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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7]"주민이 원하는 공간으로의 변모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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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7]"주민이 원하는 공간으로의 변모가 핵심"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9.2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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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7) _ 좌담회
▮ 일 시 : 2008년 9월 18일 오후3시~5시
▮ 장 소 : 구로타임즈 신문사 회의실
▮ 참석자 : 양형호 (구로본동, 콩세알마을학교 교사)
이수빈 (희망제작소 공공문화센터장)
조중현 (개봉동, 구일중학교 미술교사 )
황규복 (개봉본동, 구로구의회 의원)
▮ 사 회 : 송지현 (구로타임즈 기자)




“ 관주도로 해버리면 간판 바꾸고, 표지판 바꾸고 색깔 칠하고,
꽃길 조성하고 하기 쉬운 것들 위주로 하게 될 겁니다.

그런 것은 세금낭비이고 껍데기만 바꾸는 것이에요 공원 등
필요한 공간도 조사가 필요한데...

사람들의 동선도 분석해서 우리한테
꼭 필요한 공간이 뭔지를 찾아내고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이 공공디자인입니다. ”




▲ 사회(송지현): 공공디자인, 도시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평소 공공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 이수빈(이하 이): 외국 같은 경우 공공디자인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2, 30년 걸려 자연스럽게 해 온 일들을 우리는 굳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에서 공공디자인 버스 투어가 있는데 공무원들이 많이 와요. 오세훈 서울시장도 임기 안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쫓기면서도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들은 게 있어 ‘주민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이게 하루이틀에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간판정비만 하더라도 문제의식 공유 없이 바꾸자 하니까 당연히 자영업자들한테는 그것이 규제가 돼서 돌아오는 거죠.

한 공공디자인 컨설턴트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관이 주도하면은 재앙이다’라고 말할 정도예요. 관이 주도하면 성과가 나야하니까 뭔가 자꾸만 덧칠하려고 하는 거죠.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겁니다.

공공디자인의 경우 한번 하면 2, 30년이 가고, 잘 된 것은 100년이상 가고, 아주 잘 된 것은 후대의 유산으로 남겨야 하는데 잘못하면 엉터리가 되고 다시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고민을 해야할 때입니다.

▲ 사회 : 얼마 전 구로구의회에서 공공디자인 관련 용역예산으로 1억 5천만원을 책정했습니다. 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죠.

▲ 황규복(이하 황): 서울 25개 구청에서 3개 구청이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했어요. 구로가 4번째로 이번 추경예산에서 용역비를 편성해 구로 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의회에서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 성공은 주민 참여로부터


▲ 사회: 공공디자인에서 주민참여는 늘 제기되고 있는데요.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안 온다고 합니다. 할 만큼 했다, 어쩌란 말이냐는 반응이죠. 그런데 주민들은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그냥 진행한다며 불만이 많아요.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조중현(이하 조):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하게 산동네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있다고 봐요. 산동네는 아파트 공간보다 자기가 참여할 수 있는 열려진 공간입니다. 길이 좁아도 길에 화분도 내놓고, 공터에 채소 등을 심기도 합니다. 교류가 이뤄지면서 거기서 만들어지는 공간들이 재밌어요.

개웅중학교 앞 소공원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도 하고 자리잡고 놀아요. 이렇게 사람이 그 공간에 끼어들어서 공간을 만들고 개입해서 꾸려나가는 사례가 있으면 관에서는 어떤 부분이 재밌어서 참여하는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여기 공간을 만들테니, 공공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테니 와서 얘기하라는 식이 아닌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한 거죠.

독특한 문화가 있는 곳은 철거하고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특성들을 살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문화 창출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요?

▲ 이: 주민들과 거꾸로 가기 때문이죠. 외국에서는 주민들이 반대를 하면 관에서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을 제시해보시오’ 합니다. 주민들은 ‘지금 없다, 기다려라’ 하죠. 그런 다음 주민들이 의논을 해서 주민들이 먼저 안을 내놓습니다. 이런 주장과 요구에서부터 공공디자인이 시작된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공공디자인 해야 하니까 모여보세요’라고 들이댑니다. 이미 슬로건으로 다 정해놓고 ‘우리 무슨 색으로 칠할까 뭐할까’ 이야기 하면 어느 누구도 모이지 않습니다.

