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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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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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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학교 학생들의 졸업'





지난달 13일 졸업식을 맞는 구로고등학교를 찾았다. 졸업식장에서 서로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는 졸업생들의 얼굴표정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졸업한다는데 대한 기쁨이 더 커보였다. 그들의 장난끼 어린 행동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이어 16일 수궁동에 소재한 정진학교 졸업식장.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정진학교 졸업식장은 유치부를 비롯한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전공과등의 소속학생 26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소규모의 졸업식이었지만 여느 졸업식장과 달리 감동과 훈훈함이 배어나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의 연령층이 매우 다양하고, 자립상부터 근면상, 청소우수상등 많은 상이 마련되어 학생들에게 상을 고루 받게 한 점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졸업식에서는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을 타는 아이들이 단상위로 올라가 졸업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경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웃음바다가 되고, 졸업식이라는 다소 무거운 장소에서 식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졸업생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서계신 선생님의 목을 장난스럽게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졸업식장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도 보였고 서로에게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도 나누는 학생도 있었고, 종종 아쉬운지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보였다. 교복을 입지 않고, 간간히 머리에 울긋불긋한 색을 들인 고등학생들의 졸업식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성공회대(항동소재)에 '성베드로'라는 학교가 있어 정신지체 아동에 대한 선입견은 없는 편이지만 취재를 하러가기전 '이들이 졸업이라는 의미를 알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정진학교 졸업식 모습을 보며 그들은 졸업식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알지못하겠지만 머리보다 먼저 가슴으로 느끼는 모습이어서 감동적이었다. 일반고등학교에서는 당연시되는 졸업식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성공회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대학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회적인 인식과 사회에 나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안타까웠던 마음은 이날 오후 정진학교 졸업식장을 보면서 다소 나아졌다.

일반인들이 그렇게 당연시 여기는 과정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제외 되고 있음을 되돌아 볼수 있었고, 이런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끝내 아쉬웠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릴수 있는 것이 또 다른 축복이라는 생각을 각기 다른 3개 학교의 졸업과 입학현장을 지켜보면서 갖게 됐다.

mamsj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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