들에게도 더 높은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요구한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일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삶속에서 뭔가 나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곳에 인문학이 있었다.

 지난 6월 2일, 구로타임즈와 구로문화사랑방, 구로생협, 구로시민생협이 공동 주최한 '인문학 강좌, 창'이 고대구로병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2일을 시작으로 6월 한달동안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세상을 보는 눈, 인문학 강좌'의 첫 번째 강의 주제는 '왜 인문학인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강사로 나섰다.

 홍세화 위원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는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하며 사람에 관한 학문이 곧 인문학'이라고 말문을 열고 2시간에 걸친 강의를 시작했다.

 이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의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기에 바쁘다"며 일갈했다.

 
 "고집보다 자기 삶 성찰하는 지혜를"

 홍 위원은 "사람은 일단 형성된 생각을 고집한다"고 말한 17세기 인문학자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고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형성된 내 생각은 굳어지고 그것이 곧 고집으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합리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 고집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생활 속에서 늘 질문을 잊지 말 것을 홍세화 위원은 주문하기도 했다. 질문의 핵심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라는 것.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를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자기 성찰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홍 위원의 제안.

 
 제도교육과 미디어가 큰 문제

 현재의 제도교육과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생각을 고정화하는데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이 바로 제도교육과 미디어인데, 제도교육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왜?"라는 질문은 쏙 빼고 주입식 교육으로 줄 세우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암기 중심의 문제들로 시험을 내고 그것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고 있으니 자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교육을 바꾸는 하나의 실천으로, 노력으로 해나가야 하겠지만, 그 전에 당장이라도 합리적 존재로 나를 바라보고 내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서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리적 존재로의 지름길, 폭넓은 독서

 인류의 역사에 대해, 인류가 꿈꿔왔던 세상에 대해, 나아가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알아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창문이 곧 책이기 때문이라는 것.

 끝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회일수록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가 그런 사회로 흘러가는 지금,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인문학을 공부하자는 다짐을 공유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누구에게나 한번밖에 오지 않는 소중한 삶을 아름답고 참되게 가꾸기 위해,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성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강좌였다.

 오는 6월 9일 열리는 두 번째 강좌는 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의 '살림의 경제학'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 김미영 시민기자




◈ 이 기사는 2009년 6월 8일자 30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