▲ 양형호(이하 양): 공공디자인, 그게 어디서 갑자기 떨어져 나온 물건이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에 공공디자인이라며 다 허물고 그 틀에 맞는 규격이 생깁니다. 뜬금없이 새로운 무언가 등장하면 주민들은 이거 또 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들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사례 그대로 도입도 문제”


▲ 이: 사실 공공디자인이 처음 나왔을 땐 ‘아름다움’을 얘기한 게 아니었어요. 권위적인 공공시설도 은행같은 서비스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 공공의 공간을 만드는 ‘코하우징’이 공공디자인 핵심입니다.

외국 사례를 그대로 들여와 적용하는 것도 문제죠. 유럽에서는 3층 이상에 간판을 못 달게 합니다. 그곳은 3층까지 상가고 그 위로는 주택이어서 그 위로 간판을 달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10층까지가 다 상가인데 3층 이상으로는 간판을 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 너무 비현실적인 것이죠.

요즘의 공공디자인 흐름을 관이 주도하면서 디자인 전문가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행정을 전혀 몰라요. 그래도 일을 해야 하니까 겉에 보이는 것만 하는 거죠. 공간 구성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못하고 가이드라인 같이 쉬운 일들만 하고 있는 거죠. 간판, 옥외 광고, 건축, 토목 등 모든 영역이 통합이 돼야 거리 하나라도 정비가 제대로 될 수 있는데 지금은 통합이 안되고 있어요.

▲ 황: 전 의견이 조금 다른데요. 최근에는 작업을 일원화시키려고 노력해요. 이전에는 도로를 포장해 놓으면 통신시설을 그 다음에 하고, 또 하수도 공사 따로 했지만 요즘에는 사전에 의견 교환을 해서 공사 계획을 맞춰봅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다고 봐야죠. 또 공공디자인에 대해 주민들이 관심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해요. 관심을 갖고 발전 방향을 모색할 때 공공디자인이 더 발전할 것입니다.

▲ 사회 : 공공시설이나 공공의 공간을 제대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용주민들의 의식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같은데요.

▲ 이: 순천시에서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 시민단체 활동가들까지 다 묶어서 해외연수까지 다녀왔어요. 그 다음에 시장이 설득을 하는 거죠. 주민이나 시민단체 조직이 왜 중요하냐면 공무원들은 자기가 관리해야할 시설이 늘어나기 때문에 계속 부담을 갖고 공공디자인 사업을 두려워합니다. 이때 주민참여가 중요합니다. 관리주체를 담당 공무원에서 주민으로 넘겨야 합니다. 휴지 떨어져 있으면 청소하고, 망가져 있으면 직접 고치는 일에 참여하게 하면 단순히 의견 수렴도 되지만 사후 관리를 주민들이 직접 하게 되는 최고의 경우죠.

▲ 사회: 동작구 주민참여형 공원 만들기를 주도한 김성균 교수가 ‘주민설명회는 주민이 와서 설명회를 듣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설명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무척 공감이 갔어요. 주차장으로 쓰려했던 곳을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원으로 만든 곳인데 이용인원도 많고 주민들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동작구청에서 공공근로를 이용해 공원 청소를 시작한 이후 주민들은 내 공간이 아니구나 하면서 빠지게 됐답니다.

예산 변화에 따라 공공근로가 사라지고 나서도 주민들은 우리 공간 아니다,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공원은 관리가 안되기 시작했다네요. 결국 그 공원을 망친 건 결국 관이라며 분개하더라고요. 구로 공원은 청소년과 노숙자가 문제라고 그러는데 동작구 그 공원의 경우 주민들이 방범을 서고 이용도 많으니 그런 문제들이 해결됐다고도 하고요.


⊙“지역특성 못살린 실패한 소공원”


▲ 조: 지역 특성에 따라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네요.

