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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그 놀이터가 그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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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그 놀이터가 그 놀이터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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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_놀이터야 날자! -지역 어린이놀이터, 그 해법을 찾는다(3)
■ 구로 놀이터 둘러보니


◎ 공공놀이터 없는 동네만도 6개동

구로에는 어린이공원에 설치된 공공놀이터가 19개, 관내 190개 아파트 단지에 있는 231개 놀이터를 합쳐 250개의 놀이터가 있다. 23개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시설까지 합치면 273개인 셈이다.

이 가운데 공공놀이터 현황을 살펴보면 동별로 1~2개 놀이터가 있으나, 개봉1동, 오류1동, 오류2동, 구로1동, 구로2동, 가리봉동 등 6개 동은 공공놀이터가 없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될 정도다.

그래서 구로 놀이터의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터져나오는 소리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다. 주변에 아파트나 큰 연립빌라가 있어 그나마 놀이터가 적게는 한 개에서 5~6개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일반 주택가에서 놀이터는 ‘있으면 다행’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개봉본동에 살고 있는 양이경(39) 씨는 고척근린공원 놀이터를 이용한다. “구민체육센터와 도서관 때문에 고척근린공원에 자주 오는 편이라 이쪽 놀이터를 이용하곤 하지만, 개봉동 주택가에는 놀이터도 거의 없어요. 심지어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오류동에 놀이터가 없다고 고척동까지 오는 엄마도 있다니까요.”

공공놀이터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꺼리는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서 맘껏 뛰놀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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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지역사회 보물, 창조적 놀이터
2. 평등한 놀이터의 사회적 힘
3. 구로지역 놀이터 이대로 좋은가
4. 주민과 전문가에게 듣는다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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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놀이터야 날자! 1, 2회를 통해 창조적 놀이터와 통합 놀이터에 대해 살펴보면서 놀이터 시설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구로의 놀이터 현실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에 대한 제안을 통해 우리 지역 놀이터에 날개를 달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똑같은 놀이터 VS 비행기 놀이터

본지 취재 결과 구로 놀이터 대부분은 플라스틱 재질의 종합놀이대를 갖춘 놀이터가 가장 많았다. 기본 종합놀이대의 미끄럼틀, 징검다리, 오르는 기구, 원통형 통로가 기본이고 부속 시설과 그네, 시소, 정글짐 등을 갖추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우리 동네 놀이터와 옆 동네 놀이터, 다른 지역 놀이터 모양이 모두 비슷해 특색있는 놀이터를 찾기 어렵다는 점. 공공놀이터의 놀이시설은 크기와 시설 개수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모양새다. 그래도 요즘엔 새로 건립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새로운 모양의 놀이터가 등장해 어린이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영풍아파트(오류2동) 놀이터는 전면이 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①)

이 놀이터는 놀이터와 연결된 뒤편으로는 반원형의 넓은 공간과 3층의 계단까지 갖춰 공연무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주민들의 발표공간은 물론 초등하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공놀이등 다양한 놀이를 할 수 공간으로 놀이터에 연결시킨 점이 특징이었다.

개봉2동 현대아파트 놀이터도 독특한 모양의 놀이시설을 갖춰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놀이시설 전체를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비행기 안에서 놀이를 즐기도록 했다. 놀이시설 주변엔 솟대로 둘러싸인 정자를 만들어 주민들의 쉼터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②)

손녀와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 나온 김모(62, 개봉2동) 씨는 비슷비슷한 놀이터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솟대도 좋지만 몇 개는 바람을 이용한 바람개비나 풍력발전기 모양으로 만들거나, 놀이터 주변에 횡단보도나 모형 신호등을 설치해 어린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올 때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며 다양한 놀이와 교육이 가능한 놀이터가 되길 기대했다.


◎ 매트가 대세지만 청결이 우선

놀이터 시설 중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것은 바닥시설. 모래가 대부분이었던 과거 놀이터에 비해 요즘은 대부분 매트로 바꾸고 있는 추세. 최근 개보수한 놀이터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바닥은 대부분 매트가 깔려있다.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모래가 아동 성장과 교육에 좋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모래를 싫어한다는 게 문제. 발에 모래가 들어가 씻거나 털어내야 하는 불편함때문에 귀찮아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모래에 더럽고 유해한 물질이 많이 포함돼 위생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영옥(35, 구로3동)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주 끔찍한 목격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얼마전 놀이터 바닥이 울퉁불퉁해 한번 뒤집었는데, 그 밑은 온통 곰팡이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더라고요. 그래도 매트가 좋다고 했어요. 모래라고 뭐 깨끗한가요? 아이들이라도 덜 지저분해지는 게 낫죠.”

구로3동의 래미안아파트는 모래와 매트가 공존한다. 종합놀이대가 놓인 곳은 매트가 깔려있고 집 모양의 작은 나무 놀이터는 모래 위에 세워져 아이들이 흙장난과 함께 놀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집 모양 작은 나무 놀이터 안은 모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군데군데 흘려 있어 누가 봐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놀게 놔둘 환경은 아니었다.

모래가 좋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앞서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현장에서는 드러나고 있다.


◎ 허술한 유지관리는 안전사고의 신호

놀이터 유지관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대부분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파손된 상태가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업인아파트(고척1동) 놀이터는 오래 돼 낙후된데다가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듯 심각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미끄럼틀은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고, 그네는 지지대만 있을 뿐이었다.

온수빌라(온수동) 놀이터 미끄럼틀은 곳곳에 페인트가 많이 벗겨진 데다 일부 덧칠을 해 다소 흉물스러울 정도였고,(사진③) 구로리어린이공원(구로4동)의 원통형 미끄럼틀은 영아 머리가 낄 정도 크기로 구멍이 나있었다.(사진④) 신도림동 대림1차 아파트 놀이터는 2개의 그네 중 하나가 사라진 상태였다. 보광아파트(구로본동) 놀이터도 길이가 들쑥날쑥한데다 윗고리만 남은 그네도 눈에 띄었다.

