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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무장애놀이터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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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야 날자]무장애놀이터의 상상력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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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시선집중] 국회 어린이집과 서울숲무장애놀이터
▲ 붕어빵처럼 똑같은 시설의 놀이터만 있는게 아니다. 최근들어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는 놀이터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 함께 즐겁게 놀수 있는 무장애·통합놀이터를 찾아봤다. 사진은 2006년 국내에 처음으로 설치된 서울숲 무장애놀이터 ‘거인나라’
[시선1] 국회 어린이집 무장애놀이터

장애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곳
나무모양설계 온도벽화 노래하는 의자 등 눈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 위치한 국회사무처 직장보육시설인 국회어린이집의 놀이터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네, 미끄럼, 시소 등의 단순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표준화된 놀이터가 아니다. 예술 환경 놀이 휴식 등이 결합된 이야기가 있는 새로운 개념의 놀이터다.

대웅제약이 기증하고, 임옥상 미술연구소가 ‘애벌레의 꿈’이란 주제로 설계·시공하여 금년 2월말에 건립된 645㎡ 크기의 이 놀이터는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창의적으로 놀이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이용하여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게 계획된 무장애놀이터이다.

놀이터는 나무속에 꿈꾸는 애벌레가 살고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놀이터의 형태가 나무모양으로 설계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꿈꾸는 애벌레와 같이 어린이들이 항상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디자인 된 것이다.

놀이 시설마다 테마를 붙였으며, 놀이터의 주인공인 애벌레는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해 온도벽화가 설치되어 촉감으로 색과 형태를 느낄 수 있고, 노래하는 의자, 공명놀이, 소리가 나는 미끄럼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놀이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양숙 원장은 “계단이 없고 휠체어를 탄 사람도 이용할 정도로 안전하게 만들어져 사고 위험이 없어 어린 유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편리한 놀이터”라며 “어린아이들이 흥미있고 좋아하는 색다른 시설과 공간이 갖추어진 이곳에 하루에 한번 나와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려 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놀이터는 자연친화적인 마사토로 포장했고, 높고 낮음이 있는 경사지역으로 조성했다. 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폭1.5m이상, 법정경사도 이하로 꾸몄다. 놀이터 주변에는 유실수 식재와 텃밭을 조성하는 등 생태학습적 공간도 마련했다. 또 놀이터 안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원형의 세면시설과 그늘시설 등을 갖추어 어린아이들의 위생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테마 ‘모래바다’시설에는 미끄럼틀 양옆의 구멍을 두드리며 소리를 낼 수 있는 플라스틱 미끄럼틀과 모래놀이터, 그리고 스프링클러와 수도꼭지가 있는 물놀이시설 등을 설치했다.

또 테마 ‘꿈꾸는 애벌레’시설은 스테인리스, 타일, 자갈, 시멘트 등의 각기 온도 및 느낌이 다른 소재로 6m길이의 애벌레 모형을 만들어 아이들이 전화놀이, 통로놀이, 온도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테마 ‘흔들흔들 언덕’에는 스프링의자 및 흔들 나무그네의자를 설치했고, 테마 ‘애플아지트’에는 올록볼록한 크고 작은 요술거울과 밖을 엿볼 수 있는 잠망경을 설치, 자기 자신과 친구의 모습을, 그리고 푸른 하늘과 나무를 볼 수 있게 꾸몄다.

테마 ‘소리가 떠다니는 마을’에는 울림놀이, 타악기놀이, 실로폰, 조롱박 등을 설치, 다양한소재의 여러 소리를 들으며 놀 수 있게 했다.

이곳 놀이터의 시설 점검 및 유지보수는 국회사무처에서 맡고 있으며, 어린이 집이 모래 유실 등 보수를 요청할 경우 수시로 해주고 있다고 한다.


□ 윤용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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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 서울숲 무장애놀이터

‘상상의 거인나라’로 꿈과 희망을
국내 첫 무장애놀이터... 관리 안돼 곳곳 위험



지난 2006년 10월 20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국내 최초로 개장한 무장애놀이터는 ‘상상의 거인 나라’를 주제로 천적 관계인 뱀과 두꺼비, 그리고 이들의 평화유지군인 거인 이야기를 담았다. 3층 건물 높이의 철물구조로 만든 거인상은 놀이터 한 가운데 우뚝 일어서는 희망을 상징하며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거인상까지 휠체어를 탄 장애아는 놀이터 입구의 자연아치형 터널을 지나 나선형의 경사로로 오를 수 있다. 거인상은 정글짐 구조여서 아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거인 몸속으로 들어가 다리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발바닥쪽 출구로 나오도록 만들었다.

또 놀이터 담장 대신 뱀 모양을 본뜬 송수신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돌로 쌓아 만든 뱀 형상에 관을 연결해 말과 노래가 건너편으로 전달되는 전화기 역할을 한다.

이 놀이터는 서울시에서 부지를 제공받아 대웅제약이 사회공헌활동으로 공사비 11억을 소요했고, 임상옥미술연구소에서 기획·설계시공을 맡았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지난 휴일, 서울숲 무장애놀이터를 찾았다. 건립 당시 250여 평 규모라는 보도가 있었기에 ‘설마’하면서 둘러봤지만 턱 없이 작아 보였다. 확인 결과 250평은 서울숲 내 숲속놀이터(어린이놀이터)를 포함한 규모이며, 무장애놀이터는 그 1/4 면적이라는 것이 담당 관리자의 전언이다.

무장애놀이터 입구는 휠체어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아치형 동굴도 만들어 놓았지만 진입로 턱이 갑자기 낮아져 위험해 보였다. 실제 그 턱 때문에 자전거를 타던 남아가 넘어지는 현장을 보았다. 거인조형물로 오르는 경사로는 점입가경이었다. 경사로 바닥이 울퉁불퉁 뜯어져 나간 곳이 많았고 그 안에 있던 모래가 떨어져 나와 자칫 미끄러질 위험도 있어 보였다. 서울숲 무장애놀이터 관리담당 황인규 주임은 “경사로는 조만간 공사할 예정”이라면서 “점검 및 방문객 안전을 위해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2미터 가량의 원형사다리로 되어 있어 놀이터에는 비장애아들로 가득했고, 대부분 이 놀이터가 ‘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4살 여아와 함께 방문한 박선영씨(30, 행담동)는 “이곳이 무장애놀이터인줄 몰랐다.”면서 “장애아동에게는 조금 위험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문동에서 온 최연씨(35) 역시 무장애 놀이터는 금시초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숲 인근 주민 김양숙씨(38, 성수동)는 “아들과 함께 자주 산책을 나오지만 커다란 거인형상은 그저 조형물인줄만 알았지, 놀이터인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지적2급 장애아를 둔 박우정(38, 양천구)씨는 그동안 장애·비장애 통합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고 정보력도 뛰어난 학부모다. 서울숲 무장애놀이터를 가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니 “전혀 없다. 만약 그 놀이터를 다녀온 장애아 부모들이 만족했다면 벌써 입소문이 났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무장애놀이터는 장애아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닌 이상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장애아가 불편을 겪어서도 안 될 일이다. 열린 공간을 추구하는 무장애놀이터의 취지만큼이나 시설의 안전점검과 관리가 철저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공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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