주차장이냐 소공원이냐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시설이냐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 그 지역내에 어떤 계층들이 살고 있는가 등 조사없이 쉽게 만들어져서 실패한 소공원이 많이 있다고 보거든요. 제 집앞에 바로 그런 공원이 있죠. 철조망을 치고 자물쇠로 잠궈요. 낮에만 잠깐 어르신들이 이용합니다. 그 지대가 우범지대라서 그렇다고 하네요. 공원 만들 때 이용자 상황이나 공간 활용에 대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결과예요.

또 매봉산 아래 빈터에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많이 가꿉니다. 근데 산 밑 불법 개간이라고 엎어버립니다. 주차장이나 공원만 생각했지, 도심지 주말농장은 공공공간으로 왜 생각을 못하죠? 로컬 푸드까지 못 가도 텃밭 공간을 주민들이 관리하면서 의미 있는 공공공간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실패한 공원 용도를 그렇게 바꿔서 이용해 보면 어떨까요?

▲ 사회: 현재 구로지역내 공원이나 마을마당에서 가장 큰 고민은 노숙자와 청소년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황: 노숙자, 청소년 때문에 공원이나 마을마당을 안 만든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아이들 놀 공간이나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위해서 꾸준히 만들어야 합니다. 노숙자는 나라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쉼터 마련과 이용효과도 탐탁치 않는 게 현실이죠.

▲ 양: 그렇다고 노숙자를 우리나라에서 쫓을 수 없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차라리 시민들에게 피해 안 주게 시설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청소년들도 갈 곳이 없어 놀이터로 모인다고 보거든요. 아이들의 왕성한 혈기를 풀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아이들이 공원에서 배회하지 않을 거예요.

▲ 이: 그런 문제 때문에 이런 공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을 더 밝고 깨끗하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 그 공간을 살리는 것이거든요. 동네 어린이랑 어른들이 어울려 있으면 노숙자들도 오기가 어려워요. 어른들이 앉아 있는데 담배 피고 싸움질하고 그럴 수 있겠어요. 공간을 잘 이용한 미국은 범죄율도 떨어뜨렸다고 하잖아요.


⊙“미적인 것 이전에 사람 배려 더 중요”


▲ 사회: 우리 생활공간에 대해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불편했던 경험이나 굉장히 잘 돼 있어서 기분 좋은 경험이 있었는지요.

▲ 황: 볼라드 설치가 보행자 편리성보다 인도에 차가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또 제가 사는 (개봉동사거리) 로즈빌아파트 앞에 가로수를 양쪽으로 잘 심어놨는데 거긴 인도가 좁아요. 그러다보니 자전거가 지나가면 보행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곤 하죠. 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 위주로 사람이 편한 게 더 중요합니다.

▲ 조: 도로, 학교는 어려서부터 접하게 되는 공공공간이죠. 학교 복도도 통로 수단일 뿐이라 두세 사람 정도가 서있으면 꽉 찹니다. 복도에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없죠. 아이들이 처음에 접하는 공간들에 대한 체험들이, 훈련이 참 중요하다고 봐요. 최고의 학교공간은 아이들의 행위들이 반영될 수 있는 공간, 즉 열린 공간이라고 봐요. 저는 이게 공공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학교안의 공간이 아이들의 행위나 행동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 공간으로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학교 옥상을 학생 휴게공간으로”


▲ 조: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침부터 쉴 공간이 없어요. 책상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다 가야할 공간인데 말이죠. 잘 꾸며진 도서실은 아이들에게 휴게 공간과 독서공간 모두를 제공해요. 매점도 워낙 좁고 어두워서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잉글리쉬 존 같은 곳을 잘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은 거기 가서 많이 쉬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거죠. 학교에서 아이들 휴식 공간은 공간의 낭비가 아니라, 정서와 신체 발달 균형을 잡아 줍니다.