관리가 안 되는 놀이터일수록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고, 이런 놀이터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 연령대와 접근성 배려 필요

놀이터 이용 아동의 연령을 고려하지 못한 놀이시설도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끄럼틀은 높이가 일정해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유아들에겐 위험한 놀이시설이 되기 쉽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네는 부모들이 꼭 잡고 있어야만 탈 수 있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근래들어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놀이터가 동네 놀이터에 등장하고 있다. 미끄럼틀의 경우 연령대에 맞게 높은 미끄럼틀과 상대적으로 낮은 미끄럼틀을 설치하고,(사진⑥) 영유아를 위한 안전띠를 갖춘 그네도 몇몇 놀이터에서 눈에 띈다.(사진⑤)

또한, 놀이터 접근성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언급된다. 장애아동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 나타나는 부모들에게조차 넘어서는 안 되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놀이터도 있다. 새솔금호아파트(구로5동) 놀이터는 계단 20여개를 올라야 놀이터에서 놀 수 있으며, 보광아파트 놀이터(구로본동)나 오금어린이놀이터(고척1동)도 15센티미터의 턱을 넘어야 놀이터에 진입 가능하다.

접근성의 문제는 놀이대 주변에서도 드러난다. 주 놀이대 바닥이 모래로 이뤄진 경우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모래바닥 놀이터에서 주 놀이대 접근통로를 딱딱한 재질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 누굴 위해 놀이터 문을 닫나

일부 시간이나 일부 연령층에만 개방하는 놀이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성푸르뫼아파트(개봉1동) 놀이터는 오후 6시 이후엔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문과 함께 펜스를 치고 출입구 봉쇄장치를 갖추고 있었고, 공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두산아파트(구로4동) 놀이터도 만13세 이상 중고생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과 함께 펜스를 치고 자물쇠 잠금장치를 해두었다. (사진⑦)

놀이터 펜스 앞에서 만난 두 명의 중학생들은 “속상하다”고 말하며 입을 내밀었다. 이들은 “펜스가 생기기 전에 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쫓겨난 적도 있는 걸요. 우린 놀 곳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지 속이 많이 상해요”라며 아파트 안 구석진 벤치로 향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라는 안내판 뒤로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터의 존재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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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 놀이터 변화, 이렇게 시작하자

⊙ 재개발 현장에 놀이터 만들기 주민모임을!

현재 구로의 놀이터는 변화기에 있다. 낙후되고 방치된 놀이터, 뻔해서 재미없는 수많은 놀이터 속에서 하나씩 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놀이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개발아파트에 조합원으로 분양받아 입주한 오지은(33, 구로3동) 씨는 아파트 놀이터에 불만이 많다. 첫 번째 이유가 부족한 시설과 좁은 놀이터다.

“아파트 설계도면은 봤어도 놀이터 설계도는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이곳이 부지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인데, 다 만들고 나니 아쉬움이 많네요.”

8살, 5살짜리 두딸을 두고 있는 오 씨가 이제야 가장 아쉬운 아파트 시설로 놀이터를 꼽을 정도.

이처럼 지금 구로 곳곳에서 진행되고 앞으로 추진될 재개발 아파트 놀이터부터 바꾸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입주할 조합원들이 같이 고민한다면 우리 동네만의 재미있고, 멋진 놀이터는 물론 주민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놀이터가 탄생할 것은 당연.


⊙ 마을마당 속 놀이터 어때요?

그리고 동네에서 가까운 놀이터, 멀리 돌아가지 않고 슬리퍼 신고 동네사람들과 만나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로구청 놀이터 담당자는 “놀이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주택가에 자리를 잡은 마을마당을 이용하면 일정하게 부지확보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냐”며 놀이터 따로, 마을마당 따로 생각하지 말고 공간 활용이 가능한 곳부터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주민 가까이에 있는 효율성 높은 주민공간이 될 것이며, 주민들의 보호 아래 아이들도, 청소년들도 즐거운 공간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마을마당과 놀이터 수요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유지관리 예산도 확보하자!

주민들은 새로운 놀이터를 만드는것도 좋지만, 놀이터 유지와 개선을 위한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은정(33, 구로3동) 씨는 “통합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새로운 터에 만들려고만 하면 방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복지관 주변 놀이터부터 시범적으로 통합놀이터로 만든다면 꼭 필요한 아이들이 더 잘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구로종합사회복지관과 인근 꿈마을어린이공원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김 씨는 덧붙여 새 놀이시설과 매트를 깔면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새해 예산을 잡을 때 놀이터 모래를 바꾸거나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파손 시설 교체 등에 관한 예산을 부족함없이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주민과 관이 만나야 난다

한국놀이터안전연구소 배송수 소장은 어린이놀이터 안전을 위해 꼭 해야 할 다섯 가지 행동을 말한다. “놀이터에 동행해, 우리 아이가 놀이활동을 하기에 적합한가 살피며, 놀이터 상태와 연령에 맞는 놀이기구를 확인하면서 사고발생시 관리주체에게 보고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그것. 이런 과정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하며 행복한 놀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 놀이터의 주인으로서 만들고 가꾸고 변화 발전시키는 주체로 거듭나야 하며, 관에서는 놀이터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실태파악에 힘을 기울이면서 주민의 의견과 바람이 실현되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등 지원자로서의 역할에 힘을 쏟는다면 날개를 단 놀이터 해법을 찾기란 멀지 않아 보인다.



■ 기획취재팀 : 송지현 김경숙 황희준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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