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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지역 어린이놀이터, 그 해법을 찾는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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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지역 어린이놀이터, 그 해법을 찾는다(4)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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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행복 주는 놀이터
▲ 지난 10일,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기획취재-놀이터야, 날자!' 좌담회. 구의원, 공무원, 전문가, 지역주민들이 모여 구로 놀이터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법은 물론 주민참여 방안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좌담회>
일시장소: 2008년 11월 10일(월) 오후 6시, 구로타임즈 신문사
참여자 : 최성용(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팀장)
김명조(구로구의원)
조원식(궁동 주민, 놀이연구가)
한미진(구로구청 푸른도시과)
송지현(사회, 구로타임즈 기자)


■ 놀이터는 지역사회 구심

송지현(이하 사회) : 우리 구로에는 아파트 놀이터와 공공 놀이터를 합쳐 약 250개가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 성장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놀이터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명조(이하 김) : 놀이터는 있어도 실제로 아이들이 많이 놀지는 않죠.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이며,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아이들이 발전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봐요.

사회 : 그렇다면 어떤 놀이터가 되어야 하나요?

조원식 (이하 조) : 저는 놀이터가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가기보다 놀이터 자체가 지역사회 중심의 하나가 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일본이나 유럽 놀이터에는 주말에 동네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설비가 돼 있어요. 거기서 주민들 수십명이 모여 카레라이스를 끓여 먹고 핫케잌처럼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놀죠. 이렇게 지역사회의 센터가 되는 거죠.

■ 모래냐, 우레탄 매트냐

사회 : 놀이터의 기본은 안전이죠. 놀이터 안전은 평소에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한미진(이하 한) :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돼서 이제부터는 생산, 설치 과정에서 시설안전기준을 통과해야 해요. 기존 것들은 4년 유예기간을 두고 안전검사를 받도록 돼있어요. 현재 19개 시설이 적합판정을 받아 안전검사자료를 비치하고 있고, 이후 새로 설치되는 놀이터는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그나마 어린이놀이터 기초안전망은 이뤄진 셈이죠.

김 : 놀이터 페인트에 대한 중금속 오염도가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8.7배에서 320배 정도 엄청 높다고 해요. 또 요즘 바닥 안전성을 생각해 폐타이어 이용을 많이 하는데 그 폐타이어가 문제가 있다잖아요. 인조잔디 바닥도 그렇고 발암 물질에 아토피 유발 등 문제가 많아요. 모래 기생충 문제도 여러모로 제기되는데 바닥시설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한 : 모래가 더 비용이 적게 들어요. 그런데 개나 고양이들의 배설물 때문에 기생충이 많다는 언론 보도 이후 모래 바닥을 우레탄 포장이나 고무블럭 같은 페타이어를 이용한 바닥재로 교체한 거죠. 바닥에 탄성도 있고 폭신폭신한 게 장점이었죠. 그런데 그게 4, 5년 되면 들뜨고 밑이 썩어요. 그러니 부모님들이 걱정이 되는거죠.

사회 :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 놀이터 매트를 들어봤다가 끔찍한 곰팡이를 봤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매트를 선택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유가 모래는 깨끗하겠냐는 거였죠, 더구나 모래는 아이들이 묻혀 와서 집안을 더럽힌다는 게 너무 싫다고 하더라고요.

한 :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 사이에 있는 놀이터 바닥이 모래로 된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모래막이를 설치해도 모래 날림이나 아이들 옷에 묻는 것까지 해결하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인지 놀이터 주변 주민들은 놀이터를 굉장히 싫어해요.

■ 주민 반대로 놀이터 못만든다?

김 :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은 상식인데. 반대를 하다니 많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심지어 밤늦은 시간 출입을 금지하는 놀이터가 생기는거죠. 구로는 오히려 놀이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연령별로 보면 동마다 2천2백여명의 아이들이 놀이시설이 이용 가능한 연령대에 있어요. 그런데도 오류1·2동, 개봉1동, 가리봉동 등 공공놀이터가 없는 동이 있으니 답답해요. 편중되지 않게 놀이터 설치 계획을 점검하는가 하면 구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놀이터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 6개 동에 어린이공원이 없어서 어린이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오류1동의 경우 부지까지 선정했는데, 주민들이 자기 주택 옆이니 하지 말라는 민원을 많이 넣더라고요. 시끄럽다, 비행 청소년들이 모인다는 등 반대 여론이 너무 거세 사업 자체가 지연이 됐어요. 이게 오래 끌게 되면 결국 사업이 폐기 될 수도 있는 거죠.