옥상을 휴게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이들도 스스로 ‘거기 누가 관리해? 문제 생길 때 어떻게 할 거야?’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공간 관리가 안 되면 불편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열린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 사회: 주민센터 등 공공의 시설이나 공간을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 양: 아까 관에서 주민과 대화하길 원해도 주민들이 안 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요구가 있어 얘기하면 뭔 소리 하는 거냐, 여긴 그렇게 한가한 곳 아니다, 아이들 왔다갔다 불편하고 위험하다라는 대답이 옵니다. 이런 답을 듣는데 누가 관이 원하면 냉큼 달려가겠습니까. 평상시 관과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잘돼 있으면 공청회든 뭐든 다 갑니다.

저희 마을학교는 주로 도서관에서 많이 활동도 하고 만나요. 아이들이 어릴 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많이 다니는데 구로는 정말 언덕이 많아요. 거의 등산이죠. 학교 도서관은 갈 수도 없고 공공도서관 가는데는 15~20분, 아이들 준비시켜서 가면 30분 넘게 걸려요. 도서관에 가면 유모차부터 걸리죠. 들어갈 수 없으니까 접어놓는데 유모차 놀 곳이 없어 고생입니다. 도서관에 가면 아기를 내려놓을 곳이 없는 거예요. 부랴부랴 땀 흘리며 30분을 갔는데 책만 빨리 빌려서 와야 돼요. 어떤 공간을 지을 때 실적 위주로 책 몇 권, 의자 몇 개 이게 중요한가봐요.


⊙“어린이 도서관도 어린이 눈높이로”


제가 예전에 구로도서관 관장님에게 어린이실 책상을 다 없앴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하니 그 분은 큰 일 날 말을 한다는 거예요. 어느 동네 학교 도서관을 가본 적이 있는데 너무 잘 지어 놨더라고요. 아이들 사랑방처럼 벤치도 있고, 소파도 있고요. 아이들은 다락방을 좋아하잖아요. 도서관을 그렇게 지어 놓은 것을 보면서 거기로 이사하고 싶은 거예요.

저희 아이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을 한 적이 있어요. 엄마들은 책장이 가운데 있으면 공간이 좁아지니 책장을 외곽으로 옮기자 그랬는데 교장선생님이 절대로 안 된다하시더라고요. 도서관 창가를 가릴 수 없다는 게 이유죠. 책꽂이도 아이들용으로 낮은 것을 사용하자고 했더니 책 몇 권 못 꼽는다고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위에 있는 책은 보지도 못해요.

▲ 이: 그런 게 반영돼야 하는게 디자인이거든요. 지하철 수유실도 생기고 여자화장실이 남자화장실보다 더 커지잖아요. 그런 거 하려고 공공디자인 하는 건데 결국에는 그런 문제의식 느끼는 분들이 싸우는 거죠. 이상하고 커다란 건물 하나 만들어서 쓰세요 하지, 맞춤형으로는 절대 안 나와요.

▲ 황: 의원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필요해요. 의원들을 뽑아 놨으면 그 지역 의원들을 이용하고 좋은 의견 있으면 자꾸만 이야기해야 해요. 그래야 그 의원도 열심히 일합니다.

▲ 양: 주민자치센터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잘 안돼서 구의원에게 간 적 있어요. 같이 구청에 갔지만 역시나 해결이 안되던걸요. 결국은 구청이, 주민자치센터가 문제더라구요.

▲ 사회: 이런 이야기 나오면 예산과 법적인 제도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예산을 가지고 많이 다르다는 거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을 디자인 하는 것 같네요. 이제 구로 공공디자인도 시작하는 단계니까 이것만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예쁜 포장보다 지역특색 살려야


▲ 조: 문화는 삶이니까 지역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실 구체적이지 못하잖아요. 우리 구로구도 지역 역사 탐방 같은 사업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문화행사들이 이루어지고 그 행사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들이 어울리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 활동과 지역활동을 연계 지으면 아이들에게 좀 더 의미있는 활동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데 그런 재밌는 사업들이 공공디자인과 연계가 되었으면 좋을 거 같아요.