사회 : 아파트가 많은 동네는 그나마 나을 것 같은데 주택가는 정말 갈 데가 없어요. 가까운 아파트 놀이터에 가도 눈치가 보인다는 거예요.

김 :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에는 놀이터도 없고 애들을 데리고 어디 갈 곳이 없어서 오류동에서 고척근린공원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다네요. 그 동네에는 소공원들이 많이 있는 편이라 그 공간을 이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 그런 곳은 마을마당 개념으로 주민들이 휴식하면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아이들도 운동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죠.

김 : 마을마당은 운동시설 중심으로 조성돼있으니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창의력 등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시설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 소극적 참여 주민에게 다가가자

사회 : 놀이터를 만드는 데 주민들을 설득하고 관계를 푸는 일이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최성용(이하 최) : 놀이터가 일종의 혐오시설이 됐어요. 우리 동네에 있는 것은 좋은데 우리 집 옆에 있는 것은 싫다라고들 하죠. 놀이터 리모델링을 할 때 많은 주민들의 얘기가 리모델링 돼서 놀이터가 좋아지면 애들이 많아질까 걱정되니 너무 좋게 해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이런 역할 부여를 위해서는 참여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래놀이가 좋기 때문에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고, 매트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매트를 깐다는 것이죠. 그리고 주민들이 모여 이 놀이터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지 말자는 운동과 다짐을 하는 식으로 나가는 겁니다. 즉, 시설만 가지고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회 : 주민들을 모아서 무엇인가를 하는 과정이 사실 굉장히 어렵지 않나요?

최 : 어떤 모임이나 조직을 만들려고 하면 힘들죠. 주민들마다 놀이터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의 경중이 달라요. 일단은 놀이터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모두 참여를 해야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임에 나올 수 있다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한 주민은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극적인 주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공청회도 못 오는 주민이 있을 텐데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눌러서 나오게 하는 방법도 해봤어요.
그리고 어디서나 민원은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청소년들이 그나마 갈 수 있는 곳이 농구대 있는 공원인데, 농구대를 설치하면 공 튕기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도 많아요. 놀이터라는 공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을 하죠. 그리고 쓰레기통 하나 놓더라도 발로 찼을 때 소리가 안 나는 재질로 놓겠다, 사람들이 많이 앉는 파고라도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 방향으로 방향을 두도록 디자인을 하겠다, 조명을 더 환하게 해서 비행청소년들이 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 그런 식의 타협안을 제시 하는 거죠. 그런 과정을 겪다보면 주민들도 기왕 만드는 거 잘 만들라고 해요. 그런 작은 배려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놀이터를 남의 공간이 아닌 내 공간으로 여기는 작은 장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참여는 자치의 시작

사회 : 주민 참여를 통한 놀이터 만들기가 상상어린이공원사업으로 외화되고 있는데, 주민참여 놀이터 만들기 사업을 해본 최 팀장은 어떤 평가를 내리나요?

최 : 형식적 주민참여가 되지 않을까요? 공청회 하듯이.

사회 : 구로구 상상어린이놀이터사업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 : 주민설명회를 1차 실시한 뒤, 놀이터 반경 250m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20% 정도가 회수되더군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원하는 놀이터를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수렴한 의견이라고 다 받아들여 공원이나 놀이터를 만들 수는 없어요. 심지어 잘 만들면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시끄러우니 만들지 말라는 의견을 내는 주민들도 있죠. 시안을 제시하면 똑같다면서 그냥 덮어버리기도 하고요. 자녀 유무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요. 자녀가 없는 주민들은 놀이시설 말고 운동 편의시설 해달라고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공원으로 만들자고 설명해도 소용없어요. 자녀가 있는 주민들은 종합놀이대뿐이니 놀 시설이 없다면서 놀이시설의 다양화를 많이 말해요.

김 : 놀이터마다 아이들 이용하는 놀이기구가 있고 어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있고 하나의 놀이터에도 여러 시설들이 같이 있을 수 있죠. 그래도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유아나 초등학생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 : 상상놀이터는 모델을 정해놓고 몇 군데 세워봐서 그게 성공적이면 300개 붕어빵처럼 적용하는 사업 아닌가요?

한 : 시에서 10개 공모안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그 10개를 똑같이 300개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현장 여건을 살펴 적용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경사도가 있는 공원, 즉 개웅산 같은 경우는 상하부 단차가 5m 이상 나는데 그 경사도를 이용해 암벽 등반 시설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현장 여건에 따라 설계 변경은 가능한 거죠.

사회 : 인근 초등학생 의견도 받았는데, 그 의견을 가지고 또다시 주민 의견 수렴도 역시 거치는 건가요?

한 : 초등학생들이 제시한 의견들 중 가능한 것은 반영해 다시 주민들에게 설명 하고 의견을 들었죠. 문제는 적극 참여자 의견은 많이 반영되지만 소극적 참여자들은 나중에 자기는 이런 말 한 적 없다, 언제 주민설명회 했냐며 항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죠.

사회 : 어떤 사업이 진행될 때 행정당국은 늘 노력했고, 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는 안 했다고 반발하는데, 대부분 거기에서 충돌이 생겨요. 왜 그럴까요?

최 : 저는 모든 주민이 다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아요. 억지로 그 사람이 시간이 안 되는데 안 되는 날 골라잡아서 왜 안 왔냐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그 사람 입장에서 여러 번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귀찮아서 안 했다가 막상 공사할 때 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 말도 안 나올 정도로 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주민이 늘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책임도 져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기회를 반드시 줘야한다는 것입니다.
놀이터를 만드는데서 주민참여라는 게 디자인에 참여를 하는 것인데, 꼭 주민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주민참여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실 디자이너가 전문가이고 주민들은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리모델링하는 곳의 경우 그곳은 어떤 문제점이 있고 주이용자는 누구이고 이런 부분은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는 거죠. 그런 부분들은 수렴을 해서 디자이너가 설계를 해서 주민들과 합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가져야죠. 우리가 주민참여를 통해 효과를 얻고자 하는 부분들은 그 과정에 내가 이곳을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주인의식도 갖게 되고 만든 이후에 이용 측면에서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이렇게 참여를 할 수 있구나 그런 참여의 경험들도 쌓게 돼서 동네에 다른 일이 있을 때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자치문화가 형성이 될 수 있는 거죠.












“정형화된 놀이기구와 공간 탈피해야”
넓은 공터, 물 모래등도 신나는 놀이기구
마을쉼터 운동공간등도 놀이터시설로 복합화


■ 아동친화적 도시를 만들자

사회 : 놀이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실제로 좋은 놀이터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김 : 부천 수자원 생태공원을 추천하고 싶어요. 놀이시설과 주민들이 아이들과 같이 걸을 수 있는 거리도 잘 돼 있어요. 중고등학생들 이용하기에도 좋아 보여요. 구로구에도 걷고 싶은 거리와 놀이터를 접목시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고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는 그런 공간이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면적이 좀 큰 공간을 확보하는 게 좋은데 우리 동네는 대부분 소규모네요.

사회 : 좁더라도 공간을 잘 활용해서 좋은 사례들도 있지 않을까요? 또 전체가 아니더라도 미시적인 부분에서 아이디어가 괜찮은 놀이터도 있을테고요.

최 : 애들에게 제일 좋은 놀이기구는 모래와 물이라고 생각해요. 창의력, 상상력을 키우는 것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한 정형화된 놀이가 아니라 풀어놓았을 때 애들이 노는 것인데 대표적인 공간이 공터죠. 요즘 공사중인 춘천 리모델링 놀이터가 다른 곳이랑 다른 점은 바로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에요. 거기서 청소년들은 뛰어놀 수 있고, 바로 옆 놀이터에선 어린 애들이 놀아요. 적절히 공간 분리도 되고, 어린애들 안전사고 위험도 훨씬 적어졌죠. 놀이기구가 다 점령한 놀이터는 안 좋아요.

사회 : 그런데 놀이시설이 없으면 애들이 심심해하지는 않나요?

최 : 놀이시설은 기본적으로 있어야죠. 어느 지역은 굉장히 독특한 놀이터를 만들면서 기존 종합놀이대를 없앴는데 그네는 꼭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그네를 만들더니 결국 몇 달 지나 놀이기구가 다시 들어왔어요.

조 : 모양이 색다른 게 아니라 심심하지 않은 놀이가 가능한 놀이터가 도움이 되죠. 일본의 놀이터도 지형지물에 따라 언덕에 비닐을 깔아 놓고 여름엔 물길 만들어 놓고, 겨울엔 눈썰매를 타고 놀아요.

김 : 어느 구에서는 짜투리 땅에 분수대를 만들었는데, 그곳만으로도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조: 아이들이 안전한 곳이면 어디든지 다 놀이터가 되거든요. 분수대의 경우 놀이터 개념으로 만든 것은 아닌데 애들이 놀이터처럼 이용하고 있는 사례죠. 모든 어른들이 도시를 아동 친화적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 같아요. 영국의 플레이 잉글랜드라는 단체에서는 아동친화적 디자인을 강령으로 만들어놓고, 자치구 모든 시설을 만들 때 아동친화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어린이공원이나 놀이터 설치시 조금만 배려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새로운 화두, 플레이 리더

사회 : 시설 자체보다 놀이공간에 대한 관리와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 : 저는 플레이리더가 있어 사회적 고용도 창출하고 놀이터 안전도 책임지는 구조를 가지는 게 어떨까 생각해요. 플레이리더는 놀이터 공간을 지역사회의 구심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동네 놀이터에 가족 단위로 모이게 되면 또래 청소년들도 같이 모이게 되고, 그 청소년들은 다시 놀이터를 찾게 되죠. 이 청소년들이 플레이리더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 플레이리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자기 스스로 플레이 리더가 되고, 아이들끼리의 자율적 문화를 계속 확장시켜 나가는 거죠.