▲ 양: 어느 책에서 문화재는 박물관에 있을 때보다 제자리에 있을 때 훨씬 빛을 낸다는 책을 읽고 나서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 했거든요. 공공 디자인이라 해서 제일 우려하는 것이 무엇이냐면 또 새롭고 예쁘게 포장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과거의 낡은 건물들을 허물어 버리고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그 지역 특색이 있고 그런 곳을 잘 살려서 더 돋보이게 하는 게 공공 디자인이라고 봐요.

▲ 사회: 아이들 눈으로 보는 공공디자인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아이들 눈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고민을 넓히게 됩니다.

▲ 양: 놀이터가 지금은 비장애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놀이터잖아요. 장애아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지만 밖에 나와 놀아야 하는데 갈 놀이터가 없잖아요. 미국에서는 20년 전 어떤 부부가 장애아였던 아이가 죽은 후 그 부부가 그 아이를 기리기 위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경계 없는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100~200여개를 만들었대요.

우리구도 놀이터 공청회를 했다고 하는데 장애아, 비장애아가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구로에도 경계없는 놀이터 1호가 생겼으면 합니다.

▲ 사회: 마지막으로 마무리 발언 한마디씩 해주시죠.

▲ 이: 공공디자인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도로 디자인도 보도, 자전거, 차도하고 어떻게 할 거냐 조경까지 포함 할 거냐. 건물도 마찬가지죠. 학교, 병원, 군대 막사 다 똑같은 구조입니다. 학교 같은 곳은 창의적 공간으로, 관공서는 서비스 위주 공간으로 바꿀 것이냐 를 고민해야 합니다.

구로구가 공공디자인을 할 때 관주도로 해버리면 간판 바꾸고, 표지판 바꾸고 색깔 칠하고, 꽃길 조성하고 하기 쉬운 것들 위주로 하게 될 겁니다. 그런 건 세금낭비고 껍데기만 바꾸는 것이에요. 공원 등 필요한 공간도 조사가 필요한데 사람들의 동선도 분석해서 우리한테 꼭 필요한 공간이 뭔지를 찾아내고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이 공공디자인입니다.

자치단체장 취향에 맞춰서 이상한 표지판이 생기고, 축제에 맞춰 이상한 가로등이 생깁니다. 자치단체 상징물을 덧씌우는 게 대표적이죠. 이런 부분을 막는 것이 주민들 몫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결국 주민들만 손해입니다. 한 번 가면 무조건 10년이에요. 지금 하면 10년 후에야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 황: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돼서 유익했습니다. 디자인 기본계획 수립 예산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 기본 계획이 나오면 관심을 갖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 개발논리보다 지역문화 산업등 고려


▲ 조: 입시 명문 학원을 유치하는 것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건강하고 잘 지은 도서관 건물도 건강한 이주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런 것도 저는 공공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도로도 단지 이동통로만이 아니라 주변 풍광들을 담는 공간으로 그 자체가 삶이 될 수 있도록 살폈으면 좋겠어요. 공공디자인이 문화라면 문화는 삶의 행적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어떤 사람이 서울은 고민해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라 그때 그때 개발논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한 것을 봤어요. 구로도 그런 과오를 만들지 말고 좀더 넓은 시야에서 문화, 산업 등을 고려해 변화해갔으면 하는 생각도 들죠.

▲ 양: 얼마전 굉장히 속상했던 게 구로근린공원 놀이터예요. 아이들이랑 자주 와서 놀던 곳이라 기대를 많이 했어요. 나름대로 머릿속에 예쁜 놀이터가 생길거야. 아이들하고 빨리 가서 보자 했거든요. 그런데 놀이터가 안 생기는 거예요. 결국 날아가 버렸어요. 분수는 굉장히 크게 했더라구요. 이 동네 아이들에게 분수보다 놀이터가 더 의미가 없는 것인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있는 것마저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많이 분개했어요. 거창한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주민들이 편하고 원하는 요구를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대부분 거기서 문제는 끝난다고 봐요.

▲ 사회: 시작 단계에 있는 구로 공공디자인인 만큼 앞으로 더욱 지역에서 논의가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리 = 송지현▪ 황희준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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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mm 2008-10-16 19:48:48
사진에 꼭 플래시 쓰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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