사회 : 플레이리더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신체 움직임, 놀이시설에 대해서라든지, 전체적인 놀이프로그램들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지만 가능한가의 문제죠.

최 : 일본에는 플레이리더가 있어요. 일본은 놀이터가 만들어진 뒤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놀이터로 전화되는 형태였죠. 우리 사회에서 그런 커뮤니티가 있느냐, 굉장히 특수한 몇몇 지역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놀이터가 동네사람이면 누구나 관심 갖는 공간이고, 갈등을 양산할 수도 있는 공간인데 만들면서 싸우고 타협하며 커뮤니티 형성과정을 경험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소극적 참여도 가능한 공간, 그 속에서 플레이리더의 싹이 틔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 플레이리더라고 하면 운영하는 쪽에 비중 두는 거죠. 그래서 전문적 자격이 있어야 해요. 놀아만 주라고 하면 결국 놀이터를 방치하는 것일 뿐입니다. 개웅산 숲체험설명가를 플레이리더라고 한다면 그에 맞는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전문 자격이 있다면 자원봉사 시스템으로만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이때 예산이 요구될 수밖에 없죠.

■ 함께 하는 공간이 필요한 장애아동들

사회 : 이제 통합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구로에도 통합놀이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는 주민도 있어요.

최 : 장애인 놀이터가 몇 군데 만들어지다 보니까 오히려 장애인이 고립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장애인 시설을 없애야지 편의시설을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이 있으면 계단을 만들고 옆에 램프를 만들지 말고 아예 장애인들이 쉽게 다닐 수 있게 만들면 일반인들도 쉽게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아들 얘기를 들어보면, 통합놀이터에서 장애가 없는 아이들이 줄잡고 올라가는 것을 나도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같이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들어가는 곳부터 턱이 있어서 못 들어간다거나, 모래사장에 들어갈 수 없는 놀이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한 : 설문조사를 해보니 장애아 친구들은 소외당할 바에야 같이 안 있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던데요. 아직까지도 자기들에 대해 울타리를 치겠다는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조 :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으면 아이들도 재미있게 보고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놀이터에서 비장애 아동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가가서 같이 놀고 싶어도 같이 안 놀고 상처받을까봐 다가가기도 힘들죠. 사실 통합놀이 개념은 어떤 시설을 갖춰놓았다고 해서 절대 통합놀이가 안 돼요. 그것도 역시 아이들 사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던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통합할 수 있는 플레이리더가 역시 필요해요.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죠.

■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

한 : 사실 놀이터 등에 관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요.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마을마당을 포함한 공원유지관리비로 올해 1년 예산이 7900만원밖에 안돼요. 또 공원이나 놀이터 만드는 부지 보상비만 해도 수십억이 들어가요. 어려움이 많답니다.

김 : 놀이터가 있는 공원 노후시설 개선사업에 1억 3천만원 편성되어있는데, 70개에 달하는 시설개선사업으로 볼 때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 좀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사회 : 끝으로 놀이터 개선과 발전에 대한 다짐과 계획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려요.

조 : 놀이터는 애들 눈높이에서 본다는 관점이 제일 중요해요. 요즘 아이들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고 있는데 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알려주는 공간으로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최 : 이런 사업을 할 때 진정한 주민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체성 없는 도시에서 살다보니, 애착도 없는데다가, 내가 아는 아이들이라면 훨씬 너그러울 텐데 하는 것이죠. 주민도 행정도 준비가 안되있는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주민을 생각하는 행정, 행정을 생각하는 주민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한 : 상상어린이놀이터사업에서도 형식적 주민참여가 아니라, 가족 개념, 부모와 청소년,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놀이터가 되도록 실무자 입장에서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원 잘 만들어 놓아도 내 공원이라는 생각하지 않으면 1년도 못가니, 주민들 스스로도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하네요.

사회 : 어느 한 쪽의 날개로만 놀이터가 훨훨 날 수는 없습니다. 주민과 행정당국 두 날개가 힘차게 날개짓 하는 놀이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정리= 송지현 ▪황희준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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